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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수렴동계곡의 가을

백담사 다리에서

이 가을 나는 다시

행려병자 처럼

가을의 수레바퀴에 걸터 앉아

끝없이 떠 돈다.

 

하늘가로

산으로

들로

강으로

그리고

머언 어느 변방

호숫가로 ----

 

백담사 대피소 앞에서

그리고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쉬어 가리.

 

거기

푸른 호수가 있으면 더욱 좋고,

또 없으면 어떠리...

 

다만

머리가

맑게 깨어 있으면

그 이상 좋은 것이

또 어디 있겠는가?

 

황장폭포에서

처음 대하는

새로운 모습이어도 좋고,

 

그대 처럼

몇 십번을 보아도

싫지 않은 것은

 

변치 않았을 것 같은

나도,

또 그대도

사실은 끊임 없이 변하고 있어

 

오늘 본 그대는

어제의 그대가 아니고,

또 나 역시

어제의 내가 아니기 때문이라네 .

 

수렴동계곡(2020-10-11)

잠시

떠나 있어야 하는

나는

 

푸른 너의 마음이 

가슴에 새겨 있기에

 

온 겨울을

감내할 수 있다네...

 

 

길골의 단풍(2020-10-11)

 

길골을 따라 오르면

황철봉 아래

저항령에 맞닿고 ...

 

누군가의 기원 돌탑이

홍수에 씻겨간 빈자리엔

 

그 언제 

그 무엇이 있었었냐는 듯

공허한 기운만이 감돌고 ...

 

그러기에

있음과 없음의 경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려니 ....

 

먼저 가고 싶은가?

그럼 내가 비켜줌세...

 

천천히 오고 싶은가?

그럼 내게 길을 좀 비켜 주게나 ...

 

먼저 가고

늦게 오고가

무엇이 그리 중요하던가

 

마음 비우고 살다 보면

이 세상 것 모두가

내 빈 마음에

가즈런히 들어와

쌓이는 것을 ....

 

영시암 앞 냇가에서

세상의 모든 풋것들

 

이 단풍 처럼

이렇게 풋풋한 것은

야릇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네 

 

풋열매 

풋사랑

그리고 

세상의 모든 풋내기들 ...

 

그들은 

세상 어느 곳으로 튈지 모르는

럭비볼

 

세상의 모든 가능성을 탑재한

생명의 신비 ... 

 

오세암과 봉정암의 갈림길에서

그님(대지)은 

내게 가만히 속삭였어요.

 

"네 자라다가

날이 너무 추워 견딜 수 없거든

요 떨켜를 오무려 뜨려

옷을 벗거라.

 

하지만 

너의 마지막 모습에 서린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려

고운 빛을 얹혀 줄께...

 

너도 아쉬움이 

많이 남겠지만

너희들의 황홀한 모습을 가슴에 담고

행복에 젖은 그들을 보고

너희도 함께 행복해지면 좋겠어 ...'

 

오세암과 봉정암 갈림길 (2020-10-11)

 

수렴동의 단풍

이렇게 고운빛은

심상찮은 야릇함을 숨기고 찾아 왔음을

 

나는 비로소

그대가 떠난 다음에야 깨닫고

슬픔에 잠기리 ~~

 

수렴동계곡에서

그대 푸른 계곡의 마음은

곧 나의 마음.

 

청석 마음 바탕위로

천만년을 흐르라고,

 

나도,

그리고 수렴동계곡도

아롱지는 단풍의 반영을 품에 안고

시린 세월의 머리를 빗겨주네 ....

 

수렴동계곡의 단풍

 

 

 

수렴동대피소에서

 

단풍잎에 파묻힌 수렴동대피소

 

수렴동대피소에서 구곡담계곡을 향하여 -- (2020-10-11)

 

나무 사이로 옥녀봉이 올려다 보이고 ..이제 다시는 갈 수 없는 용아장성릉 ;;;

 

 

 

 

 

 

 

 

 

 

만수폭포

이 빛을 두고

내가 

또 어디로

떠날 수 있단 말이냐

 

나는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어

또 

내년을

기약하고야 말았네 ....

 

하지만

알 수 없는 

내년 ....

 

 

 

이 빛은

또 

왜 이리 내 맘을 사로잡는가

 

이 빛의 포로.....

 

내가 어리석어서 일까

 

이 빛으로 부터

자유로운 님들이

해탈을 해서 일까.

 

나는 지금도

이 빛의 그물 속에서

갈피를 못잡고 있네 ...

 

 

백운동계곡

백운동계곡 입구이군요.

 

고목이 되어 

홀로 고고히 서 있던 나무는

이제 세월의 고단함을 이기지 못하고

드러 누워 있네요...... ㅠ

 

수많은 폭포의 주렴안에서

세상에 나서기를 저어하는 

설악의 정령들이 거처하는

백운동 계곡 ......

 

이제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으랴 ..

 

또 

아쉬운 마음 한 가닥

떼어 놓고 가누나 .....

 

용아장성릉을 올려다 보며 ...

 

 

 

 

 

관음교와 용아장성릉

용아장성릉을 거닐던 그때가

꿈결 같아요.

 

관음교에서

 

 

 

 

 

 

오늘은 일단 이곳에서 백담사로 회귀합니다.

산악회에서 귀경할 시간에 맞추려다 보니

더 이상 산행을 고집할 수가 없네요.

 

또 다음을 기약해야 하겠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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