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능선!~~
솔체꽃과 바람꽃과 정령엉겅퀴(정령초)와 더불어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여
기어이 토요일밤 11시40분
복정역에서 설악산행 버스에 오릅니다.
오늘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아
한계령을 포기하고 오색에서 오르기로 합니다.
3~4년 전만 해도
내설악 휴게소 주차장에 넘쳐나던 산악회 버스는
해가 지날 수록 그 수가 줄어들더니
오늘은 내가 탑승한 산악회와 다른 산악회 버스,
단 두대 만이 덩그마니 넓은 주차장을 독차지하고 있네요.
지금은 휴가철이고 일요일인데 말이죠.
짧은 세월이라 생각되는데,
그 짧은 세월에 산을 찿는 사람들이 이렇게 줄었나 생각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네요.
오늘은 2시 45분 부터 입산을 시작합니다.
물봉선
이 오색의 코스는 언제나 그렇듯이
오르내림이 어느 산행 코스 보다 까다로워
거의 모든 산행인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코스입니다.
대청봉에 이르는 가파른 돌계단길은
불과 5Km이지만,
자칫 잘못하면 무릎관절을 손상시키기도 하고
진을 완전히 빼놓아
생각하기도 싫은 지겨운 코스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듯합니다.
잔대
대청봉에 가까이 다가가니
여기 저기서 많은 들꽃 무리들이 소리없는 환호를 지릅니다.
출몰하는 구름과 안개로 인해 일출은 볼 수 없을지라도
밝아 오는 아침을 노래하며,
그 황홀하고 장엄한 동해의 일출을
설악의 생명체들은 각자 자기의 방식으로 맞이하고 있네요.
지구 생명체들의 시작과 끝을 주관하는 태양!~~
그 위대함은 아무리 칭송해도 모자랄텐데,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그의 은혜와 위대성을 의식하지도, 깨닫지도 못하고
그냥 지나치고 있는 것 같군요.
하기야 너무 큰 은헤와 감사함은
마음속으로만 느낄 수 있고,
구체적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불과 2주 전
지리산에서 보았던 미역줄나무꽃이
오늘은 이 대청봉 언저리에서 나를 맞이 합니다.
어수리꽃도 곱게 피어
지리산 세석평전의 꽃밭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합니다.
산구절초
산쥐손이풀꽃과 흰송이풀꽃의 앙상블
산쥐손이풀꽃
흰송이풀꽃
대청봉 이정표
산오이풀
어쩌다 올라와 보지만
그럴 때 마다 인증샷을 담으려는 인파에 밀려서
일찍암치 인증샷을 포기하고 말았던 대청봉표지석...
오늘에야 오랫만에 한가로이 함께합니다.
금강초롱, 산오이풀, 잔대, 분취.
설악산 대청봉의 바람꽃
대청봉 <-> 중청
비록 모습은 작지만
안개속에서 미소짓는 가늠할 수 없는 그의 연륜앞에
저는 스스로 몸을 낮춥니다.
금강초롱
촉촉히 물기를 먹음은 이 대청봉의 금강초롱.
여지껏 보아 온 어느 금강초롱 보다 우아하고
짙은 세월의 향기를 품고 있네요.
산오이풀과 금강초롱
눈잣나무도 운무의 이부자리 속에서
단잠을 깨고 싶지 않은 듯 ..... ㅎ
산구절초
정령엉겅퀴
어느 님은 얘기하네요.
지리산 정령치에서 처음 발견하여 정령엉겅퀴라 명명했다고 ....
그러나 저는 2014년 8월 ,
중청봉에서 이꽃을 처음 보았을 때
설악의 정령이 깃든 설악의 정령초라 이름하였네요.....
전생의 어느 시기 어느 곳에서 만난 적이 있었던가요?
내 앞에 홀연히 나타난 그대....
뉘시라 불러드려야 하나..
단정히 빗어 넘긴 회오리형 머리칼이
큰님의 부름에 자전(自轉)을 하며 날아가는
어느 소행성의 모습 처럼 단아해요.
그대는 예전엔 소행성 이었지만
이곳 설악에서 잠간 쉬어 가려고 내렸다가
설악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겨
제 갈길을 잊어 버리고 세월이 흘러
어느 덧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이곳 설악의 정령(精靈)이 되어 버렸군요.
그래서 저는 당신을 설악의 정령초라 부르렵니다.
*설악 정령초* 안녕!~~
다음에 만날 때 까지 잘 있어........ ㅎ
3년만에 설악 정령초를 만나서
기분이 아주 좋아졌어요........ ㅎ
7월30일 지리산에서 만난 미역줄나무꽃이
이곳 중청봉에서도 환상입니다.
쥐손이풀들은 뉘를 향해 이 고운 미소를 보내는가?
이 미소에 접한 가슴들은
그 미소의 마력에 취할 수 밖에 없나니.
만일 그 미소의 아름다움에 감응하지 못하는 피조물들이 있다면
그들은 곧 큰님의 향연의 아웃사이더들로서
그의 은혜와 사랑의 품에서도 멀어진 가엾은 존재들이리라...
안개빗속에 중청대피소가 아련합니다.
누군에겐가 보내고 싶은 마음의 엽서!~~
그러나 지금은 간편한 핸폰 메시지와 카톡이 해결해주니
이젠 아련한 옛 추억이 되었네요.
그 애절한 마음 마저
다시는 되뇌어 볼 수 없는 미이라가 되어
세월의 강물 따라 흘러가고...
이 그윽한 천상의 화원에서
아름다운 율동으로 자연과 하나되고 싶은 순간.....
산쥐손이풀꽃과 어수리꽃의 앙상블이 환상이군요.
한계령과 소청봉과 대청봉의 갈림길(중청대피소 옆)
가을을 흠뻑 잉태한 분취는
과연 어떤 미소로 나를 맞아 줄 것인가?
그의 살가운 미소가 사뭇 기대 돼요.
백당나무 열매...
그처럼 나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꽃들 .
그러나 그 꽃의 미소 보다 더 아름다운 그들만의 밀어는
이 열매속에서 더 알찬 내일을 열어 가고 있나니 .........
이 안개속 설악의 기슭에서도
산자와 죽은자의 영혼의 대화는 계속되고....
꽃향유
분포지가 주로 중부와 남부지방인 꽃향유...
지금의 이 아이는
아마도 자기 영역의 최북단을 지키는 첨병인가 보다.... ㅎ
내 삶이 이 꽃향유 처럼 늘 향기를 뿜어 내는
그런 사람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쉬땅나무
안개와 여인!~
망중한(忙中閑) .
이 쯤에서 바로 앞쪽의 신선암봉과
왼편으로는 솟구쳐 오른 공룡능선의 위용이
내게 힘찬 응원을 보내주었을텐데........
신선암봉
언제 보아도
아기자기한 이 보석 같은 신선암봉의 아름다움은
아무리 극찬해도 모자라는 것 같네요.
오늘도 그대의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쉬워할까 봐
이렇게 잠시라도
참한 그대의 모습을 보여주어서
정말 고마워요!~~
내 신선암봉과 설악이여!~
드디어 희운각과
아직 나에게 처녀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천당릿지가
안개 구름 액자속에
다소곳히 모습을 드러내 보입니다.
언제 봐도
당당하고 신비로움으로
나의 경외감을 자아내게 하는 천당릿지 .....
정말 꼭 한 번 오르고 싶은 암릉입니다.
가운데 ....
화채능선에서 뻗어내리다
양폭 즈음에서 멈춰선 망경대가
구름모자를 비껴 쓰고 있네요.
희운각 다리위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이제껏 2~3번의 숙박과 식사를 겸했던 희운각!~~
그러나 지금은 예약제로 바뀌어졌고,
식사도 햇반외에는 취급을 하지 않으니
예정에 없던 여정에 오르곤 했던 나는
이제는 운신의 폭이 너무나 좁아져서
아쉬움만 많이 남기도 하답니다...........
신선암봉 정상은 구름에 가려 있군요.
지난해 가을
저 암봉 정상을 넘어
칠형제봉을 거쳐
잦은바윗골로 하산을 했었죠....
희운각 전망대에서 바라본
천당폭포 양쪽 암봉들(왼편이 신선암봉, 오른편이 천당릿지)
정말 아름다운 암릉들....
마치 하늘의 독수리가 나래를 펴고 나르 듯
웅혼하고 찬란하기 까지 하네요.... ㅎ
희운각 무너미고개 전망대에서 바라 본
가야동계곡쪽의 모습
도라지모싯대는 비에 젖고...
이제 부터는
무너미고개에서 신선대를 향해 오릅니다.
공룡능선을 앞에 두고 있어서 좋긴 하지만
한편으론 체력과 불순한 일기가 마음에 걸립니다.
꽃며느리밥풀꽃이
간간히 내리는 정갈한 소슬비로 밤새 몸을 닦고
고운 미소로 인사를 합니다.
봉정암 뒷편으로 눈을 돌려
용아장성릉에게 인사를 하려 하였으나
내가 무슨일로 속을 상하게 했는지
얼굴을 찌푸리고
좀체로 상대를 해 주지 않네요....
신선암봉 정상부위(신선대 쪽)
신선암봉 정상 부근
이제 싸리꽃도 예삐 피었군요... ㅎ
다시 가야동계곡
이제 신선대에 올랐어요.
천화대와 범봉과, 1275봉등이 한눈에 들어 오는 전망대이지만
오늘은 오락가락하는 비구름 때문에
멋진 조망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어요.... ㅎ
신선대에서
나 보다 먼저 신선대에 도착한 산객들이
안개 구름속에 막연히 앉아
천화대쪽을 바라보며,
구름이 걷히기만을 기다리는 듯하군요... ㅎ
설악 바람꽃
신선대에서 천화대를 향해 내려가려니
설악 바람꽃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와서
마음을 환하게 밝혀 주네요..... ㅎ
그랬었구낭!~~
날이 너무 밝은날들엔
내가 그대들에게 눈길을 주기가 쉽지 않았겠지!....
그래, 오늘은 이렇게 내가 먼 풍광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고
그대들과 눈맞춤할 시간이 길어져서 좋네,
사랑하는 설악바람꽃
천화대 가는 길
수억년 동안 비바람, 찬 눈서리에 할퀴이고
뜨거운 불볕 햇볕에 달구어져도
션한 봄 가을의 바람과 꽃들과 새들 노래속에
꿈도 꾸고, 함께 어울려 춤도 출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세상은 다 그런거지 뭐!~~
나에게 보여주는 그대의 모습은
큰님의 손길이 수억년을 두고 빚어낸 작품이니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선물인지 몰라!~~
그래서 난 늘 그대와 큰님에게 감사하고 있다네 ... ㅎ
공룡능선!~
그 큰님의 또 하나의 작품 전시실을 지나며
저는 그저 행복해 할 수 밖에 없슴을 고백하노니!~~
안개비를 잔뜩 먹음은 날씨라 하여도
그 건 또 그 나름으로 이렇게 멋진 작품으로 변신 하나니 ....
자연속에선
아무리 여건이 우리에게 불리해 보인다 해도
그것 역시 생각하기 나름인것을!~~
지금은 설악바람꽃이 최고의 아름다움을 뽑내는 계절인 것 같군요..
공룡능선!
한 달 전만 해도 얼마나 가물었었어!
그러나 지금은 이 여름의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내리고 있으니
얼마나 시원하고 좋아...
그동안의 목마름도 말끔히 해소하고 ..... ㅎ
그러니 오늘을 위해 목놓아 노래 불러요.
가슴을 펴고 온능선과 설악의 가족들과 함께요.
말할 수 없이 오묘한 이 작품 세계에서
나는 큰님, 당신을 칭송하며
다시 한 번 마음 속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길을 걷는 동안
한 걸음 한 걸음이
오직 당신의 사랑임을 느끼게 하소서!~~
때로는 키가 훌쩍 커버린 나무들 때문에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쳐 버리는 당신의 작품들도 많겠지만
그 온전히 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마음으로 인해서
당신의 작품에 대한 갈증과 애증이 더 하답니다.
행복한 돼지용과 여의주
사위(四位)가 구별이 안되지만
저는 쾌념치 않겠어요.
오늘 이 시간 만큼은
저는 여의주(공룡 능선)를 품에 안고 있는
행복한 돼지용 이니까요.
물론 이 안개의 장막 저 멀리로는
오늘 지나 온 신선대가
멋진 자태를 뽑내며 저를 이윽히 바라보고 있을 것이며,
이 암봄의 오른편으론 가야동계곡과 용아장성릉이
잇빨을 내 보이며 위용을 과시하겠지만,
저는 오늘 이대로가 좋습니다.
지금 보이는 이 선물만으로도 얼마든지 행복하니까요.
공룡능선이여,
나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거들랑
다음 번 어느 단풍 곱게 물드는 날 찾아 오면
그때 아름다운 풍광을 안겨 주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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