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엔 비소식이 없었는데
아침 부터 안개비가 오락가락합니다.
새벽 늦게 잠이 들어
아침 6시 40분,
핸폰 벨소리에 놀라 일어났고
빈가방만 덜렁 매고
상일동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
겨우 버스 시간에 닿을 수 있었습니다.
꼭 4년 6개월 전인
2012년 5월에 들렸던 만물상 코스...
그 당시에도 오늘 처럼 늦잠을 자서
출발하면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불야 불야 상일동으로 뛰쳐 나갔었네요..... ㅎ
만물상과의 기이한 인연? .... ㅎ
왜냐 하면
이렇게 늦잠을 자서
출발하면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나갔던 적은
아마 이 만물상 코스 하나 뿐인 것 같군요.
그것도 꼭 만물상을 두번 씩이나 ... ㅠㅠ
6시간 가량의 산행을 하려면
어느 정도 곡기를 채워야 하겠기에
지난 번에 들려서 아침 식사를 했던 예의 그 할머니집을 찾아드니
지금도 여전히 주방에서 조리를 하고 계시네요.
다만 지금은
며느리 인듯한 젊은 아낙이 호객을 하며
가게앞에 버섯이며 솔잎과 약초를 섞어 만든 약술을 선전하는 모습이
그전과 조금 달라졌네요.
식사를 마치고
출발시 미쳐 못다한 준비를 하고 나니
본대 보다 40여분 쯤 후에 만물상 탐방길에 오릅니다.
이곳이 바로 만물상으로 드는
관문이라는 듯
가슴을 열어 환영하고 있네요.
능선 줄기에 이르러
왼편으로 가라고 다소곳히 안내를 해주네요.
고마워 다정한 만물상으로 통하는
능선위의 첨병 바위님!~~
다정한 디딤돌을 즈려 밟으며
서서히 그대에게 다가갑니다.
만물상이여!~~~
아늑한 보금자리로 들라고
그렇게 소곤거리며 길을 열어 주네요.
고마워요....
작은 친구님들!~~~
만물상! 하면
기억에 남는 몇 안되는 풍광중의 한 곳 ....
삼각모자를 비스듬히 눌러 쓰고 있는 듯한
멋드러진 사나이 바위!~~~~
반대편에서 본 모습....
언젯적 성터일까?
2012년 5월 어느 날 ....
그날도 오늘 처럼 날씨가 흐렸었네요.... ㅎ
품위가 느껴지는
넉넉한 바위가 입가에 미소를 띄우게 합니다.
저 아래서 올려 봤을 때
어느 신선 또는 지상으로 산책 나온
옥황상제의 옥좌 같은 의자 바위네요.... ㅎ
이 옥좌바위의 출입문은 좌우로
모두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형상으로꾸며저 있군요.
만물상의 가운데를 지나고 있습니다.
그는 조용히 속삭입니다.
* 그대가 너무 멀리에만 시선을 줄까봐
일부러 오늘 같은 날 당신을 초대했어요.
너무 섭섭해 하지 마세요.*
*오늘은 그저 당신과 호젓하게 지내고 싶었어요.
그러니 당신이 지나가는 이 길가의 제 모습에만
신경을 써 주세요.
물론 날씨가 좋았다면 조금만 눈을 돌려도
남산제일봉과 백운계곡의 멋진 모습들이
당신의 혼을 빼앗을 수도 있죠.*
*하지만 그대여
오늘만은 제 품안에서 당신을 위해 피워 올린
제 사랑의 진실을 느끼다 가세요.
그러하오니
비록 제가 님의 시선을 붙잡아 두고 놓아 주지 않는다 하여
노하거나 아쉬워만 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지금껏
미약하지만 올곧은 하나만의 사랑의 힘으로
당신을 기다렸다는 걸 믿어주세요.
나의 사랑, 내 마음 꽃밭의 주인이시여!~~*
밀려 왔다 밀려 가는
안개비의 파도속에서
이제 만물상도 마지막 손을 내밀며
그래도 놓지 못하겠다는 몸짓으로
아쉬움을 표합니다.
이제 만물상을 뒤돌아 볼 수 있는 계단을 오릅니다.
지금 부터는 상아덤을 향하여 오릅니다.
언뜻 언뜻 안개비 사이로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가는 아기자기한 풍광들은
이제 어쩜 다시는 보지 못할 내 인연의 님들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더욱 아쉬워지는 순간들이 흐르는 것이겠죠.
그러한 아쉬운 순간들이기에
저는 그의 몸짓 하나라도 놓칠 수가 없습니다.
그님이 보여주는 최선의 동작들!~~
그 아름다운 선물을 또 어디에서 안아 볼까요?
사랑하는 님!~~
춤을 보여 주세요.
제가 그 춤에 맞추어 노래를 부를수 있도록!~
님은 저를 위해 춤을 추시고
저는 님을 위해 노래를 부르니
세상은 꿈결 처럼 지나가네요.... ㅎ
아, 이 평화로운 정경을
그 어디에서 다시 찾아 보나........
상아덤에서
이제 상아덤을 지나
서성재를 향합니다.
상아덤에서 서성재에 이르는 길은
평탄한 능선으로
고대국가의 군 주둔지가 있었을 법한 지형이네요.
자연 지형을 이용하여
성을 쌓은 흔적이 보입니다........
안개비가 내려 평화롭기 그지없는 산길을 걷습니다.
이제 칠불봉으로 오르는 길목에 이르렀나 바요..
칠불봉쪽이 올려다 보입니다.
안개비가 너무 짙어
사위가 분간이 잘 안돼요.......
칠불봉 오르는 길은 험준하여
철계단이 많이 설치되어 있네요.... ㅎ
그대 거기 안개 속에서
미소를 보내셨나요?
들릴 듯 말 듯한
그대의 속삭임에
그대의 표정마저 읽을 수 없어
나는 오늘도
부질없이 한 세월의 문턱을 넘어갑니다.
안개비의 알갱이가 굵어지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 와
서둘러 칠불봉과 헤어져야만 합니다.
칠불봉 주위의 소나무들은
안개비 속에서도
나름의 몽환적인 춤사위로 나를 매료시킵니다.
칠불봉에서 상왕봉 가는 길
그러나 오늘은
제가 본대와 너무 많이 떨어진 것 같아
상왕봉을 지나쳐 가기로합니다.
상왕봉은 형체를 알아 볼 수 없고
봉천대도 가물가물합니다.
반석을 뚫고 자란 나무가
의기양양합니다.
해인사 가까이 내려 왔습니다.
홍류동계곡 건너로 남산제일봉
본대와 떨어져서 내려오다가
하산 집결지를 한참 지났네요.
별 수 없이 또 다시 택시를 타고
내려 왔던길을 거슬러 올라 갔네요.
그리고 하산식도 거르구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남산제일봉이 저를 보고 싶다고
일부러 초청해서 잠시 들렀을 뿐인 걸요.
고마워 남산제일봉,
그리고 만물상과 홍류동계곡과
그곳에 알알이 박혀
나를 기다려준 사랑스런 바위님들과 소나무들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해 준 안개비도 ......
고마웠어..... 사랑하는 님들!!~~
~~~~~~~~~~~~~~~~~~~~~~
내 잠을 깨워 함께 산행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이대장님께 감사드리고 .....
산행에 함께 참여했지만
처음 부터 끝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님들께
진심으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이네요.....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백악산(2016-09-11) (0) | 2016.11.23 |
---|---|
북설악(신선대 - 2016-09-03) (0) | 2016.11.23 |
설악산 칠형제봉(1) (0) | 2016.11.05 |
설악산 칠형제봉(2) (0) | 2016.11.05 |
공룡능선(2016-09-17)-1 (0) | 2016.10.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