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길가의 풍광들은
바로 내 곁의 모습들 외엔 거의 볼 수가 없을지라도
흥겨운 기분으로 또 한 고개를 넘습니다.
여기는 아마도 범봉과 천화대로 이어지는
노인봉 근처의 고개일 거라는 생각을 어렴풋히 하며
고개를 넘습니다.
지금의 나에겐 현실의 나의 구체적 위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공룡능선상에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행복하기 때문입니다.
이 기막히게 환상적인 조합을 어디에서 볼 수 있을까?
지나온 고갯길
이 안개비의 포말들은
어쩜 큰님의 은총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같이 무더운 여름날
이처럼 포근한 안개비를 내리시어
차라리 시원함을 느끼게 하시다니 ....
안개비 속에
선경(仙境)의 고갯길을 내려 갑니다.
유우자적(悠悠自適)
수십번 넘나들던 이길이
오늘 따라 처음 길인 것 처럼
유난히 새롭게 다가 오는 것은 왠일일까?
그것은 아마도 안개비 속에서 차분해진
분위기 탓인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속에서도 안개비가 내리고 있을테니까.
왕관이라 해야 할까?
하늘을 우럴어 큰님의 의중을 묻는 기도의 형상이라 해야 할까?
기기묘묘한 바위들의 집합체 ....
그래서 언제 보아도 싫지 않는 자연의 보고 .....
또 한 모퉁이를 돌아듭니다.
그럴 때 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 오는
공룡의 천 아니 만의 얼굴!~~
금방이라도 *와르르!~~ *하고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아슬 아슬한 암괴들의 집함체....
그러나 그 집합체는 단순한 집합체가 아니라
수 만년을 지나면서
그 안전성이 담보된 하나의 완벽한 예술품이어니!~~
아! 오늘 처음 만나 보는 솔체꽃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이는 가을 설악의 하늘에 핀 꽃
그 연보라색 치마를 펼치며
가을 하늘에 수 많은 문신을 남기며 날으는 여신 .....
솔체꽃이여!~~
설악!~~~ 하면
떠오르는 그대,
내 가슴속 깊은 곳엔
언제나 그대의 깊은 미소가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을!
그러나 올핸
가뭄과 폭우가 연쇄적으로 이어져
어느 해 보다 운신하기가 어려웠을텐데 ..
잘도 버티어 주었네.
방갑고, 고맙고, 감사해!
나의 솔체여!~~
노인봉 아래를 통과합니다.
언제나 비슷한 감정이지만
역시 혹시나 바위가 무너지지나 않을까 일면 조바심도 하면서
멋진 노인봉을 우회하여 내려 갑니다.
시간에는 쫒기고 있지만
그의 멋드러진 모습은 빠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장대한 그의 골격위에
시간은 최대의 인내를 감수하며
멋드러진 예술품을 남깁니다.
전무 후무한 명작품을 말이죠.
수십, 아니 수백년 동안 바위를 향한 자맥질로
마침내 바위 깊숙히 뿌리를 내리고
이제야 푸른 한 숨을 길게 내 쉬는
한그루의 소나무.......
그러나 아직도 그는
허락받지 않은 척박한 토양에 뿌리를 내린 죄값으로
평탄한 토양에서 자라는 그의 이웃 보다
더욱 혹독한 댓가를 치루며 살아가야 하나니!~~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많은 험로(險路)가 있기 마련입니다.
누구나 그 험로의 구간을 많이 통과해 본 사람은
그의 인생도 풍부할 것이며,
그렇지 못한 사람의 생은
그리 풍부하다고 말하지 못할 것입니다.
길은 어디에나 무수히 많지만
인생에 새롭고 경이로운 경험을 안겨주는 길은
많은 경우에 우리에게 역경을 안겨주는 험로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쩜 그 경험 자체가
곧 우리의 인생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횃불 같기도 한고,
하나의 꽃 망울 같기도 한 바위가 마음을 끌어요.
아래서 올려다 보니
또 전혀 다른 모습이네요..... ㅎ
이제 공룡능선에서 젤 높은 1275봉에 가까이 왔군요.... ㅎ
저기 희미하게 보이는 바위가 1275봉의 전위병이네요.
1275봉 앞에 서 있는
돛 처럼 생긴 바위 .........
이 바위 아래에
솜다리꽃이 늘 반겨 주었는데,
오늘은 나의 방문이 너무 늦었는지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요.
병조회풀
시간이 늦어 1275봉을 잠시 일견하고
서둘러 우회로의 고개를 넘습니다.
오버행의 묵직한 바위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습니다.
1275봉의 아래를 통과할 때는
이처럼 바위들이 주는 위압감 때문에
서둘러 통과하게됩니다..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풍경들의 연속이네요.
설악골 상부에 도착합니다.
이곳으로 내려가면 설악우골과 원골을 만나게 되겠지요... ㅎ
고마워 공룡능선!
이렇게 안개비로 운치 있는 날
이처럼 멋진 연출로 나를 반겨주어서!~~
그대 정말 아름다워!~~
이 하늘을 우럴어 포효하는 형상은
무엇을 상징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암봉 언저리에 산호 처럼 생긴 돌순들이
참으로 앙징스러워요.
이제 상당히 가파른 밧줄 구간이군요.
비가 내려 상당히 미끄러워 보여요.
이 가파른 비탈길에
어쩌자고 그대는 곱게 피어
나의 행진을 멈추게 하는가?
이제 아마도 나한봉 언저리에 이른 것 같군요.... ㅎ
아주 멀리에서도 랜드마킷 처럼 보이던 무명봉 ....
멋드러지게 구부러져
뾰쪽한 봉우리 정상에 낼름 앉아 있는 모습이 멀리에서도 보여요.... ㅎ
설악의 아름다움중에 빼놓을 수 없는
설악의 혼 ......... 솔체꽃이여!~
이렇게 내 가는 마지막 순간 까지 곱게 장식해 주어
너무나 고마워!
나도 끝날 까지 널 기억하고 있을께!~~
나한봉의 웅혼하기도 하고
섬뜩하기도 한 봉우리들 ...
나한봉 아래로는 끝간데 없어 보이는 암벽이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하군요.
이 너덜지대 같은 모습을 보니
마등령이 머지 않았네요........ ㅎ
비에 젖고 있는 모싯대
마등령에 서서
건너편을 바라 보지만,
운해... 아니 운해 마저 삼켜버린 짙은 구름으로 인해
완죤 깜깜이 세상이로군요..... ㅎ
이곳 마등령엔 동자꽃이 한창이구요.
쉬땅나무들도 무성하네요.
이제 많이 지쳐 있지만
그래도 힘을 내어 비선대로 향하는 너덜지대를
힘겹게 내려 갑니다.
멀리 원경의 풍광은 이제 모두 접어 두고
이처럼 어쩌다 나타나는 근거리의 모습만이라도 담아 봅니다.
이곳에 비가 상당히 많이 내렸나봐요.
토막골의 형제폭포가 또렷한 자취를 남기며
떨어져 내려요....
2년전에 전람회길 따라 다녀 왔던
갈수기 때의 형제폭포가 생각나네요.... ㅎ
유선대쯤 내려 오니
이제야 구름과 안개가 조금 풀리네요.
이제 내 옆 길가의 친구들과 충분한 교감을 나눴으니
그만 하면 됐다 싶은가 봐요.
그래, 설악 이럴 때도 있어야지.
그대 마음 나도 잘 알아.
그대 덕분에 그동안 내 마음에서 멀리 있었던
공룡능선, 그 길가의 모습들 많이 알고 가까워지게 되었어.
고마웠어 .....
유선대 아래 작은 능선
비선대 다리위에서 바라 본, 장군봉.... 그리고 적벽
비선대에서 바라 본 천불동계곡
망군대쪽
그리고 내 설악 탐방의 마스코트 ...... Kissing-Ro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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