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3일
함양 월봉산에 그랜드산악회와 함께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오늘은 이곳이 기백산과 금원산의 들머리이고,
그 때는 이곳이 날머리였네요.
그리운 얼굴들 .....
박대장님, 김경희대장님 그리고 빈돌(공석)님 등 ...
그 당시에도 지금의 총무(원더우먼)님이
총무로서 열성적으로 활약했었지요.
책바위는 기백산 정상에서 금원산과 연결된 능선상,
약 100여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요.
벌써 9월인가
산뜻한 구절초의 미소가
가을임을 알려줘요.
남덕유능선상의 무룡, 남덕유 그리고 할미봉과 육십령....
그리고 남덕유에서 갈라져 내려오는 또 한 능선이
월봉산과 금원산 기백산 현성산을 이루고,
또 다른 한 가지는 거망산과 황석산으로 이어져
이 능선들은 용추계곡과 유안청계곡을 형성하고 있으니 ....
마치 늠름한 장군의 표상 같네요...... ㅎ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 처럼 나약한 존재여!~~
어디에서 어떻게 왔다가
어디로 또 어떻게 떠나려 하는가?
그들 뒤로는 남덕유의 또 다른 능선을 이루는 황석산이
양귀를 쫑깃 세우고
10여년만에 방갑다고 환호를 보냅니다.
금방이라도 봉깃한 멍울을 터뜨리며
화사한 미소를 띄울 듯한 두메부추 ......
희망과 꿈이 어린 그 볼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요?
그리고 운해위를
유유히 흐르는 남덕유능선 .....
저 자신도 제 모습이 좀 초라해 보이네요.
그렇다고 제 자신을 나무라진 않겠어요.
왜냐하면
비가 오나 눈이 내리나 긴 세월 동안을
이 한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서
온 정성을 다 했기에
저는 지금 후회하지 않는답니다.
비록 제 모습은 좀 초라해 보일지라도
세상 여늬 화려한 꽃들이 부럽지 않아요.
제 정성이 듬뿍 담겨 빚어진 제 열매들은
제 사랑 만큼이나 튼실하고 아름다울 테니까요.
가을 제단에 제물을 바치나이다.
제 제물이 부끄럽기 짝이 없아오나
제 능력껏 빚은 제물이니
너무 허물치 마시고 받아 주소서.
그속엔
차마 님께 보일 수 없는
제 눈물도 뿌려졌으니
저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
지리산이나 설악산등
고산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바위떡풀이
보아란 듯히 피어 있네요..... ㅎ
이 바위떡풀은 바위말발도리 처럼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자생하네요
이 이정표는 금원산과 기백산,
그리고 용추폭포로 이어지는 사평리와 유안청폭포로 내려가는
4거리를 가리키고 있네요..... ㅎ
그런데 유념할 것은
유안청폭포로 직행하는 듯이 표시된 3코스의 거리가
금원산을 올라갔다가 유안청폭포로 내려가는 2코스 보다
더 멀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여기서 잠간 햇갈려 하다가
600여m 남짓한 금원산 정상을 향해 오릅니다.
어떤 이는 이 엉겅퀴를
지리산 정령치에서 처음 발견하여
정영엉겅퀴라 명명했다고 하였는데,
나는 설악산 중청산장에서
서북능선으로 갈려 나가는 부근에서 많이 관찰하였고,
생김새가 마치 우주를 비행하는 비행물체 같은
꽃 봉오리 형상을 해서
설악정령취라 명명해 보기도 한 특이한 꽃이네요..... ㅎ
우주를 유영하다가
설악에 들려, 그 아름다움에 취해
설악에 눌러 앉아 한 송이 꽃으로 피어난 정령....
설악정령취라고 .....
내가 인증샷을 남긴 동봉 보다 20여m가 높다는 서봉 .....
그 서봉은 앞서 간 횐님들과의 시간차가 많이 날 것 같아
들리지 않고 그냥 유안청을 향해 내려 가기로 합니다.
유려한 산허리가
어느 멋진 아낙의 그것 처럼
한없이 부드럽고 여유스러워 보입니다.
안녕!
잘 있어.
내 맘속의 그대 .
그지 없이 평화롭고 여유로운 그대 ....
기백과 금원의 능선이여!~~~
산사태가 있었던 것일까.
건너편 능선상에
하얀 바위 속살이 내어다 보이는현성산이
고개를 숙이면
이마가 맞닿을 듯 가까이 보이고 ...
바위 정수리에서 부터 땅속 까지 .....
몸뚱이를 양분하며 속살을 파고든 소나무 하나...
몇 백년 아니 혹여 몇 천년은 흐르지 않았을까
그 애증의 세월을 가늠키 어려운
자연 분재 하나.....
그 모습에 참으로 엄숙할 수 밖에 없는
작품입니다.
유안청계곡과 폭포는
금원산에서 현성산으로 가는 능선상에서
자재미골로 내려가는 코스를 택해야 합니다.
현성산까지 가서 현성산에서 내려 올 수도 있지만,
현성산 까지 간다면 시간이 모자랄 경우에 말이죠.
유안청계곡이 가까워 질수록
션한 계곡과 작은 폭포들이 목청을 점점 높혀가며
환영의 노래를 들려 줍니다.
십수년 동안을 보고픔으로 얼룩진
내 마음에 감응이 되어서 일까
계곡은 온통 잔잔조롬한 눈물이 범벅이 되어
처음으로 찾아온 나그네 손님의
몸과 마음을 흠뻑 적십니다.
그렇게 눈물로 뜨거운 포옹을 하며
우리는 첫 만남을 가슴 깊히 새겼습니다.
오늘 이곳에 서기 까지
너무 오랜 세월이 흘렀던 것 처럼
앞으로 또 얼마만큼
오랜 세월이 흘러야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가늠이 안되어
안타깝기만 한
유안청과 나그네 .....
나그네 가슴속 계류의 흐름은
갑자기 쓰나미로 돌변하여
뚝을 허물고,
내 안 가득 범람하고 맙니다.
그래, 유안청!~~
그대 흐르려면 흘러 가세요.
내 붙잡는다 하여
그대 어디 발길을 멈춰주겠소 마는,
그래도 그댈 붙잡고 싶은 내 마음은
그댈 그리워 했던
그 애절한 세월들의 소원 탓이었거니
철없는 이 나그네 심정에 부디 연연하지 말고
그대 갈 길로
도도히 흘러 가세요.
그러다 먼 훗날
어느 모퉁이 소용돌이 속에
잠시 머물며 뒤돌아 볼 날 있거들랑
세월의 강가에서
그대를 그리며 미소짓는 나를
희미하게 나마 기억해 주세요.
그것이 저에게 남겨진
마지막 바램일 것 같아요.
안녕 ! 안녕 !
유안청......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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