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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수렴동대피소 - 소청봉 삼거리의 가을빛

 

29019

 

 

이제 구담을 오른편에 끼고 수렴동계곡으로 들어 섭니다.

 

수렴동계곡이 이렇게 수량이 부족하다니....

평소 같지 않게 연약해 보이는 그이의 모습에

가슴이 아파요.

 

 

그러나 수렴(水簾:물의 주렴, 곧 폭포)동...

곧 폭포의 계곡이라는 명예을 지키려는 혼신의 노력 탓일까

타오르는 붉은 빛을 주축으로

온갖 색깔의 단풍이 계곡을 수놓고 있어요.

 

 

용아장성능선으로 오르거나 그 능선을 타고 내려 올 때

가장 일반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이 곳 .....

지금은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이렇게 경고를 하고 있네요.

 

 

계곡을 사이에 두고 옥녀봉과 마주하고 있는 이 봉우리...

이곳을 지날 때 마다 얼굴을 쑤욱 내밀고

극진히 인사를 해요......... ㅎ

 

가뭄으로 몸이 많이 상한 수렴동이여!~~

너무 그리 크게 상심 말아요.

 

언젠가 다시 세상이 좋아지면

예전의 그 영화를 다시 찾을 날이 있을 지니

지금의 이 아픔은 그저 지나가는 한 줄기 바람 이려니 여기시고

우리 함께 그날을 기다리며 밝게 웃어봐요.

 

웃으면 복이 온다잖아요...... ㅎ

 

 

아시나요?

나의 수렴동이시여!

 

저에게도 내일의 태양이 다시는 떠 오르지 않을 것 같은

시련의 시간들이 많이 있었답니다.

지금의 당신에게 처럼 말이예요.

 

하지만 그 어려운 시간들은

견디기 힘든 시련의 순간들이긴 하지만

어떻게든 우리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는 열쇠가

우리의 내면에 비치되어 있답니다.

 

우리가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그 열쇠는 언제건 우리를 희망의 언덕으로 인도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앞으로는

서로가 행복하고 여유스러웠던 때 만을 생각하기로해요.

 

그러다 보면 우리에게서 어두운 구름이 사라지고 

다시 햇살 눈부신 날들이 올거예요.

 

우리가 고민이나 근심 걱정으로 부터 헤어나지 못하면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평등하고 고귀한 자산인

시간을 탕진하거나 말살시키는 우를 범하고 말 것이예요.

 

사랑하는 님!~~

당신이나 저에게 지금은 가장 견뎌내기 어려운 시기이기는해요.

하지만 우리 내일을 믿고 서로 격려하면서

오늘이라는 이 주어진 명제를 잘 풀어 가자구요.... ㅎ

 

 

만수폭포

 

저 물의 주렴 안에서는 어느 누구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을까?

사뭇 궁금하여

한 번 쯤 저 주렴을 들쳐 보고 싶어지는데요..... ㅎ

 

햐여튼 이 계곡은 水簾洞 이라는 그 명성에 걸맞게

폭포(水簾:물의 주렴)가 많기도 하네요.

 

 

이제 겨울이 와서 폭포가 얼어 붙으면

이 물주렴안에서 눈동자를 반짝이며

밖의 동정을 살피던 그님은

이 붉은 단풍가마를 타고

이 하계를 잠시 떠나

아마도 저 하늘나라 어디엔가로 잠시 여행을 떠났다 돌아 오겠지요.

 

 

계곡 저 편에

백운동계곡을 알리는 봉우리가 엿보여요.

 

 

비록 물길은 가늘어져서

나약해 보이지만

단풍의 붉은 미소는 이 계곡이 건재함을 과시하네요....

 

 

 

 

옥 처럼 푸른 담(潭)들은

눈길을 주는 모든 생명체들에게 희망과 투명함을 선사해요.

 

 

이 현란한 마블링의 조화는

가히 흉내도 내지 못할 아름다움으로 다가와요.

 

 

사랑하는 그대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며 견뎌내야하는

저의 아픈 영혼이 보이나요?

 

 

당신이 머물다 간 이 자리 ...

이 계곡..... 이 폭포.... 이 봉우리들 ....

 

저는 내 눈동자 처럼

그대를 사랑하 듯

이들을 사랑할 것입니다.

 

비록 제가 불귀의 몸이 된다 하여도

결코 떠나지 못할 마음속의 고향....

 

그 곳이 바로 여기 이 설악!~~

그 계곡과 능선과 봉우리와 거기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들이랍니다.

 

이제 가을이 되었어요.

내님꼐서도

세월의 수레바퀴 소리에

이제 떠나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고

남김없는 미소로 저를 맞이합니다.

 

백운동계곡 입구

 

남김없이,

그리고 후회없이 타 올라서

이 세상에 아무런 앙금을 남기지 않아야 한다고

그렇게 맑은 웃음을 선사하네요.

 

 

 

 

용아장성능의 일부가 올려다 보이고....

 

이곳으로 부터는 봉정암 올림길 까지

이렇게 용아장성과 눈을 맞추고  

어깨를 나란히 하며 걸어야 합니다.

 

 

용손폭포

 

 

용아폭포

 

 

 

 

 

 

 

 

 

 

 

이 가을,

단풍과 함께

수렴동계곡의 산나그네 하나

 

비인 가슴엔

폭포를 보듬은

푸른 담(潭) 하나,

 

돌아 오지 못할 모퉁이를

돌아 보면서

자꾸만 기웃거려지는

결코 지울 수 없는  향수!~~~~

 

이 절제되고 단아한 아름다움 앞에서도

초연할 수 있다면

 

그건 차라리

축복받은 생명에 대한

모독에 지나지 않으리라.....

 

몇 번이던가

이 용아장성 굽이 굽이를 돌아 들면서

또박 또박 새겨 두었던

내 가슴의 전률이며 눈동자며 긴장된 숨소리들!~~

 

 

오늘은

가을 나그네되어,

이 계곡을 더듬는 나의가슴속으로

여윈 물줄기 되어 쏟아져 내리네...

 

 

 

 

쌍용폭포

 

청봉골에서 흘러 내리는

왼편의 물줄기는 담기지 않았네요.

 

 

이제 몇밤을 보내고 나면

이 계곡도 화사한 가을의 야유회복을 벗고

바람에 나부끼는 리본 같은 시간의 파도위에서

지나온 궤적을 돌아 보며 그리워하리라

그 풍요로웠던 계절과

작렬하는 태양의 폭염 속에서

열매를 익히며 잉태의 기쁨을 노래하던 그 때를...

 

 

 

 

 

아마도 봉정암으로 오르는 길의 마지막 폭포 같아요.

 

저 만큼 앞에

봉정암으로 갈려지는

청봉골 초입의 경관이 나타나고.... ㅎ

 

사자바위 앞의 봉우리가 보이니

봉정암도 머지 않았나봐요.

 

 

 

이곳에 오르면 언제나

마치 오벨리스크나 랜드마크 같은 거대한 암봉 하나!~~

 

아직 꺼지지 않은 가을의 속살을 살포시 헤치며

나에게로 다가서며 내 품에 쓰러지듯 안기려는 모습에

나도 몰래 얼른 가슴으로 그를 안아 봅니다.

 

 

 

 

청봉골 부처상이 더 가까이 다가섭니다.

 

 

용아장성 초입의 직벽을 넘어서면

안개 스카프를 나부끼며

꿈길로 인도하듯 맞아주던 고혹적인 암봉들!~~

 

이제 또 머지 않은 어느 날

저 용아의 등위에 서리라!~~

 

 

청봉골과의 갈림길에서 봉정암으로 오르는 길

 

설법하는 부처상의 바위와

그 아래 부처의 설법을 듣는 청중들의 모습이 아련하다.

 

 

사자바위를 오르면서 담아 본 용아장성릉의 암봉들

 

 

오늘은 시간이 여의치 않아

사자바위를 그냥 통과합니다.

 

이제 봉정암의 윤전대와 암봉이 보이네요.

 

봉정암의 가을빛은 아직도 너무 화려하여

이 나그네는 그저 황송하기만 합니다.....

 

아름다운 그대!~~

고맙고, 행복하기만 합니다.

한켠에선 새로운 건축물이 세워지고

전에 식당으로 사용하던 건물은 낡아서 우중충한 모습으로

새로운 건물을 위해 한 켠으로 물러 앉아 있습니다.

 

나는 이곳 구건물 안에서 간단한 행동식을 하고

급히 봉정암을 빠져 나갑니다.

 

이슬비가 섞인 강풍이 전도를 어둡게 만듭니다.

 

 

 

 

봉정암에서 소청으로 오르는 길에

사리탑 모습을 담아 봅니다.

 

 

 

이 바위 사이로 용아장성릉의 첫 발걸음이 놓여집니다.

 

갑자기 불어닥친 폭풍 때문에

대청봉에서 내려 오는 산객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습니다.

 

온 설악을 휩쓸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것만 같은 폭풍우 탓에

소청대피소에도 사람 그림자 조차 찾아 보기 힘듭니다.

 

자주 느끼는 일이지만

설악산 고지대의 기상은 정말 예측하기 힘듭니다.

 

나는 설악 날씨의 괴이함에 주눅이 들어

조심스레 소청 삼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놓습니다.

 

 

소청삼거리에 가랑비가 섞인 폭풍이 몰아 닥칩니다.

몇 십 미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기상이 악화되어

전망을 기대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폭풍속을 걷기만 했습니다.

 

오늘 산행이 이데로 끝나 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속에

희운각으로 내려갈 채비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