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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도봉산(2)

 

올 추석은 날이 맑아

오랫만의 도봉산 산행이 축복받은 듯 하네요....

 

멀리 오봉능선 북한산 산그리메가 선연합니다.

 

Y계곡의 양옆엔

큰 바위 아래 작은 바위 하나씩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지나 온 사패능선과 포대능선 ...

 

Y계곡 정상부 바위에서 내려 서려면

이 작지만 수많은 사람들의 손때 묻은

나뭇가지를 잠간이라도 붙잡고 내려서야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작은 나뭇가지!~~~

 

 

 

좀 더 멀리 떨어져 자운봉 아래에서 건너다 보니

Y계곡의 형태를 더욱 자세히 볼 수 있어요.

 

 

자운봉

 

Y계곡 .....

정말 스릴 만점의 릿지 구간이군요.... ㅎ

 

 

 

 

신선대에서 건너다 본 오봉능선과 북한산 ...

 

사패산 뒤로 양주의 불곡산도 아련하고,

오른편 가까이로는

Y계곡의 모습이 참하게 눈에 아른거려요.

 

신선대에서 내려다 보니

만장봉과 선인봉의 정수리 부분이 잡혀요.... ㅎ

 

내 나이 열 여덟인가 아홉쯤 됐을 때

난 무조건 이 자운봉 올라 보겠노라고 맘먹고

신선대와 이어진 자운봉의 틈바구니를 타고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정상 약간을 남기고서는 도저히 오를 수가 없어

도로 내려 오려니

무더운 여름날씨라 고무신 바닥이 미끄럽기도 하고 두려움이 앞서

고무신을 벗어 아래로 던져 놓고

사생결단을 하고 바위틈바구니를 타고 내려 온 적이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왜 그처럼 무모한 행동을 했을까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아요.

만일 그때 큰 사고라도 났다면

지금의 내가 어떻게 됐을까?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요.......  ㅎ

 

오봉과 여성봉을 잇는 송추남능선과

북한산 사이의 길다란 능선을 상장능선이라 하는데,

나는 아직 한 번도 오른적이 없는 능선이네요.

2006년에 통행금지구역에서 풀렸는데 말이죠........  ㅎ

 

가운데 오봉이 쪼고맣게 뵈이고

오른편 끝에 여성봉 역시 아주 자그맣게 서 있어요.

 

안녕!  Y계곡 !~~~

그대를 언제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신선대에서 내려와 디리를 건너오면서

그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 봅니다.

 

내가 도봉을 사랑하는 것은

자운, 만장, 선인 뿐만이 아니고,

또한 바로 그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네....

 

멀리 683봉과 오봉이 건너다 보입니다.... ㅎ

 

도봉의 바위들은 하나 같이

훤칠하고 미끈한 미인의 형상입니다.

 

게다가 늘푸른 소나무 의상들은

또 얼마나 뛰어난 앙상블이던가요?

 

돌아 보니

신선대 위에서는

아직도 많은 산객들이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군요.

 

 

 

아름다워라!

도봉의 숨결이여!

그 살결이여!

거기에 기대어 가슴으로 울려 퍼지는 노래를 부르며

훠이 훠이 그 산자락을 휘돌아 가고 있는

천국의 나그네여!~~~~~

 

멀리에 우이암!

 

오, 이 얼마나 환상적인 아름다움이더냐.....

여기 이 조화로움을 전개해 놓으신 님이시여!

당신을 칭송하나이다.

 

이 어리석고 작은 미물에게

이처럼 커다란 선물을 안겨주시니,

감사하고 또 감사드리나이다.

 

이 세상 어떤 말이나 글로도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작품 ...... 그대 도봉이여!~~

 

이제 오봉이 다가 섭니다.

해는 어느 덧 서편으로 뉘엿 뉘엿합니다.

 

북한산 인수봉과 백운대도

손을 뻗으면 잡힐 것 처럼 지척으로 다가와 섯습니다.

 

언젠가 걸었던 우이암과 능선이 내려다 보이고,

여기서 우이암쪽으로 조금 내려서면

오봉이 지척에서 올려다 보이는 오봉샘터에 이를 것입니다.

 

지난날의 일들이 아스라히 떠오르는

낯익은 지형들이군요...

 

오손 도손 정다운

오봉이 손짓합니다.

 

올라가 보고 싶은 암봉을 옆에 두고,

늦은 시간 탓을 하며

오봉쪽으로 직행합니다.

 

요기서 송추주차장이 표기된 이정표를 따라 갈까 하다가

오봉을 향해 올라갑니다.

 

이제 곧 해가 질 것이기에

마음이 다급해집니다.

 

단풍의 시절을 알리는 한그루의 단풍나무가

도봉산 단풍의 아름다움을 예고해 주는 듯합니다.

 

 

도봉이 넓은 가슴을 열고

나를 자기 품으로 강하게 끌어 당깁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의 품에 안겨

그와 함께 한 화면에 응고되어

석양녘 가을하늘 끝으로 날아갑니다.

 

북한산과 그 앞의 상장능선 한 부분

 

가을 석양빛 아래 오봉...

 

오봉,상장능선, 북한산 ...

 

어느 집 귀공자들이런가

 

도에 통한 신선들이런가?

 

초연한 그 모습이 구원의 소리를 안겨주노니!~~

 

여성봉

 

여성봉에서 바라 본 오봉 ...

 

북한산 인수봉 뒷편에 숨은벽도 보이네요........

 

보고 또 봐도 정겹고

마음을 가다듬게 만드는 오봉 ...

 

 

가운데 상장능선 계곡진 길을 따라 우이령길 ...

 

수년 전 미리 예약을 하지 않고 통과 시켜주기를 애원했으나

끝내 경비병에게 거절 당하고 쫒겨나 듯 되돌아 서 왔던

우이령길!~~

 

 

안녕, 오봉,...

그리고 여성봉 ..

 

 

여성봉 ...

안녕!~~

 

멸리 왼편에 사패산...

정말 멀리서 보니

꼭 가지고 노는 놀이개 같아요.

임금님이 귀여운 공주에게 물려준 예쁜 놀이개!~~

 

서녘 노을이 여성봉 산자락 허리에 부서집니다.

 

어느새 사패산이 가까이 다가와

다정히 어깨를 다독이며

어제 오늘 너무나 방가웠노라며

얼굴을 부빕니다....

 

 

해가 완전히 지고난 후 송추계곡으로 하산을 완료합니다.

종일 빵 한조각으로 긴 산행을 마치니 갑자기 허기가 몰려 옵니다.

 

송추계곡 시냇가

어느 초라한 구멍가게 건너편 천변 간이 쉼터

남루한 의자와 탁자위에

그 구멍가게에서 사 온 캔맥주 하나와

오징어 육포, 그리고 간단한 다른 안주로 나 홀로의 만찬을 즐깁니다.

 

추석 보름달이 저으기 나를 내려다 보며

미소를 보냅니다.

 

오, 보름달님.....

이렇게 좋은 날 나를 찾아 와 주어 고마워!

이리 내려와 나와 한잔 어때요?

 

나도 씽끗 그를 올려다 보며

미소를 보냅니다.

~~~~~~~~~~~~~~~~~~~~~~~~~~~~~~~~~~

어둠속에 물어 물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합니다.

드넓은 송추계곡 입구의 식당들에 손님들이 가득차서

왁자지껄 합니다.

 

특히 *방태막국수*란 식당에 손님들이 많이 몰려 있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메밀국수집 일 거 같아

오늘은 안되겠지만 어느 날엔가 한 번 쯤 와 보고도 싶어지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