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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태백산에 눈꽃이 피면

2010년과 2011년 1월에 다녀 왔던 태백산 눈꽃산행 ...

그러니까 벌써 9년이 훌쩍 흘러 가 버렸네요.


앞으로 이렇게 또 10년이 흘러 가 버린다면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 때도 이 태백의 눈꽃들과

눈동자를 맞춰가며

속 깊은 얘기들을 나눌 수 있을까?


유일사에서 올라 오는 고갯마루를 향해 오르는 길 ....


2월 1일

토요일의 열기가

눈꽃과 어우러져 수많은 꽃송이로

태백산 하늘에 애드벌륜으로 수놓습니다.


내가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

그 모습에서 약간 변형된 형태로

나를 맞아 주는 기억속의 작은 암자 ....


추억은 항상 이렇게

맘속 깊은 호수에 침잠해 있다가

먼 훗날 그 어느 날

그의 얼굴을 대하는 순간

처음 만났던 순간 보다 더 새롭게 되살아 나는 것 .......




지역사회님


내 사진들도 고마웠고

많은 횐님들 추억사진에 대해서도 감사드립니다.


미니님과 원더우먼(총무님)


내 작은 폰카에 고운 모습 맡기신 님들 감사드립니다.


다만 오랜 인연의 믿음이 아니었드면

어찌 님들의 작은 몸짓 한 부분이라 한들

제 어찌 감히 님들을 이곳에 모실 수 있었으리오 ......


태백산의 다정한 이웃 함백산

우람한 모습으로

자기도 한 번 찾아 오라 윙크를 보내고 ....


옷을 벗은 님이나

옷을 벗지 못하고 있는 님이나

다만 생각과 습관과 생존여건의 차이일 뿐 ....


또 다시 때가 되면

세상에서 가장 너그러운 이웃으로 만날 겁니다.


유일사 고개에서 천제단을 향하여 오르는 길..


수많은 인파로

시간이 많이 지체되네요.


살아 천년. 죽어 천년 .....


살아 있는 동안

그 고통은 또 얼마나 컷을꼬 ...


뼛속을 파고 든 무정한 이방인을

혈육인 양 껴안고

오늘도 험난한 세월의 파고를 넘고 있네요.


한 굽이 또 한 굽이

긴팔에 새겨진 세월의 굴곡들....


이제는 반 이상 탈골된 어깨 언저리에

생의 황혼이 서럽게 비낍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굴레가

너무 혹독하다 말하지 마세요.


제가 지금 비록 영어(囹圄)의 몸이라 할지라도

이 순간은 곧 지나가리라는

희망을 잃지 않고 있으니까요.


게다가 이 고난의 순간을 이겨내고 나면

더 큰 힘이 내 안에 쌓일테니까요.


미니님


비록 나눈 얘기는 몇 마디 되지 않더라도

긴 세월을 드문 드문 함께 걸어 왔네요.


문득 어느 날

용아게구멍바위를 오르며

두려움에 질려 안절부절 하던 님,


그러나 이젠

용감한 여전사 처럼 당당하시네요..... ㅎ


조희경님, 미니님 그리고 참길아우님


지난 해 봄

서북능선 털진달래 산행에서 처음 만났던 조희경님,

님과 비슷한 다른 분으로 착각해서 미안했어요.


참길 아우님과 함께...


참길 아우님


지난 가을 설악산.


아우님의 속 깊은 배려가 아니었더면

내 어찌 그 큰 고통을 감내 했을까?


신흥사 -> 백담사

그리고 119........


그 괴괴한 달밤의 수렴동계곡


고마우이 참길 아우님.......


조희경님


미니님


참으로 대단하신 엄마.

그리고 그 대단함을 이어 받는 아이들 ...


행복하여라 ....


오늘

태백산의 눈꽃 사이를 걸었어요.


눈꽃과 나

단 둘 뿐이었죠.


물론 많은 사람들이 제 곁을 지나쳤어요.


하지만 제 마음을 파고 드는 건

그 그지 없이 새하얀 눈꽃...

그리고 그 눈꽃을 이고 있는 주목나무들 ...


눈꽃 한 잎이 져가네요.


온통 새하얀  제 마음 밭 위로

눈꽃 한잎이 살포시 져가네요.


당신에게도 들리나요

눈꽃이 지며 부르는 노래


짧은 순간

애톳한 사랑

애절한 청춘

그래서 덧없는 인생.....


눈꽃도 바로 우리 인생과 닮았군요.


사방으로 용틀임하며 뻗어 나가고픈

주목의 기상 ....


그러나 조금만 더 참고 기다리면

더 좋은 기회가 올거라며

눈꽃이 어머니 처럼 포근하게

주목의 온 몸을 감싸 안으며 속삭이고 있네요.


비록 세월의 짐에 허리가 꺾여졌어도

기상을 잃지 않은

저 나무의 의기(意氣),


나는 그대 앞에서

숙연해 질 수 밖에 없나니 .....


탈골된 제 몸이 보기에 흉했나 봐요.

그래서 바람이 눈꽃으로 제 몸을 치장해 주려다

그게 마땅찮으니 상고대를 입혀 주고 가네요.


하지만 눈꽃이 아니라

상고대면 어떻고, 빙화라 한들 또 어떻겠어요.


세상이 변화하면

제 모습, 제 생각도 또한 변해야 하는 게 아니겠어요?


문득 하늘을 우럴으니

거기, 끝없이 깊고 푸른 대양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어요.


모든 잊혀져 가는 것들을 아쉬워 하며

여위어 가는 태백의 분신

나무 끝에 앉아 떠날 줄 모르고

그를 위로하고 꿈을 심어주는 태양의 돌봄이

남 다릅니다.



이제 천제단이 가까웠나 봅니다


함백산을 등에 업은 주목 군락이 압권이네요.




예전엔 이곳에 *한배검*이라 씌어 있었는데,

지금은 뭐라 적혀 있는지 모르겠어요.


장군봉에서 바라 본 함백산



남쪽 봉우리에 있는 천제단을 향해서 ...


마치 만개한 목화밭의 풍경인양

포근한 정경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 모습을 간직할까?


10년 전에도 이 같은 모습 이었는데

내 후배들도 손손이 이 모습을 감상할 수 있을까?


우리 인간은 그대들에 비해 

너무나 짧은 나그네길을 살아가고 있는데 .....


지나 온 장군봉, 천제단을 향하여 ...


새하얗게 변한 세상

그러나 큰님의 축복어린 계시에도

잡다한 욕망에 찌든 마음속엔

하얗게 변할 여유가 남아 있지 않네요.


태백산과 천제단


이제 부쇠봉을 향하여 ...


왼편 멀리에 문수봉


설원에서 피리를 불어요.

정갈한 피리 소리에 씻긴 눈꽃들이

따스한 눈물이 되어

숲속 나무와 풀들을 살찌우고

계곡물로 흘러 강과 바다의 생명체들을 돌봅니다.


피리 부는 나그네의  

따스한 눈빛이

그 피리소리의 선률을 타고

구원(久遠)을 향해 날아가요.


피리소리가 그치는 날

세상은 잠이 들어요.

언제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잠이 들고 말아요.


우리 모두는

피리 부는 하나의 길손들이예요.

설국의 나그네여..


이 순간만은

깨끗한 사랑의 마음으로 충만해지자.


그리고 그 깨끗한 마음을

오래 간직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지 ..


그 깨끗한 마음에

평화와 배려와 양보와

최소한의 조건에 만족할 줄 아는

습관을 채워 넣어야 하겠지 ....

꼭 10년 만에 마주하는

태백의 설경....


앞으로 또 얼마 만큼 지나야

그대와 마주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안타까움에

이 겨울 나그네는

그저

실어증 환자 처럼 할말을 잊습니다.

수많은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는

이 추상적인 조각품은

또 어느 분의 작품이던가요?

다시 한번

지나 온 태백산의 모습을

가슴에 담아 보고


애증의 눈동자를

설원위에 짙게 새겨둡니다.

문수봉소문수봉을 다녀 오려 했었지만

앞선 산행에서 번번히 늦게 내려와서

다른 횐님들께 실례를 범한 터라

오늘은 그런 인상을 남기지 않으려

문수봉 400M 전방에서

당골광장을 향해 내려 갑니다.


그러나 물론 저에게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산행이었네요.


저 보다 뒤에 내려 오면서도

소문수봉 까지 다녀오신 님들이

10여명이나 되었는데 말이죠 ....


특별한 경관이 없는 

정갱이를 덮는 외길 계곡 눈길을 2KM 내려 오니

망월사천제단으로 오르는 당골2교와 만납니다.


장군바위


당골광장에서의 눈꽃 축제가 다 끝난 탓일까

얼음 조각전등 예전에 성황리에 볼거리가 많았던

당골광장의 열기가

오늘은 상당히 잦아진 느낌이네요.


그러나 산행 후식으로

훈제 오리를 제공하신 임원진에 감사드리고

날짐승 아우님의 따뜻한 환대에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참길아우님!

총무님의 아뜨리에에서의 조촐한 회식이

환상이었네요.


함께한 모든님들 행복, 건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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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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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에 눈꽃이 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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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우먼 20.02.20. 22:17
킬리만자로님의 산행후기 많이 기다렸습니다 .오늘에서 야 보게되어서 감사합니다.

마음의 향기도 최고^*^ 인품의 향기도 최고^^ 산행후기도 최고^*^ 킬리만자로님 사진에 미니언니 곁에 저도 한장 있네요 감사하고 영광입니다^^

그런데 오늘은 유독 킬리만자로님 글을 보면서 왜이리도 눈물이 나는지요^^하나하나 아름다운글^*^주름살과 함께 품위가 갖추어진 킬리만자로님 고맙습니다
더불어 배려심이 아주많으신 참길님 미니언니 지역사회님 희경언니 참으로 고마운 분들입니다..귀한사진과 아름답고 아름다운 태백산후기글
감명깊게 잘 읽고 갑니다 .. 그랜드산악회 만세 입니다^8^
 
킬리만자로 20.02.19. 19:59
항상 정성스럽고 적극적이신 원더우먼님!~~
자주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늘상 내 마음 한편에는
총무님을 응원하는 눈동자가 빛나고 있답니다.

내 오랜 친구이자 인연의 별님,
늘 멋진 산행에서
고운님들 함께 행복, 건강하소서. ~~~~~~ ^-^
 
 
미니 20.02.09. 22:24
차곡차곡 쌓아 오신 산행기에 얌전히 컴 앞에 앉아서 한 편의 드라마를 보듯..합니다요.ㅋ
반갑고 감사해요!!
다음 태백산 눈산행에선 문수봉 소문수봉을 꼬~옥 맞이하시길..요~
 
원더우먼 20.02.16. 20:41
우리 미니 언니 댓글도 에술이요^^
 
킬리만자로 20.02.19. 20:10
많이 부족한 산행기에
너무 감동적인 댓글을 안겨 주신 멋쟁이 미니님!
함께해서 너무 즐거웠구요.
다음에는 미니님의 간구에 힘입어
꼭 문수봉과 소문수봉을 오를 거 같은 기분이 들어요.

고운 댓글에 감사함을 내려 놓습니다....
늘 아름다운 일상 되시길 빕니다. ~~~~~~~~~~~ *.*
 
 
레드 20.02.10. 08:12
안녕하세요? 킬리만자로님!
태백산맥의 힌눈꽃핀 하얀나라를 정나라하게 글로 표현해준 엄숙함에 그글을 읽는순간 저절로 가슴속 싱금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연륜에서 묻어나는 글솜씨에 고개숙여 존경의 맘 우러나고 자연스레 펜이 되어버렸습니다 언제 어느때이든 태백산의 하얀 아름다움은 약간의 모습이 변하긴 하겠지만 그자리 그곳에서 킬리만자로님과 후손들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하겠지요 언제 또다시 만나려나 하는 글앞에 저도모르게 가슴속깊이 숙연해짐을 느꼈습니다 자연은 인간이 오는순간 가는순간 매번 배움을 주는것같습니다
 
원더우먼 20.02.16. 20:41
우리 레드언니 산행은 함께 하지 않지만 이렇듯 정성이 듬뿍 담긴 댓글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역시나 레드 작가님 입니다 언니 감사
 
 
레드 20.02.10. 03:56
저는 태백산의 아를다움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킬리만자로님의 글과 사진으로 충분히 가슴속깊이 세겨졌습니다 무개있는 글 몇번이고 되세겨 읽었습니다 하마터면 눈물이 와락! 솟을뻔 했습니다 감동으로 가슴에 와닿는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킬리만자로 20.02.20. 00:21
제 산행기 보다
더 가슴에 와 닿는 레드님의 댓글에
꽃과 함께 고마운 마음을 내려 놓습니다.

연륜 탓도 있긴 하지만
저는 몇해 전 부터인가
어느 곳을 산행하게 되면
늘 어쩜 이번이 이곳을 보게되는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조바심과 함께 그곳에 대한 연민의 감정에 휩쌓이곤 해요.

맞아요.
레드님의 말씀 처럼
앞으로도 이 태백은 하얀 소복으로 단장을 하고
우리 후손들을 정성스레 맞이하여
그 마음들 마다에
이 천상의 설국을 펼쳐 보여 주겠죠.

오늘은 전혀 불지 못하는 피리를 들고 나와
레드님께
내 마음속 설국의 환상곡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혹여 바람결에 스쳐가는 피리소리
님 창문을 흔들거든 저의 마음인가 여기소서 ..
 
 
백산 20.02.10. 22:14
슬라이드처럼 그냥 지나쳐 버릴수 있는 사진,
품격있는 글이 생명을 불어 넣었네요.
우리 글이 아름답다는 걸
새삼스레 느끼며
다시한번 음미하게 됩니다.
달달하고 정감 넘치는 글,
감사합니다^^
 
원더우먼 20.02.16. 20:40
글이 참예술
 
킬리만자로 20.02.19. 21:20
많은 횐님들의 사랑을 받고 계시는 백산님...
이리 고운 심성을 가지시고
상대방을 깊히 배려해 주시니
많은 님들의 표상이 되기에 충분하십니다.

고운 댓글에 감사드리고,
앞으로의 산행에서도
늘 고운 발걸음으로 많은 님들을 챙겨 가시며,
아름다운 인연 많이 쌓아 가시기 바랍니다...

고운 댓글 감사드려요..... ^.^
 
 
날짐승 20.02.13. 22:06
어이쿠! 언제 이리늦게^^
이 태백을 결구의 공통 인수로 묘하게 구사하는 글에 흐뭇해집니다
그날의 눈에 잔상과 글의 이명이 끝내 남아돕니다
 
원더우먼 20.02.16. 20:40
굴이 참 예술
 
킬리만자로 20.02.19. 21:30
아우님!~~
그날 회관 안에서의 한잔의 막걸리...
그리고 밖에서의 두잔 쐬주도 정말 고마웠네...므흣

날씨가 그리 추운데도
술상을 따로 펴놓고 나를 기다려준 그 성의에
내가 어찌 보답하면 좋겠는가?

어찌 됐건 그날 딱 그자리에
동생이 있었기에
나의 태백산 산행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네....

오래 전에 예비되어진
태백산 산신령의 한 묶음의 선물...
그 마지막을 장식해 준
날짐승 아우님, 너무 고마웠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게나 ......... 샤방
 
 
유니 20.02.20. 00:15
킬리만자로님멋진산행기잘보았읍니다.
자연앞에더욱더겸손해져야겠다는마음을해봅니다.
수고하셨읍니다.
고맙습니다.
 
킬리만자로 20.02.20. 19:38
맞아요, 유니님......
자연은 우리와 동행하며 공생하는
서로 떼어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이웃이며,
한 몸과 같아요.

사소한 저의 게시글 잘 보아주셔서 감사드려요.
가끔씩 들리는 카페에서
눈에 익은 닠이시군요.

향하시는 산 마다
고운 향기어린 아름다운 추억을 쌓으시며
늘 건강, 평강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
 
원더우먼 20.02.20. 22:15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솜처럼 따듯합니다 굿이요^^ 킬리만자로님 유니언니^베리굿
 
유니 20.02.20. 22:52
킬리만자로 감사합니다.
킬리마자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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