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태풍의 끝자락에 매달려
공룡을 만나러 갑니다.
간간히 내리는 이슬비는
비옷을 입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가늠키 어렵게 만들지만
우린 독일병정 처럼 그저 묵묵히 어둠속을 걷습니다.
때론 우산만을 받쳐들고 걷다가
비가 조금 거세어 지겠다 싶으면
또 배낭에서 우비를 꺼내어 걸치기도 합니다.
그렇게 한계령에서 2시 50분 부터
서북능선상의 한계령삼거리 까지
1시간 30분 정도의 빡센 등정을 마친 후
중청봉을 향하여
아직도 깜깜한 어둠속의 행진을 계속합니다.
맘속으로는
*큰님이시여,
이곳 까지 만이라도
이처럼 비를 많이 내리지 않게 하시어 감사하나이다.*
라는 감사의 기도를 수시로 올리며
만일 도중에 비가 많이 내릴라치면
무너미고개에서 천불동계곡으로 내려갈
마음의 준비도 갖춰 두었습니다.
붉은 단풍잎 비녀로 머리 단장을 한
설악의 품속에서
아침 여명을 맞습니다.
바야흐로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설악의 능선들
바위구절초는 가을을 노래하고....
귀때기청봉 뒤로
멀리에서 안산도 아는체를 합니다.
바로 앞 용아장성릉이 기지개를 켜며 잠에서 깨어나니,
그 오른편에서 봉정암의 암봉들도
머리를 쫑깃거리며
자기들도 벌써 부터 일어나 나를 기다렸노라고
어깨를 으쓱이며 자랑스럽게 말하는군요... ㅎ
비로용담
남들은 거의 열매를 맺고
일생을 마무리 할 시간에
그대 가을꽃들은
언제 쯤이나 꽃을 추스려 열매를 갈무리하려는가?
투구꽃
용아장성릉
귀때기청봉과 멀리에 안산
대청봉
오늘은 아마도 오르지 못하고 지나쳐 가야할 것 같음에
멀리에서 나마 인사를 가름하고......
중청봉
흰고려엉겅퀴
미색을 띈 정령엉겅퀴와 형태는 꼭 같으나
정령엉겅퀴는 지리산 정령치에서 처음 발견되었다해서
그렇게 명명했다하네요....... ㅎ
하여튼 수년전 내가 처음 이 흰고려엉겅퀴를 본 것도
바로 이곳, 대청봉이 올려다 보이는 이 중청봉 언저리였는데,
이 꽃을 대하는 순간 너무도 경이로운 감정이 솟구쳐 올라
이 꽃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말았었네요.
중청대피소의 우체통
하나, 둘, 셋 ....
편지를 보내고 싶은 얼굴들이 스쳐 지나 가고!.........
희운각대피소가 조그맣게 내려다 보이는 중청봉 언저리 ...
신선대와 천당폭포 계곡이 흐릿하게 잡힙니다.
봉정암과 사리탑...
그리고 그 왼편으론 용아장성릉..
소청삼거리에서 희운각 내려가는 길에서
이제 오늘 지나가야 할 공룡능선이
가슴을 열어 젖히고 깊고 뜨거운 포옹으로 나를 맞이합니다.
멀리서 삼각의 화채봉이 손짓하고 있지만
그에게 가는 길이 얼마나 험한지를 내 알기에,
다음에 만나기를 맘속으로 다짐해 보며
오늘은 그에게 아쉬운 눈길만을 보내며 지나쳐 갑니다.
신선대
언제 보아도 그저 경외롭기만 한 신선대....
그 한 귀퉁이, 한 모서리의 조각들이 최고의 예술품인 것을!~~
가야동계곡(무너미계곡 전망대에서)
안개에 젖은 그 오른편으론
공룡능선의 일부분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
천불동계곡 입구
신선대 능선
다시 가야동계곡
바위의 후미진 곳이나
전혀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 같은 바위 언저리에
어렵사리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소나무와 바위구절초와 바위말발도리 ....
이들의 생명력은 아무리 찬사를 보내어도
과찬이라 말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요즘에 미역취가 한창이군요... ㅎ
이제 희운각쪽의 신선대 모퉁이를 돌아
신선대전망대로 올라섭니다.
신선대전망대에서 바라 보는 천화대
천화대뒤에서
구름 스카프로 목을 휘감은 1275봉이,
어찌 보면
망망대해에서 안개바다위를 떠도는 일엽편주 같이도 보여요.
천화대 오른편에 범봉이 의젓하게 버티고 서 있고
1275봉 저 뒷편 오른쪽으로 세존봉도 아련히 보이는군요...
이제 어쩜 비가 올거라는 걱정은 멀리 사라지고
얇은 구름이 시시각각 연출해 보여주는
천화대와 1275봉의 환영식에 취해서
시간도 위치도 잃어버렸어요.
칠형제봉을 따라 내려가면
귀면암에 이를겁니다..... ㅎ
범봉과 맞은편에 칠형제봉
그리고 그 사이로 잦은바위골......
분위기 메이커인 구름의 작업으로
공룡능선은 한창 최고의 멋장이가 되어 있습니다.
범봉과 그 오른편 어깨 너머로 작은범봉이 갸웃히 미소를 보내주면
그 아래에서 희야봉도 박수로 응원을 해줍니다.
그 사이에 분위기 마술사 구름은 세존봉으로 몰려가서
세존봉을 구름꽃의 꽃술 처럼 피워 올리고 있어요.
철형제봉과 멀리에 달마봉 ...
가야동계곡쪽
피사체는 항상 보는이의 각도와 밝기에 따라서
모습을 달리 하나 봅니다.
그리고 또 오늘 같은 날은
설악이라는 주어진 화선지 위에
혼신의 힘을 다 쏟아 부은
구름의 작품들이 너무나 아름다워요.
천화대와 1275봉
범봉과 그 오른편에 작은범봉
그리고 또 그 오른편에 희야봉이 옹립하고 있네요.
공룡능선을 탈 때면
신선대와 천화대 사이에서
의례껏 무심결에 내려다 보게되는
범봉 앞의 부챗살 산자락!~~
어느 산행지도에는 이 산자락을
*청 ..*능선이라고 표기하고 있었지만
난 지금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지 못합니다.
하지만,
공룡을 처음 지날 때 부터 이 산자락의 인상이
나에게 너무도 깊히 새겨져 있어서
범봉이나 1275봉이나 천화대에 못지 않게
나에게 신비로움과 미지의 그리움 까지를 선물하는 능선이랍니다.
특히 지난해 날씨가 궂은 어느 날
지나갔던 칠형제봉 능선상에서 올려다 보았던
이 능선상의 하늘장수소의 뿔 처럼 생긴 바위의 위용은
너무 짜릿한 도전의 빌미를 안겨 준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도 어느 날 엔가는
기어이 한 번 올라 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한답니다.
이제 범봉과 노인봉, 희야봉, 왕관봉등이
마치 하늘의 꽃인양 설악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천화대의 품으로 들어 서려는 순간입니다.
공룡능선상의 천화대 부분
천화대는 오늘은 안개 쇼울로
색다른 아릿다움을 연출하고 .......
자기 마음속의 미소를
붉게 익은 마가목 열매를 내세워 대신하네요.
천화대의 가야동계곡 쪽 가지 ....
천화대 가야동계곡 쪽 가지
가야동 계곡 너머
용아장성릉이 안개 스카프를 두르고
희미한 미소로 손을 흔듭니다.
꽃며느리밥풀
이제 천화대의 품안을 파고듭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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