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9일
신흥사에서 백담사까지 다녀 왔으나
봉정암에서 부터는 깜깜한 암흑속의 행군으로
계곡의 물소리와
어둠이 들려주는 숲의 노래와
내 적요함을 달래주는 다정한 하현달과 함께였으니
가을 단풍에 물든 구곡, 수렴동의 풍광에 대한 동경심이 발작하여
기어히 백담사행 산악회 버스에 오르고야 맙니다.
내설악 단풍에 대한 인기를 반영하 듯
백담사행 셔틀버스를 타는데도
무려 1시간 40여분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승차를 할 수 있었으니 .....
<백담사 입구>
용대리에서 백담사 까지 7.1km를
3~5분 간격으로
아침 7시 부터 계속 실어 날라도
좀 처럼 줄어들지 않는 산행 행렬을
기다리다 못해 걸어서 출발하는 인파도 적잖았는데 ....
(실은 나도 걸어갈까도 망설여 봤지만 .... ㅎ)
<백담사 앞 풍광들>
빈틈없이 들어 찬
탑들의 광장 빈자리를 찾아
누군가가
또 다시 정성을 다해 탑을 쌓고 있어요.
<돌아다 본 백담사 다리>
<황장폭포쪽을 향해>
이렇게 맑은 파문(波紋)
그렇게도 지난한 수련(修練)
<단풍잎의 노래>
먼저 흘러 가세요 ... 그대
나는 내 붉은 마음
다 나눠드리고 따라 갈께요.... ㅎ
보잘 것 없는
작은 탑 하나.....
그러나 나는
세상의 등대가 되고 싶어요.
그래요.
쉬어 가세요.
기왕이면
4계절 내내 닦아 올려 놓은
제 가을 제단위
붉고 상큼한 울림의 열매도
안고 가세요.
이제 저는 안녕을 고하렵니다.
하지만 그 안녕은
영원히 오지 않겠다는 안녕이 아니라
또 다시 새로운 다짐으로
서로의 앞에 서겠다는
안녕 이어야 하겠지요.
얼마나 피곤하셨나요.
저는 비록 예수는 아니지만
제 온 마음을 다하여
당신의 발을 씻어 드리고 싶어요.
그대도 언젠가
기회가 되시면
님 정성을 다해
그대 동행님 마음의 발을 씻어드리세요.
더욱 더 깨끗히요!~
바람소리 심상찮은
그 어느 날에는
더욱 더 정성스레요!~
마음의 등대런가
횃불이런가
세월 흐름 속에
헐벗은 듯
가득 채워진 그 모습
호젓 하기만 하다.
그래도 왠지 서러워...
모조리 비워낸다 했건만
그래도 왠지 그리워
이 푸르름 하나만을 안고 흐르려 했건만
그래도 왠지 아쉬워
못다한 푸르름의 꿈
차라리 이 생의 길에
들어 서지나 말았어야 했을 걸...
등에 진 짐 때문에
푸르름이 무색해져요.
등에 진 짐 때문에
비워냄이 쉽지 않네요.
이제 우리 여기 까지 와 있네요.
순간 순간 쉴 곳도 많았었지만
다리 한 번 길게 뻗고
쉴 수 없었던 생의 길에서
우리 이제
오늘 까지의 짐을
모두 정리하여
이 흐름에 맡겨 흘려 보내고
또 다른 짐을 챙겨
위안과 희망의 노래를 합창하며
여행을 떠나요.
자연
그리고 순리
또 그리고 그 고리를 주관하시는 님
감사드려요.
물론 자연에게
우리 인간은 아무 것도 해 줄게 없네요.
사실 자연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을 거예요.
그에게 아무 것도 못해 주면서
그의 아름다움에 취해
그에게서 감동을 받고
그에게서 위로를 얻고
또 때로는 그를 통해 큰님의 위대함을 깨닫기도 하네요.
먼저 깨달은 사람들은 전해 주네요.
자연을 이용하되
꼭 필요한 양 만큼만 쓰라고,
생명을 위해 쓰려거든
꼭 그 유지에 필요한 양 만큼만
섭취하고 훼손하라고 ....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의지를
최대한 발휘하고 싶어 하네요.
그래서 그 자유의지는 욕망을 부르고
그 욕망은 자기 안전을 넘어
최대의 편안함을 추구하네요.
그 편안함은 더욱 안락함을 추구하게되고
오늘날에는 대규모 개발과 대량 포획 내지 살상으로
우리 인간들은
필요 이상의 자연 훼손을 일삼게 되었네요.
이 모든 것은
인간 위주의 사상에서 비롯된
이기주의 탓이네요.
자연의 질서와
자연의 흐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기심, 즉 탐욕!~~~
이제 자연은
인간의 이기심 앞에
신음하며
허접하게 널부러져 있네요.
이렇게 험악하게 변한
자연과의 유대관계로 인해서
인간은 큰 재난 앞에 놓이게 되겠지요.
그래도 아직 까지는
이렇게 고운 미소로 우리들의 감성을 정화시켜 주지만
어느 순간에 모습을 변모하여
우리에게 더 이상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시간이 올 수도 있을거예요.
머지 않은 장래에
자연은 창백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석유나 셰일가스, 천연가스등도
모두가 오랜 동안
지구의 몸체를 구성하고 있는 일 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급진적인 개발로 인해서
그 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
지구의 몸체는 줄어들고,
그 석유나 가스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촉매제가되어
큰 재난의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 오게 될 것이니 .....
<영시암 앞에서>
<수렴동대피소 가는 길>
아, 그랬었구나 ...
지난 주일
그 어둠속의 속삭임은
이렇게 고운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던
님의 애정어린 초청의 속삭임 이었구나.
그 초청의 속삭임을 거부할 수 없었던
나...
그래서 이렇게 오늘
그대와 함께할 수 밖에 없는 나 .....
그 어둠속을
아픈 무릎으로 힘겹게 내려 오던 나를
더 아름답고 완벽한 모습으로 맞이하고 싶어서
그날은 나에게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었군요.
고마워요.
설악... 그리고 수렴동의 여신이여...
가을빛을 담소에 담아 갈무리하려는가
수렴동의 심호흡소리가
푸른물에 아롱진 단풍잎새 사이에서
거칠기만 하여라......
<수렴동대피소 부근에서>
세상의 그 어떤 화가의 색채로도 흉내낼 수 없는 빛깔...
그 선물을 안아 든 나는
극치의 행복에 취해 있어요....
그대 .... 내설악이여.
<수렴동대피소>
어느 먼 여름날
그 땀냄새로 범벅이 되었던 허접했던 대피소 안에서
들락거리는 기척에 잠못이뤄
차라리 꼭두 새벽을 떨치고 일어나
바람만 바람만 가야동 골짝바람을 따라 올라 갔던
그 천왕문의 추억!~~
그곳에서 나를 맞아 주던 것은
비박을 한 듯한 한 커풀의 * 한여름밤의 꿈 *의 뒷풀이,
그리고 야영을 하고 떠난 불탄 흔적들 ....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모습들은 볼 수가 없겠죠?
<옥녀봉>이 올려다 보이고
얼마 만큼의 세월이 얹혀 있는걸까
검푸른 소
그 세월의 울림이 무섭기만 하다.
<대피소 앞에서>
대피소에서 수렴동계곡으로 한발짝 들어 섭니다.
옥녀봉이 곱다랗게 올려다 보이고
오늘은 단풍....
온 계절을 땀흘리며
열매와 씨앗을 잣느라 수고한 모든 초목들 앞에서
그대가 주연으로 무대에 올라와
이렇게 황홀한 잔치로
온 세상을 아름답게 예찬하노니
참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예전 용아와 인사를 나눌 때 가끔 들렸던 이곳...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곳에서 그만 되돌아 가려 합니다.
돌아 서기엔 아직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백담사에서 차를 기다리려면
또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할 것 같으니까요...
내가 돌아 가련다고 하니
더욱 아쉬운 듯
마지막 미소 까지 쏟아 내며
잘 가라 인사를 보내는 수렴동의 선녀님들!~~~~
나도 아쉽긴 마찬가지 .....
다시 또 다음을 기약해야 하겠어요.
모두 들 잘 있어요.... ㅎ
다시 또 수렴동 대피소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
형용할 수 없이 고운 채색 ...
단풍잎과 섬섬 옥수의 반영 !~~~
이렇게 내설악 수렴동은
나에게 못잊을 아름다움의 포옹을 잊지 않았어요.
지난 주일
그 어둠속에서 치루어진
나의 고군분투를 보상이라도 해 주 듯
그렇게 수렴동은
모든 호의를 다 해서
나를 그들의 향연에 따뜻히 초대해 주었어요.
오늘은 이렇게 내설악의 품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힐링을 했어요.
오늘 이곳에 있는 그 누구라도
나와 같은 느낌으로
새로운 생의 활력을 안고 가면 좋겠어요.
이제 또 내년에도
과연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을까요?
다시 백담사 다리가 건너다 보이는군요.
많은 불자들의 마음의 구슬로 꿰어져
결코 허물어지지 않을 돌탑들도요...
다시 백담사다리위에는
백담사 휴게소 마당 까지 점령하는
기인 탑승객들의 행렬이 늘어 서 있어요.
가히 2시간 가까이 지나야
겨우 한 자리 얻어 타겠죠?
그렇게
지난 주에 결행했던
무모한 신흥사 -> 백담사 산행을
오늘에야 마무리 한 것 같아서
후련한 기분이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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