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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2018-06-05 - 설악산(오색 - 대청봉 - 신흥사)

 

 

 

2018-06-05일

정말 오랫만에 평일에 쉴 수 있는 기회가 찿아 왔어요.

그래서 오늘은 이 천금 같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타가

설악산을 오르기로 합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무작정 동서울 터미널로 향합니다.

마침 6시30분에 오색을 경유하는 첫 버스가 있기에

9시40분 부터 산행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산악회가 성행하지 않았던 25여년 전에는

주로 산행 전날 밤 서울을 출발하여, 설악동이나 속초에서 숙박을 하고

다음날 새벽에 공룡능선을 돌아 도로 설악동으로 내려 오거나

백담사로 내려가기도 했었지만,

산악회들이 늘어나면서

당일로 마무리 하기가 힘든 코스들은 무박산행(밤11시 쯤 서울 출발)으로

오색이나 한계령, 용대리, 설악동에서

설악산 출입이 시작되는 새벽 3시 부터 산행을 시작하는 게 보통이었고,

낮이 긴 기간에는 조금 무리이기는 하지만

종종 당일로 공룡능선을 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실 오늘 같은 날은

공룡을 염두에 두어 보지만

거의 불가능하리란 생각으로 산행에 임합니다.

아침 9시40분경

오색 탐방지원센타를 출발합니다.

 

주로 어둠이 걷히지 않은 새벽에 걸어 올라 갔던 이 길을

오늘은 오랫만에 상쾌한 아침에 걸으니

기분이 정말 좋아요.

 

이 계곡을 따라 오르면

독주골 거쳐 독주폭포에 이를 것입니다.

 

독주폭포

 

2014년 8월에 올랐었군요....... ㅎ

 

이곳에 이르려면

백장폭포, 천장폭포, 만장폭포를 거쳐야 합니다.

 

그리고 독주폭포 위로는

서북능선상의 끝청 아래에 맞닿아 있어요.

 

평일이어서 등산객들이 많지 않군요.

 

덜꿩나무꽃

 

열매는 붉은빛으로 9월에 익어요.

 

오색 <->대청간 5Km의 중간 정도에서

설악폭포의 흔적을 발견하니

무더위가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ㅎ

 

물론 폭포의 굉음은 벌써 20여분 전 부터

힘들게 오르는 저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충분했었지만요.

 

 

흙이 패어 없어지고

앙상한 통나무만 있으니 오르기가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두루미꽃

 

하지만 7부 능선 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 갖가지 꽃들의 미소로 하여

피로감은 반감되고,

꽃들과 눈맞춤하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합니다.

 

시닥나무꽃

 

단풍잎 닮은 시닥나무

그대 일가(一家)들은 이미 제 갈길로 떠난지 오래건만,

어찌 그대는 아직도 그리 고운 미소를 지으며 

시간의 강을 건너지 않고 나를 반겨주는가?

 

고맙기만 한 시닥나무꽃!~~~

 

대청봉이 가까워지니

아직도 철쭉꽃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듯하군요.

 

붉은병꽃도 탱탱한 볼을 자랑스럽게 내밀며

입맞춤 한 번 하고 가라고 조르구요..... ㅎ

 

연산홍(연분홍 철쭉)

 

그대 마음속 까지 훤히 내 보이며

이렇게 자연 따라 살아가라고,

조용하지만 강렬한 전음(傳音)이 들려와요.

 

나비나물

 

매자나무꽃

 

샛노란 황금빛 꽃....

그러나 매서운 비장의 무기, 가시로 무장하고 있으니

접근은 조심해서 해야겠죠?

 

화채능선이나 양폭 옆의 망경대로 가려면

철쭉꽃 뒷편의 능선을 따라 내려가야해요....

 

고산지대에서나 볼 수 있는 종덩굴도 피었군요.... ㅎ

 

노란 민들레들은 이제 엄마품을 떠나

어디론가 멀리 멀리 날아가

새 보금자리를 마련할 낌새인데 ...

 

언제 세워졌을까?

저 초소는!~~~

 

아마도 화채능선으로 진입하려는 산꾼들을 제지하려는

공원관리공단측의 통제소인 듯하네요....

 

대청봉에 12시 정도에 도착해야만

공룡능선을 넘을 수 있는데,

1시 5분전 쯤에 도착합니다.

 

이래 가지고서는 공룡을 넘기는

도저히 불가능해 보입니다.

 

오늘 속초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 까지 가야하는뎅..... ㅠㅠ

 

불과 5Km를 3시간15분에 오르다니....

이제 나도 체력의 한계를 실감합니다.

 

오늘은 다행히 정상석이 붐비지 않아 인증샷을 남길 수 있네요...... ㅎ

 

붉은병꽃 중청봉

 

이제 중청대피소를 향해 조금은 지친 다리를 옮겨 놓습니다.

 

예전 같으면 이 주변에

송이풀설악바람꽃등 다양한 야생화들이 다투어 반겨줄 법도 한데

아직 제 철이 안되어서 인지

잔뜩 기대했던 녀석들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아

오늘 따라 조금은 쓸쓸한 여정이네요.

 

그렇군요.

시기적으로 이 6월은 봄꽃과 여름꽃의 경계지점으로

꽃들도 잠시 자신들의 향연을 점검하고 휴식을 취하나 봐요.... ㅎ

 

만주송이풀

 

만주지역에서 주로 자생하는 송이풀인데

대청봉을 위시한 설악산강원도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아이들도 있다하네요.

 

일반적으로 송이풀류는

8~9월에 꽃을 피우는 것이 정상인데,

만주송이풀은 추운지역에서 자라는 DNA를 가지고 있어서일까?

송이풀에게는 이른 계절인 6월의 초순에

중청대피소로 향하는 내 발길을 연노란 나래로 붙안고

지난 겨울, 설국에서의 고행을  애증의 눈빛으로 들려 주네요.

 

이제 중청대피소를 지나 중청봉 언저리에서

중청대피소대청봉을 올려다 봅니다.

 

<중청 언저리에서>

 

귀때기청봉을 가운데 두고

왼편으로 가리봉, 그리고 오른편에는 안산

마치 귀때기청봉의 양쪽 귀때기 처럼 쫑깃하군요..... ㅎ

 

봉정암용아장성릉가야동계곡을 내려다 보며....

 

용아장성릉을 가운데 두고

왼편으로 수렴동계곡, 오른편에 가야동계곡

 

소청봉 끝자락 뒤로 공룡능선 한쪽 끝인 마등령,

그뒤로 황철봉, 맨 마지막에 북설악이 의젓하네요..... ㅎ

 

화채능선(화채봉칠성봉)에서 천불동계곡에 이르는 봉우리들의 집합체....

 

그 숱한 봉우리들은

우리에게 얼마나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봉우리들이든가요?

 

소만물상, 집선봉, 망군대, 작은형제봉, 큰형제봉, 별길릿지,

칠성봉릿지, 그리고 만경대 주변과 , 음폭, 양폭, 천당릿지의 봉우리들....

이루 일일이 거명하지 않아도 그 하나 하나가 특별한 의미로 다가 서는

설악의 암괴의 면면들이

멀리 측면에서 보면

한 평면위에 아무렇게나 그려진 한장의 조잡한 돌덩어리 그림으로 보이지만

이렇게 위에서 내려다 보니

그들이 오롯히 찾이하고 앉은 모습들은

신께서 최고의 명품을 축조하기 위한 최선의 조감도라 여겨져요. ......ㅎ

 

화채능선 아래 설악산 한 부분만의 봉우리들이 이러할 진데

공룡능선 양기슭, 용아장성릉 양기슭, 토왕골 주변의 릿지들,

서북능선상의 양 기슭과 남설악 오색 흘림골가리봉,

그리고 북설악의 봉우리들 까지 더한다면

그 규모가 얼마나 놀라울 정도로 크던지요? .....

 

소청봉 이정표

 

가운데 신선대가 내려다 보이고,

신선대와 마주한 범봉, 그리고 범봉 뒤 저 멀리에

울산바위와 그 오른편에 한마리 범이 웅크리고 앉아 있는 듯한

달마봉의 모습도 보입니다.

 

달마봉은 아직 출입통제가 풀리지 않고

1년중 6월경에 한 번씩만 출입이 허용되네요..... ㅎ

 

오른편이 신선암봉, 왼편 끝이 신선대...

신선대에서의 공룡능선 조망이 환상이죠.

2년 전에 이 신선암봉릿지 중간쯤에서

칠형제봉릿지를 돌아 보기 위해

용소골 상단으로 내려 갔었네요.... ㅎ

 

공룡능선의 위용

 

공룡능선의 중심부,

왼편에 1275봉, 가운데 범봉, 오른편에 신선대

 

회운각으로 내려가다가

잠간 왼편 기슭의 바위를 담아 봅니다.

 

봉정암 뒤편으로 이어져서 가야동계곡으로 떨어지는

능선 어디쯤인가로 여겨지네요....  ㅎ

 

공룡능선의 중심부

 

붉은인가목

 

서북능선귀때기청봉 인근에서도,

청옥산 정상 부근에서도

자주 조우하게 되는 다정스런 꽃.

 

신선암봉

 

 

희운각(무너미고개) 전망대에서 바라 본 가야동계곡

 

지난 여름

생애 처음으로 들렸던 가야동계곡....

그 감흥은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어요.... ㅎ

 

무너미고개 전망대에서

 

화채봉, 신선암봉, 천당릿지를 배경으로

 

이곳 무너미고개에서 잠시 머뭇거립니다.

공룡능선을 넘어야할 지 말아야할 지!~~~

 

그러다가 도저히 시간상 안될 것 같아서

오늘은 신선대에서 인사만 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로 합니다.

 

<신선대 가는 길>

 

신선암봉 릿지를 올려다 보며...

 

멀리 서북능선상의 귀때기청봉

앞쪽으로 용아장성릉이 역광속에서

베일을 쓰고 맞이합니다.

 

가야동계곡을 사이에 두고

공룡능선의 한 부분과

멀리 왼편 윗쪽 모서리에서 손짓하는 안산의 모습이 아련해요.

 

언제나 꿈속에서라도 그리운 공룡능선

 

범봉

 

저 건너편으로 유선대와 장군봉,

그 앞으로 천화대, 잦은바윗골, 칠형제봉,용소골로 이어지는

외설악의 또 한 심장부

 

범봉을 위시한 천화대릿지 일대는

가히 *하늘에 피어 있는 꽃*이라 칭해도 전혀 손색이 없는

적절한 표현인 것 같아요.

 

섬세하고 부드럽기 가이없는

큰님의 시간의 손길!

그리고 그 예술혼!~~

 

가까이서 대청봉을 다시 한 번 안아 봅니다.

 

<고광나무꽃>

 

6월초에 정선 두위봉에서 만났던 그대!

 

언제나 이 시기에

무너미고개 아래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그대를 생각하며

이 길을 지나간다오...

 

함박꽃

 

언제나 넉넉하고 여유롭고, 부드러워

그 품에 풀석 뛰어들어 안기고픈 그대!~~

 

신선암봉 릿지의 현란한 자태

 

<신선암봉, 천당폭포쪽>

 

보면 볼수록 현란하고 유려한 그대의 모습...

그 어느 작품에 견줄 수 있으랴!!~~

설악의 면면이여!~~

 

 

<천당릿지>

 

이제 천당릿지 아래에 이릅니다.

 

<천당릿지>

 

<천당릿지>

 

지난 해(2017년 9월)에 거닐었던 천당릿지길

딱 한 번이었지만

정말 아름다운 환상의 순간들이었어요.... ㅎ

인가목조팝나무

 

인가목조팝나무두루미꽃이나 풀솜대 같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것 같아요.

음폭천당릿지 제1봉 모습

 

무명폭포

 

무너미고개 아래 첫 폭포

양폭상단에서 천당폭포 상단까지

두꺼운 철망이 덮혀 있군요.

아주 잘한 일 같아요.

 

작년 설날이었던 것 같군요.

천당폭포 협곡 난간 다리위를 걷는데

갑자기 내 바로 뒤로 절벽위의 눈더미가 쏟아져 내려

하마터면 그 눈사태에 깔릴뻔한 아찔했던 순간이 있었거든요.... ㅎ

 

<천당폭포 천당릿지 제1봉>

<양폭 <-> 천당폭포 사이의 협곡>

 

협곡 철계단 왼편으로 천당릿지

양폭부근만경대

양폭에서 천당폭포로 오르기 위해서 놓여진 철계단...

이 보조 철계단이 없었다면

천당폭포에 이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협곡 양편의 직벽에 가까운 단애가 보여주고 있네요..... ㅎ

 

시리도록 맑고 푸른 양폭

<양폭대피소쪽에서 바라 본 음폭골>

 

왼편은 만경대

 

<인가목조팝나무꽃>

<양폭산장에서 오련폭포>

 

<양폭산장>

<양폭대피소에서 바라 본 양폭 모습>

 

<양폭대피소에서 바라 본 별길릿지>

 

*, 별길릿지 -만경대에서 칠선골 입구 까지의 암릉

 

<별길릿지 일부>

 

<오련폭포 상단>

 

<칠형제봉릿지 일부>

<오련폭포 상단의 별길릿지>

 

별길릿지는 전면과 오른편

칠형제봉릿지는 왼편 .....

 

<별길릿지>

<별길릿지>

 

<오련폭포 하단의 칠형제봉릿지>

<칠선골입구의 암봉>

 

<귀면암 이르는 칠성봉릿지>

<귀면암 이르는 칠성봉릿지>

<왼편은 칠성봉릿지, 오른편은 칠형제봉릿지>

 

<귀면암>

 

<귀면암쪽을 뒤돌아 보며... 왼편은 칠성봉릿지>

<칠형제봉릿지>

 

<가막살나무꽃>

 

비선대 다리에서

 

비선대에서

<소만물상>

 

<Kissing-Rocks>

 

이코스로 산행을 마무리하게 되면

언제나 이 바위와  인사를 나눕니다.

 

다정스럽지 않나요?

이 귀여운 두 아이의 키스-씬이 .......

산행 끝머리의 이 신흥사로 향하는 길과,

영시암에서 백담사까지 가는 길은 왜 그리 멀게만 느껴지는지!~~~   ㅎ

 

아마도 피로감이 쌓인데다,

심정적으로도 빨리 끝내고 싶은 갈망이 앞서기 때문이리라....

<봉화대릿지 권금성>

 

황혼녘에 아직도 권금성을 오르내리는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네요.

신흥사에서 속초고속터미널까지 택시로 이동합니다.

동서울 터미널행 버스는 7시40분에 있고

현재 시간은 7시20분.

 

불과 20분의 시간 밖에 남지 않았는데 갈증이 너무 심해요.

터미널 근처 선술집을 찿아요.

선채로 막걸리 한병에 골뱅이 한 접시를 시킵니다.

 

겨우 한잔의 막걸리와 안주를 반 쯤 비우고

서둘러 버스에 오릅니다.

 

거의 11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합니다.

그렇게 당일치기 설악산 산행을 마무리했지만

이번에 공룡능선을 넘지 못해 미련이 많이 남아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