5월2일 --
큰님께서 안겨주신
"나의 날"이다.
나는 그것을 느낀다.
어제의 발목 인대가 나간 것 ;;;;
그리고 세석대피소의 휴식 ....
그리고 온 숲을 날려 버릴듯한
그 폭풍의 황혼녘 ....
그 모든 일들이
큰님의 뜻인 줄을 느낀다.
그래서
지금 까지의 모든 일에 감사드린다.
그런데
오늘 아침
또 문제가 터졌다...
나에게 얼음 찜질을 해주신
고마우신 세석대피소 관리인 김용환님!......
그런데 곤란한 문제가 생겼어요.
이 고마우신 김용환님이
어젯밤 부터 오늘 아침 까지 계속해서
나에게 부탁겸 지시를 내리네요.
백무동이나 천왕봉 쪽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지 말고
꼭 거림 쪽으로 내려 가야만 한다구요.......
그래서 나는
알았노라고, 그렇게 하겠노라고
건성으로 대답만 했었습니다.
하지만 난
꼭 천왕봉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마음 속으로 굳게 다짐하고 있었으니
그 고마우신 님의 말이
내 마음에 남아 있을 수가 없겠죠?
나는 거림으로 내려가겠노라고
그 관리인님과 약속을 하고는
한신계곡, 천왕봉, 거림으로 갈리는 4거리에서
거림쪽으로 조금 내려 갔다가
"이젠 날싸도 추우니 안으로 들어 갔겠지! "하고
4거리 쪽으로 올라 오니
"거림으로 내려 가시라니까
왜 또 올라오시는 거예요!~~"하고
큰소리로 외치는 김용환님!~~~~
"아, 예 알겠습니다."
하고 나는 다시 거림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나의 안전을 위해서
그렇게 애쓰시는 그에게
내 최소한도의 예의는 표해야 할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러나 나는 오늘
천왕봉을 만나지 않으면 안됩니다.
비록 지금은
어젯밤 저를 얼음찜질 등으로
성심껏 보살펴 주신 고마우신님의 요청을
거절할 수가 없어
잠시 포기하는 듯 하지만 말이죠......
관리인의 호통소리에
다시 거림 쪽으로 조금 내려 오니
세석대피소 우물이 나타났고,
한 여자 산객이 그 우물에 잠시 멈춰섰을 때,
나는 그 님을 통해서
이 난국을 타개해 보리라 순간적으로 생각합니다.
나는 그 여성 산객에게
나의 곤란한 처지를 털어 놓고
협조를 구하자
그녀는 서슴없이 나에게 동조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다시
그 마의 4거리를 향해서 오릅니다.
이젠 혼자가 아니라
그 처음 대하는 여성 산객 옆에 붙어서요.
그러면서 4거리 쯤 왔을 때
나는 그녀에게 나즉히 물었습니다.
"아직 그 직원이 있나요?"
"네, 아직도 거기서 이쪽을 보고 있어요."
나는 온 몸이 공포감으로 굳어졌지만
4거리를 지날 때 까지
별 다른 얘기가 없어서
그대로 그 마의 구간을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그 짧은 순간은
나에겐 오만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너무나 긴 시간이었습니다.
그녀와 나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촛대봉을 향하여 오릅니다.
고마움의 표시로
한 컷 담아드려도 되겠느냐 물어도
극구 싫다고 해서
그냥 그렇게 2Km쯤 걷다가
그녀는 우리 뒤에서 나타난
남성 지인과 함께
앞서 갔습니다.
정말 고마우신 님,
오늘 부디 멋진 산행하시기를!~~~~
아픈 꽃님들이여!~~
조금만 더 참으세요.
용기를 가지시구요.
큰님이시여!~~
이들을 어찌 하오리까?
이들의 슬픈 기원의 목소리에
좀 더 빠른
응답을 내려 주시면 안되겠나요?
한 모퉁이를 돌아드니
갑자기 거칠어진
바람의 풍모!~~~
지리산!~~
봄속의 겨울 풍광이 이렇게 멋질 줄이야!
큰님과 지리산이
나를 위해 미리 예정해 놓은 이 시간 ~~
감사히 걸으며
마음에 새겨 두겠습니다.
꿈인 듯 생시인 듯
그렇게 아름다운 풍광에 취해 .....
그리고 마치
바닷속 산호초의 밀림을
혼자서 유영하 듯
내 영혼은
한 없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지리산의 품속을 더듬어 갑니다.
5월에도 고드름이 달렸어요.... ㅎ
이곳,
바람의 언덕에서는
핸폰의 카메라 작동이 잘 안돼요.
날씨가 너무 추워서겠지요.
또는 수묵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설경!~~~
키큰 나무 한그루 ---
혼자의 몸으로 이웃들을 위해
이 거센 바람을 막아 보려 하지만
역부족 ....
안쓰러운 호위병 나무 !~~
소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침엽교목 ...
학명: Abies Koreana WILS
한국특산종: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무등산의 높이 500~2000M 사이에서 자란다.
내곁을 지나던 한 산객에게 부탁하여
애처로운 진달래와 한 컷 ......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들의 아픔을 대변하 듯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그 모습 ....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워라!~~~
모진 추위속에서도
구상나무는 기개를 잃지 않고 ......
봄속의 겨울 ...
연하선경길을 걷는다.
인간세상에 작금의 코로나19와 같은 어려움이 따른다면
자연의 세계에선
오늘 처럼 예고 없이 찾아드는
대재앙이 언제건 기다리고 있다.
물론 나로선
따스한 옷 한 벌 갖추고
이 선경을 걸으며 내 흥취에 젖으면 그만이겠지만,
그게 어디 그렇게 쉽게 치부해도 될 일이던가?
이 산하의 모든 존재들이
모두 나의 이웃이며
한 가족 같으니 !~~~~~
연하봉의 바위는
마치 천남성꽃이
봉오리를 막 터뜨리려는 찰라의 모습 처럼
긴박감을 준다.
바위와 어우러져
자태를 뽑내는 구상나무들,
눈과 바위와 구상나무가
아름다운 한 셋트의 크리스머스 선물 같아요.
저기 가지 위에
크리스머스 트리만 얹혀 놓으면요!~~
눈속에 파묻힌 얼레지 가족들!
모진 세월에선
그 누군들 안전할 수 있으랴!~~
다만 가족애로
이 난관을 극복해 나가자고
결속을 다짐해 볼 뿐이라네 ---------
저에게 닥친 이 난관을
제 어찌 감히
당신의 탓이라고 원망을 하겠어요?
엊그제 맑았던 그날 도 있었고,
또 오늘을 어떻게든 무난이 견뎌내면
내일은 또 다시
아름다운 제 날이 오리니!~~~
이 어려움 속에서도
오직 큰님이시여,
당신의 온전함 만을 믿사오니!~~~~
봄속의 겨울여행!
아주 특별한 보너스 산행,
이러한 상황은
이제 다시는 제게 오지 않겠죠?
살아 있는 동안,
당신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주심에
저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오니!~~~
인간이 스스로 자초한
이 코로나19 시대의 아픔도
어쩜 슬기롭게 극복해 보라는
당신의 계시임을 알게되오니! -
이제사 봄별을 쬐러 나온
여리기만 한 떡잎들이여!
그대들도 부디
용기 잃지 말고
굳세게 살아 남아
큰님의 깊은 뜻을
살펴 가며 살아 가기를!~~
드디어 장터목대피소 앞 마당에 도착합니다.
눈발이 섞인 세찬 바람이
내 뼛속으로 스며드는 듯합니다.
이제 긴 여정의 2/3를 마치는 순간입니다.
이곳 까지 만도
감사히 잘 지나 왔군요.
다시는 경험해 볼 수 없을
아름다운 나의 흔적들!~~
그리고 어여쁜
지리산과,
나를 사랑하시는 큰님의 선물들이 수두룩한
이 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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