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길섶에서

어느 휴일의 일상

 

오랫만에 느긋하게 일욜을 즐기며

평소에 제가 다니는 산책길을 걸어 봅니다.

 

평일엔 새벽에 산책길에 나섰다가

아침식사 후 하루 일과를 시작해야 하기에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가 없지만

오늘은 원거리 산행도 접은 터라

아주 마음 편히 말 그대로

바람부는 데로 물결치는 데로 걸어 보기로합니다.

 

남한산성 서문(좌익문) 쪽에서 발원하여

우리 동네를 양분하며 흐르는

성내천의 일부 구간을 복개하여

버스가 다니는 복개도로로 만들었습니다.

이곳으로 부터 약 1.5Km에 이르는 구간입니다.

 

이곳은 5호선 종점 마천역에서 내려

남한산성으로 오를 때 반드시 통과해야하는 지점입니다.

 

그런데 내 바로 앞에 가던 한 젊은 처자가

과자를 쌋던 비닐껍질을 아무렇게나 구겨서

무성한 풀섶에 무심코 던져 넣습니다.

 

그리곤 10여미터 앞에 매어 있는

애완견 옆에 쭈그리고 앉아서

정성스레 쓰다듬어 줍니다.

 

모순된 형태의 양심과 정서에 길들여진

전형적인 젊은이들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순간 착잡한 심경이 스쳐갑니다.

 

복개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에

북위례를 관통하여

서하남인터체인지성남 복정동을 연결하는 도로의

육교 교각이 세워지고 있네요.

 

아 이제 결실의 계절이 다가 오네요.

비록 이룬 것은 별로 없지만

끝날 까지 성실함 만은 간직하고 싶어요....

 

자연에 순응하는 이 열매들 처럼요.

 

박주가리

 

박주가리꽃도 화려하지 못한 외모 때문에

별로 주목을 받지 못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노라니

자기들만의 독특한 외모를 과시하며

나름으로 도도한 외출을 감행하고 있군요.

 

원추리꽃

 

어렷을 적

나물로도 묻혀 먹었구요.

왕원추리이 보다 꽃이 조금 더 크고 화려해요.

 

드디에 꿩의비름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합니다.

 

꿩의비름

 

인석들은 앞으로 3~4주 동안

남한산성 서문 ~ 수어장대 사이의 성곽을 따라

다투어 그 아름다움을 뽑낼 것입니다.

 

내가 처음 인석들을 대한 것은

태백산 근처의 금대봉이었는데

그때 처음 본 녀석들의 모습에 홀려서

한 동안 그 곁을 떠나지 못하고

요리 찍고 조리 찍어 대며 콧노래를 불렀었네요..... ㅎ

 

꿩의비름

 

사위질빵

 

7~9월 사이에 피는 욘석은

비슷한 시기에 피는 할미밀망과 비슷하여

구별하기가 쉽지 않네요..... ㅎ

 

주렁 주렁 줄기를 늘어뜨리고

피어 있는 욘석들을 보면,

신부 부케꽃에 꼬리 처럼 붙여 놓으면 좋겠다 싶네요.... ㅎ

 

잡초 덤불 가운데

잠을 자는 듯한  모습의 아름다운 나방 .....

 

그 특이하고 고운 무늬가 나를 사로잡아

그에게로 다가가서

꿈을 깨지 않도록 조심스레 녀석을 담아 옵니다.

 

일주일이면 평균 5회 정도를 들락거리는

성문 ...

 

오늘은 꿩의비름을 만나 보려고

수어장대쪽 제4암문 쪽에서

우익문(서문) 까지 조금 길게 걸어 봤네요.

 

우익문 성루를 뒤로하고

잠실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쪽으로 이동합니다.

 

산객들의 발길이 너무 많아서

성곽 하단부가 곧 허물어질 듯해요.

 

성곽 보호를 위해서는

아무래도 나무데크를 속히 설치해야 하겠네요.

소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구요.

 

파리풀꽃에 앉아 욜씨미 꿀을 빨고 있군요.

이 시기에 꿀을 분비하는 꽃들이 적어서 일까

파리풀꽃의 꿀 분비량이 많아서 일까?

아니면 다른꽃의 꿀 보다 맛이 좋아서 일까?

 

이 시기 이 파리풀꽃에 유난히 많이 매달려 있는

나비들을 만나곤해요......ㅎ

 

위례신도시 현장

 

44,000여세대가 들어서고 있는 위례신도시....

3~4년 전 첫 입주가 시작된 이후

아직 까지도 시공을 기다리는 빈 공간이 많네요.

 

아마도 북위례 신도시겠죠?

 

위례신도시 빈 공간 옆 오른편으로

14년 째 거여.마천 뉴타운지역으로 묶여

건축을 못하고 있는 우리 동네가 옹기종기 내려다 보여요.

 

여기서 내려다 보니

재개발지역중, 왼편의(가운데) 거여동 2-2구역쪽으로는

머리에 암갈색의 모자를 뒤집어 쓴 아파트들이 올라가고 있군요.

 

하지만 마천동 우리동네는

재개발을 반대하는 측이 1심 소송에서 승소하여

서울시청, 송파구청, 추진위원회측에서 2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하니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그 끝이 보일지 ....

 

그러는 사이에

14년전 재개발 지정 당시에 당장 헐고 지어야할 건축물들도 많았는데,

그 건축물들이 14년이 지난 지금의 상태도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낡고 위험스러운데,

앞으로도 7년 후가 될지 10년을 훌쩍 지나야 할 지 알 수 없는

기나긴 싸움 ......

 

그러는 사이

이곳의 집값은 몇번인가를 비상했다 추락하고 ....

 

그 틈새를 노리고 파고 들어

한번에 억원대를 손에 쥐고 날아가는 도둑갈매기떼들과

시기 선택을 잘못하여

큰 손해를 보고 주린 배를 움켜쥐고 떠나가는 도심의 하이에나들!~~ 

 

4대강 개발 사업 자연을 잘 못 재단하여 빚어진 대재앙이라면

뉴타운사업은 인간의 보금자리를 잘 못 재단하여 빚어진

인간관계에 대한 대재앙이 될 것이다.

 

도심 재개발이란 개념은

그 발상 부터 무리수가 담겨진 발상이며,

그 보금자리 하나 하나에 담겨진

개개인의 정과 인간관계와 그 지역에 대한 역사(고향의식)를 부정하는

너무나 파괴적이고 관계 단절적인 도시 공학적 개념 불과하다.

 

지금 이 시각 부터라도 당장

이런 몰가치하고, 경제적 사회적으로 되돌릴 수 없는 대재앙을 가져 올

뉴타운 사업 그만 두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말 것이다.

 

지금도 늦었지만

그래도 아주 조금이라도 그 재앙을 피하고 싶다면 말이다.

 

남한산성 전망대에서 바라본 야경

 

제일 높은 건물이 롯데월드 제2타워

 

 

저녁 무렵 성내천변을 걷기로합니다.

 

성내천송파구에서 야심차게 가꾸어 놓은 수변공간으로

주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네요.

 

그 규모나 활용도 면에서

청계천과 쌍벽을 이룰만 하네요.

 

제2롯데월드 타워:

높이 555m, 123층, 세계제 6위의 높이라네요.... ㅎ

 

황혼이 으슥하도록 아이들이 즐거워할 수 있는 수변시설 ...

아주 바람직한 놀이 공간이군요.... ㅎ

 

황혼녘 채운(彩雲)이 넘 아름다웠구요.

 

팔당수원지에서 부터 물을 끌여들여 조성한 수변공원이지만

식물들도 잘 자라고,

크고 작은 새들도 많이 찾아 들고요,

내 다리통 만한 잉어떼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며

여유를 부리고 있어

보는이들의 마음도 풍요롭습니다.

 

 

저녁 운동 나온 사람들이 많아요.

요즘은 다이어트며, 체력관리를 위한 속보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구요.

저 처럼 오랫만에 나와서

산책을 하는 여유스런 모습은 눈에 거의 띄지 않네요.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긍정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넘 각박한 것 처럼 느껴지기도,

너무 한편으로 치우친 편향된 현대인들의 모습인 것 같기도 해요.

 

걷기가 좋다,

조금 속보로 걸으면 더욱 좋다.

체중을 줄여라,

허리와 뱃살을 빼라, 등등....

 

지나치는 이들의 운동 모습을 보며,

저는 그냥 미소를 짓습니다.

이유 없는 미소...........

 

이유가 있을 것도 같지만

그 이유가 정확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이네요......  ㅎ

 

올림픽 아파트 건물위로

조각난 황혼녘 채운이 안쓰러워요....

 

저 건물만 아니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이었을까?

 

안타까운 내 마음!~~~~

 

채운이 말하네요.....

 

*님께 멋진 제 춤사위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오늘은 안되겠어요.

 다음 또 다른 그 어느 날

 이 처럼 힘세고 무서운 얼굴의 훼방을 받지 않는 그곳으로 님을 초대해서

  제 멋진 모습 보여 드릴께요....

  그 때 까지 기다려 주세요  .. 내님!~~*

 

  * 알았어요, 채운님!~~

  그 무서운 얼굴에 대해서도 제가 사과드릴께요.

  마음을 가다듬어 기다릴께요.

  꼭 와 주세요.

  이 일로 넘 맘 상하지 말고요.*

 

자연속의 갈대는

허락 받은 무대가 비록 한 줌에 지나지 않지만

너무도 여유스럽고 은은한데 .....

 

지나치는 사람들 숨소리와 모습들에서는

왜 이처럼 긴장감이 감돌고,

본인들에게 주어진 최고의 여유스런 시간인데도

왜 이처럼 한 치의 여유도 느껴지지 않는가?

 

올림픽 공원 아파트 상가(중앙상가)

 

 

반환점(올림픽 공원내 수영장 부근)

 

어느 작가의 조각품 사이로

보송보송하고 엷은 구름에 덮힌 보름달이 올려다 보여요

 

공원내 잔디밭에서

 

늘상 남한산성 서문전망대에서만 내려다 보았던

제2롯데월드타워!~~

 

이렇게 가까이서 야간에 보니

정말 근사했네요........ 

 

'길섶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0-봄이 오는 길목에서  (0) 2020.03.30
언론의 역할  (0) 2019.03.30
축배를 높이 들자! (한반도의 평화를 위하여)  (0) 2018.05.11
첫눈  (0) 2017.12.12
강남 터미널   (0) 2017.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