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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사진

백담사와 수렴동계곡 (19- 10월/20일)


지난 10월9일

신흥사에서 백담사까지 다녀 왔으나

봉정암에서 부터는 깜깜한 암흑속의 행군으로

계곡의 물소리와

어둠이 들려주는 숲의 노래와

내 적요함을 달래주는 다정한 하현달과 함께였으니

가을 단풍에 물든 구곡, 수렴동의 풍광에 대한 동경심이 발작하여

기어히 백담사행 산악회 버스에 오르고야 맙니다.


내설악 단풍에 대한 인기를 반영하 듯

백담사행 셔틀버스를 타는데도

무려 1시간 40여분을 기다린 후에야

겨우 승차를 할 수 있었으니 .....


<백담사 입구>


용대리에서 백담사 까지 7.1km를

3~5분 간격으로

아침 7시 부터 계속 실어 날라도

좀 처럼 줄어들지 않는 산행 행렬을

기다리다 못해 걸어서 출발하는 인파도 적잖았는데 ....

(실은 나도 걸어갈까도 망설여 봤지만 .... ㅎ)


<백담사 풍광>


빈틈없이 들어 찬

탑들의 광장 빈자리를 찾아

누군가가

또 다시 정성을 다해 탑을 쌓고 있어요.



<돌아다 본 백담사 다리>


<황장폭포쪽을 향해>


이렇게 맑은 파문(波紋)

그렇게도 지난한 수련(修練)


<단풍잎의 노래>


먼저 흘러 가세요 ... 그대


나는 내 붉은 마음

다 나눠드리고 따라 갈께요.... ㅎ


보잘 것 없는

작은 탑 하나.....


그러나 나는

세상의 등대가 되고 싶어요.


그래요.

쉬어 가세요.


기왕이면

4계절 내내 닦아 올려 놓은

제 가을 제단위


붉고 상큼한 울림의 열매도

안고 가세요.



이제 저는 안녕을 고하렵니다.

하지만 그 안녕은

영원히 오지 않겠다는 안녕이 아니라


또 다시 새로운 다짐으로

서로의 앞에 서겠다는

안녕 이어야 하겠지요.


얼마나 피곤하셨나요.


저는 비록 예수는 아니지만

제 온 마음을 다하여

당신의 발을 씻어 드리고 싶어요.


그대도 언젠가

기회가 되시면

님 정성을 다해

그대 동행님 마음의 발을 씻어드리세요.


더욱 더 깨끗히요!~


바람소리 심상찮은

그 어느 날에는

더욱 더 정성스레요!~


마음의 등대런가

횃불이런가


세월 흐름 속에

헐벗은 듯

가득 채워진 그 모습

호젓 하기만 하다.


그래도 왠지 서러워...


모조리 비워낸다 했건만

그래도 왠지 그리워


이 푸르름 하나만을 안고 흐르려 했건만

그래도 왠지 아쉬워


못다한 푸르름의 꿈


차라리 이 생의 길에

들어 서지나 말았어야 했을 걸...


등에 진 짐 때문에

푸르름이 무색해져요.


등에 진 짐 때문에

비워냄이 쉽지 않네요.



이제 우리 여기 까지 와 있네요.

순간 순간 쉴 곳도 많았었지만

다리 한 번 길게 뻗고

쉴 수 없었던 생의 길에서


우리 이제

오늘 까지의 짐을

모두 정리하여

이 흐름에 맡겨 흘려 보내고


또 다른 짐을 챙겨

위안과 희망의 노래를 합창하며

여행을 떠나요.




자연

그리고 순리

또 그리고 그 고리를 주관하시는 님

감사드려요.


물론 자연에게

우리 인간은 아무 것도 해 줄게 없네요.


사실 자연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고 싶을 거예요.


그에게 아무 것도 못해 주면서

그의 아름다움에 취해

그에게서 감동을 받고

그에게서 위로를 얻고

또 때로는 그를 통해 큰님의 위대함을 깨닫기도 하네요.


먼저 깨달은 사람들은 전해 주네요.


자연을 이용하되

꼭 필요한 양 만큼만 쓰라고,


생명을 위해 쓰려거든

꼭 그 유지에 필요한 양 만큼만

섭취하고 훼손하라고 ....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의지를

최대한 발휘하고 싶어 하네요.


그래서 그 자유의지는 욕망을 부르고

그 욕망은 자기 안전을 넘어

최대의 편안함을 추구하네요.


그 편안함은 더욱 안락함을 추구하게되고

오늘날에는 대규모 개발과 대량 포획 내지 살상으로

우리 인간들은

필요 이상의 자연 훼손을 일삼게 되었네요.


이 모든 것은

인간 위주의 사상에서 비롯된

이기주의 탓이네요.


자연의 질서와

자연의 흐름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이기심, 즉  탐욕!~~~


이제 자연은

인간의 이기심 앞에

신음하며

허접하게 널부러져 있네요.


이렇게 험악하게 변한

자연과의 유대관계로 인해서

인간은 큰 재난 앞에 놓이게 되겠지요.


그래도 아직 까지는

이렇게 고운 미소로 우리들의 감성을 정화시켜 주지만

어느 순간에 모습을 변모하여

우리에게 더 이상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않을 시간이 올 수도 있을거예요.


머지 않은 장래에

자연은 창백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입니다.


석유나 셰일가스, 천연가스등도

모두가 오랜 동안

지구의 몸체를 구성하고 있는 일 부분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급진적인 개발로 인해서

그 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

지구의 몸체는 줄어들고,

그 석유나 가스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에 촉매제가되어

큰 재난의 부메랑이 되어 우리에게 되돌아 오게 될 것이니 .....



<영시암 앞에서>





<수렴동대피소 가는 길>


아, 그랬었구나 ...


지난 주일

그 어둠속의 속삭임은

이렇게 고운 모습을 자랑하고 싶었던

님의 애정어린 초청의 속삭임 이었구나.


그 초청의 속삭임을 거부할 수 없었던

나...


그래서 이렇게 오늘

그대와 함께할 수 밖에 없는 나 .....


그 어둠속을

아픈 무릎으로 힘겹게 내려 오던 나를

더 아름답고 완벽한 모습으로 맞이하고 싶어서

그날은 나에게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았었군요.


고마워요.

설악... 그리고 수렴동의 여신이여...


가을빛을 담소에 담아 갈무리하려는가

수렴동의 심호흡소리가

푸른물에 아롱진 단풍잎새 사이에서

거칠기만 하여라......



<수렴동대피소 부근에서>


세상의 그 어떤 화가의 색채로도 흉내낼 수 없는 빛깔...

그 선물을 안아 든 나는

극치의 행복에 취해 있어요....


그대 .... 내설악이여.



<수렴동대피소>


어느 먼 여름날

그 땀냄새로 범벅이 되었던 허접했던 대피소 안에서

들락거리는 기척에 잠못이뤄

차라리 꼭두 새벽을 떨치고 일어나

바람만 바람만 가야동 골짝바람을 따라 올라 갔던

천왕문 추억!~~


그곳에서 나를 맞아 주던 것은

비박을 한 듯한 한 커풀의 * 한여름밤의 꿈 *의 뒷풀이,

그리고 야영을 하고 떠난 불탄 흔적들 ....

그러나 지금은 그런 모습들은 볼 수가 없겠죠?


<옥녀봉>이 올려다 보이고


얼마 만큼의 세월이 얹혀 있는걸까

검푸른 소

그 세월의 울림이 무섭기만 하다.


<대피소 앞에서>


대피소에서 수렴동계곡으로 한발짝 들어 섭니다.



옥녀봉이 곱다랗게 올려다 보이고


오늘은 단풍....


온 계절을 땀흘리며

열매와 씨앗을 잣느라 수고한 모든 초목들 앞에서

그대가 주연으로 무대에 올라와


이렇게 황홀한 잔치로

온 세상을 아름답게 예찬하노니

참으로 감사하고 또 감사드립니다.


예전 용아와 인사를 나눌 때 가끔 들렸던 이곳...

조금 아쉽긴 하지만

이곳에서 그만 되돌아 가려 합니다.


돌아 서기엔 아직 조금 이른 시간이긴 하지만 

백담사에서 차를 기다리려면

또 상당한 시간을 허비해야 할 것 같으니까요...


내가 돌아 가련다고 하니

더욱 아쉬운 듯

마지막 미소 까지 쏟아 내며

잘 가라 인사를 보내는 수렴동의 선녀님들!~~~~


나도 아쉽긴 마찬가지 .....

다시 또 다음을 기약해야 하겠어요.


모두 들 잘 있어요....   ㅎ


다시 또 수렴동 대피소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



형용할 수 없이 고운 채색 ...

단풍잎과 섬섬 옥수의 반영 !~~~


이렇게 내설악 수렴동

나에게 못잊을 아름다움의 포옹을 잊지 않았어요.


지난 주일

그 어둠속에서 치루어진

나의 고군분투를 보상이라도 해 주 듯


그렇게 수렴동

모든 호의를 다 해서

나를 그들의 향연에 따뜻히 초대해 주었어요.



오늘은 이렇게 내설악의 품에서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힐링을 했어요.


오늘 이곳에 있는 그 누구라도

나와 같은 느낌으로

새로운 생의 활력을 안고 가면 좋겠어요.



이제 또 내년에도

과연 제가 이 자리에 설 수 있을까요?


다시 백담사 다리가 건너다 보이는군요.


많은 불자들의 마음의 구슬로 꿰어져

결코 허물어지지 않을 돌탑들도요...


다시 백담사다리위에는

백담사 휴게소 마당 까지 점령하는

기인 탑승객들의 행렬이 늘어 서 있어요.


가히 2시간 가까이 지나야

겨우 한 자리 얻어 타겠죠?



그렇게

지난 주에 결행했던

무모한 신흥사 -> 백담사 산행을

오늘에야 마무리 한 것 같아서

후련한 기분이네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