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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궤적

산성길을 따라서

 

신록의 5월

그리고 봄이 거의 지날 무렵의 13일 일요일!~~~

 

오늘 아침 까지도 비소식이 전해져서

원거리 산행을 할 수가 없어

후원(後園) 같은 남한산성길을 걷기로합니다.

 

<유일천 약수터의 계곡>

 

5호선 종점 마천역 쪽에서 오르다 보면 지나게 되는 약수터네요.

 

어제는 거의 종일 비가 내려

계곡물이 힘차게 흐르고,

나뭇잎들도 산뜻한 옷으로 갈아 입었어요.

 

35년 전

제가 처음 이 산성 아래

마천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부터 친숙해진 이 골짜기....

 

그 당시에는 이 등산로가 일반인들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아서

혼자 걸으면 얼마나 호젓하고 좋았던지요....

 

그래서 한 여름철에 이 계곡의 작은 웅덩이를 만나면

스스럼 없이 옷을 벗어 냇가 덤불속에 감춰두고

멱을 감기도하고, 덤불 그늘에서 책을 읽기도 하였었지요.

그리고 멱을 감을 때,

가끔직이 나타나서 내 곁을 스쳐지나가며

나를 노려 보는 무자수(물뱀)에 놀라 등골이 서늘해지기도 하였구요.

 

눈이 하얗게 내려 온 산하를 뒤덮었을 때

이 근처의 계곡을 지나다가

하얀 눈밭 위에 빨래줄 처럼 일직선을 그리며 나타났다가

옆 둔덕의 구멍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설상사(雪上蛇)를 보기도 했었는데,

그 때의 불가사의한 정경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속에 살고 있네요.

 

그리고 이 길가에 내가 좋아하는 미끈하게 생긴 가죽나무가 십여 그루 서 있었는데,

십수년전 어느 해

중국에서 유입된 꽃매미들이 수액을 빼 먹느라

줄기에 구멍을 내고 새끼들을 부화해서

불과 2~3년 내에 전부다 자취를 감추고 말았네요... ㅎ

 

어렷을 적

그 잎을 따 말려 튀겨서

반찬으로 해 먹으면 그토록 바삭거리며 맛났던

그 기억들!~~~~~

 

아 너무 아까워요.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고 친숙했던 그런 종(種)들이

내 주위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일인가요.

 

<일장천 약수터>

 

제가 이곳에 정착했을 당시에

이 계곡엔 이 약수터가 유일한 약수터였네요.

지금은 이곳 외에도 3군데가 더 있지만요.

 

30여년 전

그 당시에 이 약수터를 관리하던 일단의 사람들은

회원제로 운영하면서

이 약수터의 수질과 환경을 개선하고 가꿔가기 위해서

최선을 다 했었답니다.

 

비록 지금은 이처럼 허술한 모습이지만요.

 

저는 그당시 이 약수터의 회원은 아니었지만

그 회원들과 친분이 있어

일정 기간, 약간의 후원을 했었고

또 시간이 허락하면 이곳에 와서 평행봉등 운동기구를 이용하여

건강을 다지기도 했었답니다.

 

일명 깔딱고개라고도 하는데,

일장천에서 이 고갯 마루로 올라가 왼편능선으로 곧장 오르면

수어장대 아래의 제 5암문에 이르고,

이 고개를 넘어 계속 200m쯤 진행하면

남한천이라는 약수터에 이릅니다.

 

남한천 입구의 다리 ...

 

남한천 헬쓰장?

 

보리수 나무 꽃

 

백당나무 꽃

 

이곳 남한천은,

제가 처음 이 곳을 발견했을 때는

아주 작은 개울의 웅덩이에서

녹이 슨 듯한 붉은 물이끼가

생수물이 치솟는 샘물을 중심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 후 수년이 지난 후 

일장천의 회원들 중 일부가

이곳이 철분이 많이 함유된 생수라 여기고

이곳을 개발하여

*남한천(南漢泉)*이라 명명하였네요.

 

벌깨덩굴

 

지난 밤의 폭우로

노린재나무 꽃잎들이 낙화가 되어

남한천에서 위례신도시미군 골프장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뒤덮고 있어요.

 

7~8년 전만 해도

이 고갯마루에는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이라는 한쌍의 장승이 서 있어

남한천쪽으로 넘어 오는 액운을 예방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이 능선 왼편으로 오르면

일장천에서와 마찬가지로

수어장대 암문으로 오르게 되네요.

 

예전엔 개방이 되었던 이 암자....

 

송파구 마천동쪽의 청운사에서 관리하고 있는 듯한데.

지금은 이렇게 출입을 금지하고 있네요.

 

이곳의 통행금지는 저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이곳의 앞 마당에는

제가 아직 까지 보아 온 중

최고로 아름다운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었는데

그 소나무가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서 있을까?

몹시도 궁금해요.

 

그리고 이 부근엔 제가 좋아하는 노루발풀꽃이 피어 있을텐데,

지금은 아직 조금 이른 철인 걸까?

 

아쉬운 눈길만 부근 숲길, 이곳 저곳을 흝으며

암자 울타리 밖으로 난 우회로를 따라 내려 갑니다.

 

미군골프장 쪽 가까이 내려가자니

산복숭아 나무에서 앙증맞고 작은 열매들이

윙크를 보내며 자신의 모습을 담아 가라 조르네요..... ㅎ

 

애기똥풀

 

수년 전만 해도

이곳에서는 노루들이 종종 눈에 띄었었는데,

그들이 지금도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ㅎ

 

할미꽃

 

조개나물

 

할미꽃조개나물꽃이 이제 제철이 지나

화사한 색조를 반납하고,

초연한 모습을 보이네요.

 

바야흐로 자기 후계를 잉태했으므로

이 세상을 표표히 흐르면서

자기 후계를 잘 가꾸어가기 위한

자연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 가 있네요.

 

미군골프장 위 계곡에서....

 

이 계곡은 15년 여전 

이곳으로 용산 미군골프장이  이전해 오기 전 까지만 해도

육군행정학교 훈련병들과 공수부대원들이

훈련 후의 세척장으로,

또는 부대 영내 거주 군인가족들의 여름 휴양지 같은 원두막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같은 흔적을 찾아 볼 수 없네요.

세월의 흔적이 너무 빨리 변화하는 이 계곡.......

이 부근에 위례신도시가 들어서고,

미군 골프장이 이전하거나 하면 어떻게 변할까?

 

미나리냉이

 

세월일랑 어찌 변하든

나는 그냥 나 일뿐 이라며

여유자적하는 미나리냉이의 모습이 참으로 부러워요.... ㅎ

 

이 물은 흘러 흘러

장지천으로, 탄천으로, 그리고 한강으로 흘러 갈 것입니다.

 

자기가 그려내는 수많은 반영(斑影)음영(陰影)물결을 보듬고

그렇게 세월의 품으로 흘러들 것입니다.

 

남한산성 남문창곡동미군골프장의 이정표

 

골프장 내려가는 소롯길

 

붓꽃

 

 

이 계곡의 여기 저기에

이처럼 많은 불법 경작지가 들어 서 있네요.

 

불법경작지가 방치되면

환경파괴등 예상외의 사태들이 발생하겠죠?

 

청미래덩굴 나무

 

청미래덩굴 나무도 열매를 맺었군요.

어느 누군가는 비닐 봉지를 열어

청미래덩굴 나무순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나물로 무쳐 먹었더니 맛이 그만이라고 자랑하네요.

 

그러나 등산로변의 나무순이나

들꽃을 피우는 나물류를 채취하는 것은

이웃들의 정서생활을 해치는 결과를 가져 오지 않을까요?

 

산벚나무 열매

 

산벚나무 열매를 보니

거의 7~8년 전,

점봉산 산행시

무릎이 아파 산행을 포기하고

오색의 둘레길에서 버찌열매를 따서

나에게 건내 주신 그 님이 생각나요.

 

지금도 내 책상 한 켠에서 검붉게 농익은

버찌 술.. 그 작은 유리병.

 

그리고 함께하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하며

오색 다리난간 위에 서서 

가녀린 하얀 손을 흔들어 주던 그님!~~

 

산사나무열매

 

이제 성남쪽에서 오르는 남문 매표소

5호선 마천역에서 오르는 서문쪽의 이정표에 다다릅니다.

 

이곳에서는 남문을 통과하는 차량들의 소리와

상춘객들의 대화소리가 가까이 들리는군요..... ㅎ

 

산도(山桃:산복숭아)열매

 

아직도 꽃의 품을 떠나지 못하고

세상에 선뜻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는 애기 열매들 ..... ㅎ

 

* 그래 이제 내 품을 떠나면

언제 다시 너희들을 품어 볼 수 있겠느냐 *며

함께 부등켜 안고 떨어질 줄 모르는

애톳한 정경이네요..... ㅎ

 

노린재나무 꽃

 

괴불나무꽃

 

인동과인동덩굴꽃과 혼동하기 쉽겠네요.

 

시닥나무류

 

수어장대 아래 암문에 이릅니다.

 

골프장 위에서 부터 이곳 까지가

특전사의 산악행군로였네요.

 

병꽃 만개한 남한산성 수어장대 - 서문 성벽 외부의 모습

 

기린초

 

이 성곽의 돌틈에서는

기린초자주꿩의비름꽃이 아주 아름답게 피어요.

 

꿩의비름꽃은 9월 중순경에 피는데,

그가 만개하면 정말 황홀한 풍경이 펼쳐지죠.

 

성곽에 돌출된 바위는 배수구의 표시예요.

 

저는 이 남한산성을 저의 후원(後園) 처럼 여기며 자주 찾고 있지만

이 성곽 밖의 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요즘 부쩍 늘어나서

걱정스러워요.

 

왜냐하면

이 외곽길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만큼 이 성곽의 수명도 빨리 단축될 것을 우려해서죠.

 

사실 해동기나 장마철이 지난 후에 이 외곽길을 살펴보면

이 길의 침하(沈下) 정도가 눈에 띄게 커져 있어요.

해동기나 장마철에 약해진 지반을 많은 인파들이 밟고 다니면

그 침하 정도는 정말 심각해요.

 

그러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라는 이 남한산성의 훼손이

너무 심각하게되어, 그 복원에 드는 경비나 공정 또한 만만찮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그 외곽길을 아예 통제하든지,

아니면 수년전에 시도했던 나무데크를 설치하는 게 필수적이라 생각하네요.

 

수년전에 이 외곽길에 나무데크를 설치하길래

장밀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공사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어느 날 또 갑자기 그 데크를 모두 철거해 버리기에

남한산성 관리공단에 전화를 하여 그 이유를 물으니

많은 사람들이, 그냥 맨땅으로 다녀야 건강에도 좋고 자연환경에도 좋다며

항의를 해서 할 수 없이 공사를 중단하고 철거하게 되었노라고 했습니다.

 

일관성 없는 관리공단측이나,

그 항의 전화를 했던 사람들이나

모두가 다 한심할 공단이고,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어요.

 

산성 배수구의 흔적

 

우익문(서문: 수어장대에서 송파나루쪽을 내려다 보았을 때 오른쪽에 있어 붙여진 이름 같군요.)

 

연주봉 옹성 연결된 암문

 

연주봉 옹성 가는 성곽길

 

 

연주봉 옹성

 

 

졸방제비꽃

 

노린재나무꽃

 

오늘은 오랫만에

나의 후원을 여유자적하게 걸어봤네요.

 

이제 머잖아 위례신도시가 완전히 들어서면

이 남한산성, 나의 후원도 아파트단지의 위세에 눌려

초라한 행색으로 움추러들겠죠.

 

그렇게 변하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온전한 모습의 제 후원과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물질에 찌들어 망가지고

더렵혀질데로 더렵혀진 사람, 사람, 사람들 ......

 

큰님이시여!~~~

이 사람들을 어찌 하오리까?

 

그래도 사랑해 주실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