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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설악 - 안산과 십이선녀탕

 

2018-9-30 일요일

설악산 서부능선상의 맨 꼬리 부분인 안산을 찿아 나섭니다.

 

공룡능선상에서도,

대청중청소청봉설악의 그 어느 곳에서도

우리의 시야를 거의 벗어나지 않는 안산 .....

 

설악을 한송이의 꽃이라 하면

그 꽃봉오리의 제일 바깥 부분,

피부의 역할을 하는 서부능선...

 

그 능선의 제일 말미에 우뚝 서서

외부의 위협으로 부터 꽃송이 전체를 보호하고 있는

막중한 역할에 충실하고 있는 안산!

이 가을 꼭 한 번 만나 보고 싶었던,

그대와 십이선녀탕 ....

 

내 마음은 그저 설레이기만 합니다.

 

곱게 물든 단풍잎 사이로

가리봉이 정겹고 ......

 

대승폭포에서

 

2개월전인 7/29일에 다녀왔을 때에는

폭포에 물이 거의 없었는데,

오늘은 그래도 실낱 같지만 물줄기가 희미하게 보이네요......  ㅎ

 

대승령으로 오르지 않고

비탐방 길을 이용합니다.

 

지난 7/29일 한계령에서 부터 시작한 서북능선 탐방 때는 

대승령에서 장수대로 하산하였으니

오늘은 딴길을 택하고 싶어서죠.

 

고도가 높아지니

예쁜 단풍나무들이 빨간 옷으로 갈아 입고

산뜻하게 인사를 합니다.

 

만고풍상을 겪은 나무 한그루 ....

그가 마음에 걸려요.

 

사람도 저 나무 처럼

속이 문드러지고 상처투성이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많을 것 같아요.

 

흔히들 말 하듯이요.

* 내가 살아온 얘기를 책으로 쓰면

몇권을 써도 다 못쓸거예요.*라고요.

 

대승령을 우회하여 오르는 길에

자기 열정을 주체치 못하고 불타오르는 단풍잎들!~~

 

 

뒤돌아 보니

가운데 멀리 귀때기청봉의 당당한 모습이 보이고

그뒤 더 멀리에 중청과 그 왼편으로 공룡능선의 모습도 보입니다.

 

아직도 제빛을 잃지 않고

단풍과 더불어 정오의 햇볕을 즐기는 산부추꽃

 

안산에 이르기 전에

안산 보다 조금 낮은 봉우리 하나.....

안산을 조망하기에 아주 좋은 위치로군요.... ㅎ

 

이 봉우리가 1398봉 ...

그리고 이 아래 옥녀탕에서 부터 이곳 까지 이어진 암능을

한계산성 릿지 부르는군요.... ㅎ

 

1398봉 오른편 어깨 너머로 안산

 

잘 익은 붉은 열매가

자랑스런 미소를 보내와요.

 

인생에서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자기로 부터의 승리를 자축하는 듯

그렇게 자랑스런 미소를요...... ㅎ

 

1398봉에서 건너다 본 안산

 

 

 

안산은 단풍의 절정기에 들어섰군요.

 

설마 했던 설악바람꽃

아직도 날 기다려주고 있어요.

 

*고마워, 설악바람꽃!

아침 저녘으로 영하에 가까운 날씨인데도

그 모진 추위속에서 날 기다려 주어서 너무 고마워!~~*

 

1398봉 자기의 품속에

아기자기한 예술품 같은 작은 암봉들을 꼬옥 붙안고

세상 밖으로 알려지기를 꺼려하고 있는 듯해요.

 

세상에 내어 놓으면

누군가가 금새 나꿔 채갈 것 같은 가 봐요... ㅎ

 

청초한 가을 들국화 가족들이

겨울을 날 채비들을 논의하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겨우 2~3번 정도 올랐었고,

늘상 먼발치로만 눈도장을 찍고 돌아 서야만 했던 안산...

오랫만에 그댈 만나게되어 정말 기뻐 ....

 

게다가 지금도 출입이 금지된 지역으로 남아 있어

오늘도 겨우 겨우 어렵사리 그대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네.

그래서 더욱 방가웠고 ........

 

회목나무도 잎을 모조리 떨구고

보석인양 붉은 열매만 소중하게 매달고 있네 ....

 

한편의 정물화를 보듯 정갈한 정경 ...

내 마음속의 정경들도

이런 아름다움으로 채워지고 있는걸까.

 

Clean-cut ..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단정해 질 듯

깨끗히 잘려나간 바위들의 정렬 ...

 

마치 수도승이나 사제의

마음 가짐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하니 ....

 

천상의 치맛자락을 펼쳐 보이시나요.

그리운 이여!~~~

 

그대 마음의 그리움을 자락 마다에 새겨 넣고

그렇게 치맛자락을 펼쳐 날려 보이시나요.

그리운 이여!~~~

 

이제 내 그리움이거나

또는 어떤 형태의 기다림이거나,

그런 내 마음속의 응어리들을

이제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시간...

 

그래서 지금 이 시간은

내 그리움과 기다림의 마그마들이

화산꽃으로 피어나는 열반의 시간!

 

나는 그저 조용히 말없이

그 꽃속으로 날아 들어

흔적없이 사라지다.

 

Clean-cut 바위의 뒷면,

 

화산꽃 속에서 나는 사라지고,

그리운 얼굴 몇 낱

그 꽃속에 씨방으로 자리를 틀다.

 

솔이끼

 

천상의 치맛자락을 접으니,

아! 하나의 선,

 

그 가느다란 하나의 선은

얼마나 무한한 공간을 접어 두고 있는걸까,

 

* 단 한 번만이라도

펼쳐진 그대의 치맛자락을 보고 싶어! *라고

마주 선 가리봉이 말을 걸어 보지만,

입을 꼭 다물고 대꾸도 하지 않는 치마바위!~~~

 

비록 넓지 않고,

또 길지도 않은 자그마한 암능이지만

모든 아름다움을 간직한 천상의 치맛자락 바위 능선....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어

너무 감사하네 ......

 

지나 온 1396봉 ..

 

옥녀탕한계고성에서 부터 이곳 까지의 암능이

한계산성릿지네요.

 

 

 

 

 

 

 

 

최정순대장, 김철균, 닉켈, 수현, 호랑가시, 후레지아.

또순, 다람쥐대장,... 김교욱님은 촬영하느라 참여를 못했군요.... ㅎ

 

 

 

철이 늦었는데도

안간힘을 쓰며 제빛을 잃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는 쥐손이풀.....

 

가엾어라. 하지만 가상하여라 .

아름다운 생명체여!~~~

 

 

 

이제 안산  홀로 뒤에 남겨두고

무심한 나그네가 되어

십이선녀탕을 만나러 비탈길을 내려갑니다.

 

아쉬움을 떨쳐버리지 못한 나의 뒷모습을

나뭇잎 사이로 물끄러미 바라 보고만 있는 안산

그렇게 믿어울 수가 없습니다.

 

언젠가는 또 다시

멀리 공룡능선상에서, 또는 소청봉이나 마등령에서

멀리서 나마 그댈 바라보며 그리움에 잠기겠지!~~~

 

 

십이선녀탕 내려가는 비탈길에도

단풍이 절정을 달리고 있어요.

 

 

 

이제 빛바랜 금강초롱 하나가

내 마음을 짠하게 합니다.

 

그에게도 자랑스럽게 빛나던 한 때가 있었거늘!~~

 

 

여름날엔 그처럼 자랑스럽고 탐스런 꽃황새냉이

개울가에 흐드러지게 피었었는데,

지금은 찾아 보기가 쉽지 않네요.

 

 

폰카로 담았는데도

일반 카메라에 비해 별로 손색이 없네요......  ㅎ

 

 

이곳 십이선녀탕계곡은 비록 설악의 변방일지라도

주위의 암봉들의 위용은

그 어느 곳의 암봉들 보다 못하지 않네요... ㅎ

 

두문폭포에 이릅니다.

 

두문폭포

 

 

연이어진 폭포들의 모습

 

 

용탕(복숭아탕)

 

복숭아탕(용탕)에서

 

배초향 군락

 

폭포들의 경연이 장관입니다.

 

어쩜 다시는 그대를 만나러 올 수 없을지도 몰라

그래서 더욱 애착을 가지고 다녀 왔던

안산, 그리고 십이선녀탕!~~

 

2015년 6월 다녀 왔으니

만 3년 4개월만의 만남이었네요.

아직 비탐방지역이라는 표식을 달고 있어서

아주 조심그럽고, 죄인 처럼 주눅이 들어서 다녀 왔던 시간들이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안산!~~

그리고 십이선녀탕!~~

함께한 시간들이 너무나 행복했어요.

잘 있어요. 사랑해요.

그 아름다운 들꽃들과 함께 영원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