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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강남 터미널

 

아침엔 남한산성에서 내려 오며

햇볕을 받아

또렷한 자태를 뽐내는

제2롯데월드 타워를 내려다 보았고,

 

오후엔

전남 광양에서 올라 온

이모 딸 ...

사촌 여동생을 만나러

고속 터미널로 향합니다.

 

 

고속 버스 터미널 역 ...

 

하지만 왠지 나는 이방인,

전엔 그처럼 친근감이 느껴지던 이 거리가

오늘 따라 너무 차가운 시선으로 나를 맞이 합니다.

 

하기야

잠시 잠간 버스 승강장만 다녀 왔다가

떠나곤 했으니

어디에 무엇이 있었는지

기억 조차 없습니다.

 

지하 식당가에서

광양에서 올라 온 동생을 만나기로 했지만

나는 먼 이방인의 나라에

홀로 던져진 외톨이 처럼 어색하고 두렵기 까지 합니다.

 

오히려 지방에서 올라 온 동생이

서울에 살고 있는 나 보다 더

이 곳에 익숙한 듯 ...

 

여러가지 시설을 이용하기도 하고

지리에도 밝습니다.

 

오늘 따라 보름달이 밝습니다.

 

가로등은 보름달을 향해

자기가 더 밝지 않느냐고

어깨를 으쓱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신세계몰강남성모병원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냉혹한 바람에 밀려

6번 출구 속으로 들어 갑니다.

 

동생과 만나기로 했으나

위치 파악이 되지 않아

10여분 동안을 핸폰으로 통화하다가

별 수 없이 고속버스 개찰구 호남선 앞에서 만납니다.

 

한식 부페식당 .....

 

이런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어 본지도

정말 오랫만입니다.

 

나는 이런 도심에선 완죤 이방인....

그저 산과 벗하며

주먹밥이나

과자 한봉지,

과일 한 개로 끼니를 때우는 것이

제격인 것 같습니다.

 

나에게 익숙치 않은 강남 도심의 부페식당에서

나는 현실로 부터

처절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자, 다시 전철을 타고

나에게 어울리는

가난한 재개발지,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들이

하루에 천원이나 이천원을 벌기 위해

재활용 고물을 줍고 다니는

낙후된 동네로 돌아 가자 .......

 

내가 쉴 곳은 그곳,

오늘 밤도,

저 밝은 보름달을

품속에 꼬옥 껴안고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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