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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사진

부산 금정산


2010년 6월10일에 다녀 왔던 금정산......


꼭 한 번 더 가보고 싶었던 차에

마침 동네 한 산악회에서 간다는 소식에

일요일을 틈타 그들과 동행합니다.


내려 갈때에는 4시간 30분이 경과했고

상경할 때에는 5시간 10분이 걸렸네요.

산행 시간은 겨우 3시간 남짓 ....

 

10년 전 그 때에는

동문에서 시작하여

금정산성 능선을 따라

제3망루가 있는 나비바위,

제4망루 의상봉, 원효봉을 거쳐 북문에 이르렀었는데,

오늘은 예전과 같은 들머리인 산성고개에서 하차하여

계곡 임도를 따라 북문 까지 직행한 후

금정산 정상인 고당봉으로 오르는 동선을 그리기로 합니다.


게다가 예전엔 범어사로 날머리를   잡았었는데,

이번엔 원점회귀하는 단조로운 코스여서

산행의 묘미가 상당히 떨어지는군요.


오른편의 봉우리가 오늘 오를 고당봉(801.3m)입니다.


겨울날씨인데도 그리 춥지 않고,

대도시 근교산일 뿐 더러

일요일이라 등산객들이 많은 편이군요.


임도 왼편엔

10년전에 산성막걸리 3병을 샀던 두꺼비 산장

세월의 고단함을 이기지 못하고 후줄그레한 모습이지만

주름진 얼굴에 반색을 띄며

버선발로 달려 나와 맞습니다.

 

고마워 두꺼비산장!~~~

 

- 세월이 많이 흘러갔어도

날 잊지 않고 있었네 .

방가워, 잘 있어!  .... -

 

미륵사쪽으로 갈라지는 이정표를 만나서 조금 헷갈려

지나가는 산객에게 길을 물으니

북문을 향해 올라가야 고당봉으로 오르게 된다네요.


함터면 알바를 할 뻔 했네요.

미륵사 쪽으로 갈까 했었는데 ........

산악회에서

주어진  시간이 겨우 3시간이라

타이트하게 움직여야만 할 것 같아요.


왼편엔 고당봉,

그리고 오른편으론 긴 날개를 펄럭이며

범어사를 안아 주려는 포즈를  취하는 유려한 능선이

여늬 훌륭한 설치 조각가의 작품 같군요.


이제 북문이 저만치서

화려하지 않지만 순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 옵니다.

 

여기 까지 오느라 수고 많았다구요..... ㅎ


나도 그대들이 보고 싶어 안달이 났었다고

가만히 전음으로 속삭여 주었어요.


정말 나는 여기 들머리에 당도할 때 까지만 해도

금정산의 이모 저모를 다시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무척 행복한 감상에 젖기도 했었는데,

막상 오늘의 코스가 내 예상과는 엉뚱하게 빗나가서

크게 실망하기도 했었네요.


오늘은 계곡을 따라 개설된 임도를 따라 올라 왔지만

10년전 그날엔

동문쪽에세 금정산성을 따라 걸었어요.

 

물론 산성길은 능선이어서 풍광도 뛰어 났고.

제3망루, 제4망루등 역사의 흔적이 묻어나는

산행길이어서 좋았었는데 ............. .


아!~~ 10년전

동문에서 부터 범어사 까지 동행했던

암수술 6개월째 투병 중이었던

예의 그 모라동 젊은 처자는 건강을 온전히 회복했을까?

 

부산에서 살고 있지만

금정산이 처음이라

나에게 의지하여 산행을 감행했던    그녀 ....

 

범어사 주차장에서

단 몇시간 만의 만남과 헤어짐을 아쉬워했던 우리...

 

그녀에게 부디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오늘도 새삼 마음 깊히 빌어 봅니다.

 



북문에서 고당봉을 향하여 ....


마음을  닦으라는 우물이군요.

 

그러나 어찌하나요.

마음을 닦았다 생각하고 되돌아서면

또 다시 스멀 스멀 스며드는 세상의 티끌들 ...

끝없는 고뇌와 끝없는 기도 ,

그것만이 나를 구해줄 최선의 무기로군요.

 

세심정 윗쪽으로는 눈이 많이 내렸나 봐요.

 

아 그랬었군요.

어젯밤 법무사사무장 동네 후배가

금정산에 발목을 덮는 눈이 내렸다 하기에

부산에 무슨 눈이 그렇게 많이 내렸겠냐며 코웃음을 쳤었는데,

제가 크게 잘 못했군요.....  ㅎ

 

고마워요,

고당봉 신령님.

그렣게 하얀 눈을 불러와

저의 산행을 축하해  주셨군요.... ㅎ

 

물론 시린  손 불어가며

근사한 눈사람을 만들어

이렇게 바위위에 사뿐히 올려 놓은 님께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내려놓습니다.


 

고당샘에서 올려다 본 고당봉 ...


 


악어인지 눈을 지긋히 감은 맹수라 불러야 좋을지 모를

꿈꾸는 듯한 바위 하나 ...

 

내가 오늘 오르지 못한

원효봉의상봉을 향하고 누워

내 아쉬움을 대신 표현해주고 있는 듯해요.... ㅎ


 

멋드러진 바위 위에

품위 있는 소나무 한그루.....

 

바위와 소나무는

언제 어디서나 너무 잘 어울리는 커풀이긴 하지만

이 커풀은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네요...


고당봉 윗쪽의 바위군들을 올려다 보며 걷습니다.


한겨울 이지만

더  없이 따사롭고 평화로운 금정산 ...

 

저 아래 돌무더기 중

아마도 두번째 무더기에

금샘이 있을 것 같네요.



이제 또 하나의 작은 굽이를 돌아 갑니다.

산 굽이가 되었건

강물 굽이가 되었건

그렇게 또 한 굽이를 휘돌아 갑니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도전이 되었건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추억과 회상의 길이 되었던 간에

주어진 시간을 아름답게 채색하며

내 생의 화가가 되어

콧노래를 부르며 또 한 굽이을 휘돌아 갑니다.


가까스로 인증샷 한 컷을 얻고 나니

고당봉 뒷견의 양산시가지가

자기 모습도 한번 돌아 보고 가라고

제 귀를 잡아당깁니다.

그래 알았어,

그대 생각을 미쳐 못했었네 ...

통도사도 잘 있겠죠?          

 

고당봉을 내려 오면서

아쉬움에 다시 한번 뒤돌아 봅니다.


 

코뿔소바위, 고릴라바위

명품바위들이 많이 모여 있군요.


하산길에

명품소나무가 다시 한번 더 저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그리고 금정산과 그 산성금샘을 보호하는

수호신 바위 하나


자는 듯 꿈을 꾸는 듯

늠름하고 사랑스럽다 .

 

고당샘에서 금샘을  만나러 작은 능선을 넘습니다.

 

범천(梵天)의 금빛 물고기가

오색구름을 타고 내려와

바위 우물에서 노닐었으니

그 바위 우물을 금정(金井)이라 부르고,

범어사금정산도 모두 그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하네요.


이 바위를 올라야

금샘을 볼 수 있어요.


금샘에 이르는 길은

지난밤의 강설로 인하여

질펵거리기도 하고 곳곳이 미끄럼판이 되기도 했군요.

 

그리고 바위가 오르기 힘들어

밧줄을 타고 올라야 하네요.

 

금정(金井: 금우물)

금샘에서 바라 본

북문원효봉, 의상봉

 

우물이 얼었어요.


 

금샘은 다가 서기가 상당히 어려워요.

저는 금샘을 담고 바위에서 내려오는 중

바위에서 미끄러져

손바닥에 깊은 상처를 입었어요.

 

밧줄을 이용했는데도 말이죠.

 

그러고 보니 산행중 입은 부상이 상당히 많았네요.

 

토왕성폭포 등정중

토왕우골과의 합수지점의 바위에서 사진 촬영을  하다가

뒤로 넘어져 꼬리뼈를 다쳤고,

5년전 쯤엔 공룡능선 1275봉 정상부분에서 넘어져

엄지손가락 끝을 다쳤는데

아직 까지도 그 수술한 부분이 가끔 저려요.

 

이제 부턴 정말 조심해얄 것 같아요.


왼편에 고당봉이 올려다 보이고,

오른편엔 이름하여 강아지바위가 다소곳히 앉아

점점히 박혀 있는

보석 같은 바위군들과 금정산성의 유려한 자태와

저를 위시한 산객들의 미소의 꽃무리를 내려다 보고 있네요.


이제 다시 북문에 이릅니다.

원효봉제4망루의상봉동문으로 이어지는 능선 ....

그리고 부채바위나비바위와 그 경사면에 어우러진

수려한 바위군들과 소나무들의 그지 없는 앙상블 ....


언젠가 꼭 한번 다시 와 보고픈 금정산 ...


북문에서 바라본 고당봉


추억의 완벽한 재현이 아니어서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아늑한 그대의 품안 .....

지난 밤

하얀 눈 까지 데려와 내 앞길을 축하해주다니 ...

얼마나 고마웠던지 ..


산행후 호수가든이란 식당에서

오리백숙에 산성막걸리로 시장끼를 떼웁니다.

10년전 e목요산악회의 그 님들은

지금은 모두들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산 나그네는

지난일이 언제나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