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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천불동계곡의 가을빛 ~~

 

 

바람,

모든 것을 날려 버릴듯한 거센 바람!~~

 

고등학교 시절,

나는 도서관에 있다가 바람을 쐬고 싶으면

옥상으로 올라갔습니다.

 

거기 캄캄한 어둠속에서

폭풍이 불어 오는 쪽에 얼굴을 내밀고

오래토록 그 바람 속에 서 있었습니다.

 

그 바람속에 아무리 오래 머물러 있어도

싫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풍상을 

이 한 몸으로 다 맞닥뜨려 헤쳐 나가리라는 굳은 각오를 다지며

그 바람 속에 오래 오래 머무르며 다짐을 하곤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그 소년시절의 각오는 다 어디로 흩어져 버린 것일까

 

저는 지금 이 바람 속에서

조금만 주시하면 앞길이 뻔히 보이는 데도

그저 폭풍이 두렵고, 폭우가 내릴까 봐 안절부절 못하며

마음이 두서가 없어집니다.

 

어렷을 적에 비하면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에서 헤매이는 나!~~

대책없는 나의 나약함을 향해

얄궂은 고소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안개 속에서

살아 있는자와 죽은자가 공존하 듯

서로의 경계가 없어 보입니다.

 

인간사회에서는

죽은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질 따름,

그렇더라도 그의 진정한 모습은

그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속에서

여기에 서 있는 고목 처럼

아니, 어쩜 그 보다 더 생생하게

또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소청삼거리에서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를 뿐만 아니라

미끄럽기도 하고,

돌계단으로 되어 있어서 무릎에 이상이 올까봐

정말 조심스럽게 내려 가야합니다.

 

이 작은 언덕배기 같은 계단위에 올라서니

신선암봉 능선과 공룡능선의 일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약간 잦아든 바람과

옅어진 안개구름 속에서

신선암봉과 그 능선,

그리고 범봉의 모습도 왼편에 아련히 잡힙니다.

 

 

드디어 베일 속에서 드러나는

공룡능선의 자태....... 천화대, 범봉, 그리고 1275봉 .....

 

2주일 전의 이 공룡능선은 단풍의 붉은 물결로 출렁거렸는데

지금은 낙엽의 길로 들기 위한 준비를 하는 걸까

무거운 침묵속에

간간이 이별을 연상 시키는 암울한 선률이 흘러 내리고......

 

오른편 마루금은 화채능선이고

그 아랫쪽에 뾰쪽 솟은 화채봉이 나래를 펴서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불사조를 연상시키고....

 

신선암봉

 

마치 거대한 병풍을 연상시키는 암벽,

신선암봉은 세상의 어떤 솜씨로도 흉내 낼 수 없는

기교와 예술혼이 결합된 작품이군요.

 

바위 하나, 한 부분 부분이 절묘한 모습으로 피어나 있는

예술의 총화 .....

나는 감히 그대 앞에서 입을 열지 못하겠네.

이제 무너미재 전망대에 섭니다.

 

내가 아직도 가 보지 못한 가야동계곡쪽 ....

 

그 가야동계곡의 오른편으로 공룡능선 자락이

겹치맛자락 처럼 펄럭이고 .........

 

이제 비선대 까지 5.3Km ...

그리고 비선대에서 설악동 소공원 까지 3.7Km이니

꼬박 9Km을 더 내려 가야 하네요....

 

게다가 오늘은 6시40분 고속버스를 예매해 놓았으니

시간에 늦지 않게 가려면

고군분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올라 올 때

백운동계곡 입구 쯤에서

발목을 심하게 삐어서 이제 그 아픔이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하니까요.

 

간간이 잎새를 다 떨군 나뭇가지 사이로

신선암봉이 올려다 보여요............

 

전면으로는 죽음의 계곡과 염주골을 가르는 능선이

기염을 토하며

신선암봉에 자태를 겨루자 그의 심기를 건드리고,

 

그러든 말든

신선암봉은 낙엽을 휘날리며 옷을 벗는 나무들과

다가 올 긴 겨울에 대한 우울한 마음을 서로 달래는 듯

조용한 모습입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신선암봉의 부분들

 

내 마음속 못다 핀 그리움의 발돋움이런가

쫑깃거리는 봉우리 마다

서러움이 영근다.

 

 

이 능선 뒤 염주골은 또 어떤 모습일까

지척에 두고서도 가 보지 못하는 아쉬움에

원망스러운 장막, 비경 능선이여!~~~

 

보고픈 또 하나의 미지의 영토 ....

그 영토를 가로막고 버티고 서 있는 얄미운 능선은

오늘 따라 왜 이리 또 고혹적인 자태로

나를 농락하는가.

 

 

 

 

 

 

 

 

폭포수가 하트()모양의 담(潭)으로 떨어지는

무명폭폭 .....

무너미고개에서 천불동쪽으로 첫 폭포로군요.... ㅎ

 

 

 

천당폭포의 위용.....

 

천당폭포 <-> 양폭 사이의 협곡

 

천당폭포

 

 

양폭 위에서 바라 본 정경

 

양폭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양폭의 접근을 막는

음폭골

 

만경대

 

20여년 전이던가

화채능선 산행 후...

이곳 만경대에서 양폭쪽으로 하산했던 기억이 새롭다.

 

 

 

 

 

양폭산장

 

 

 

 

 

 

 

 

 

 

 

 

 

 

 

 

이제 이 모퉁이를 돌아들면 오련폭포 시작되겠지요.

 

 

 

오련폭포

 

 

 

 

 

 

오련폭포를 따라 내려가면서 조망하는

칠형제봉

 

지난 여름

이곳을 올랐다가 폭우를 만나서

거의 초죽음이 되었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피할 수 없는 외통수 용소골과

그 길을 가로막은 용소폭포 ........... ㅎ

 

 

 

지금은 물이 거의 말라버린 용소폭포 곁을 통과합니다.

 

길 오른편으로 이런 모습의 암봉을 보니

칠선골입구에 다다랐나 봅니다.

 

칠선골 다리

 

칠선골입구의 이정표

 

 

 

 

 

 

도토리 처럼 생긴 바위 꼭지가

송곳 처럼 뾰쪽 뾰쪽하게 생겨 특이합니다.

 

 

 

청년시절 한 꿈을 꾸었습니다.

세상이 온통 가뭄으로 몸살을 앓을 때

나는 먼지가 폴~ 폴 날리는 비포장도로 어느 시골 우물로

물을 길러 갔습니다.

 

갓을 깊게 눌러 써서 얼굴도 몰라 보는

어느 한 여승이 건네주는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가지고 간 물동이에  물을 하나 가득 담아 마음이 흡족했는데

잠간 눈을 돌리는 사이

어디에서 몰려 오는지 스멀 스멀 그 물동이 속으로 스며드는 티끌들!~~

 

아무리 손바닥으로 그 티끌들을 훔쳐 내어도

어디론지 밀려 들어 와 물동이 속으로 가라 앉는   앙금들!~~

나는 아픈 마음을 안고 어쩔 수 없이

그 티끌이 뒤섞인 물동이를 들고 집으로 돌아 올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찌하면 명경수 같은 마음을 간직할 수 있을까?

그것은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다만, 그토록 맑아지려는 노력을 하는 것 만으로 족할 수 밖에 없는 것을!~~

그래도 노력은 해야겠지!~~

귀면암

 

 

 

짖은바위골 입구

 

지난 여름 칠형제봉에 오를 때 이곳을 들머리로 했고

지난 해의 천화대에 오를 때도 이곳으로 들어 갔네요... ㅎ

 

 

설악골 입구

 

천화대에 오르려면 이곳을 통과한 후에

왼편 능선으로 올라야 합니다.

 

 

 

비선대에 다다릅니다.

 

언제 보아도 늠름한 장군봉과 적벽

 

비선대 다리위에서 지나 온 천불동계곡 쪽을 돌아 봅니다.

 

 

언제나 정겨운 와선대 부근의 Kissing - Rocks 곁을 지나며

오늘 하루도 무사했슴을 감사드립니다.

 

어!~~  아직 세존봉이 그자리에서

잘가라 손을 흔들어 주고 있었군요.... ㅎ

고마워!~~  세존봉 ...........

그리고 백담계곡, 백담사, 수렴동계곡과 봉정암과 천불동계곡 ..

모두 모두 고마웠어....

비록 백운동계곡 입구에서 발목을 삐어

하산길이 무척 고통스럽긴 했어도

그건 내 자신에 대한 또 하나의 훈련이었다고 치부하면 될터 ...

 

나의 설악이여

이 하루, 그대와 함께

그대의 향연장에서

기쁜 시간을 보내게 되어 정말 행복했어.

 

이제 올해도

그대를 따스한 마음으로 보낼 수 있게되어 정말 다행이야.

 

이제 그대를 볼 수 없게 될 시간들이 오겠지..

그러나 다시 봄이 되면 그대를 다시 볼 수 있을테니

그리 서럽진 않아......

 

안녕!~~  안녕!~~~

내 사랑!~~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