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9월 26일) 부터 추석 연휴기간이라
오늘밤 11시 50분에 복정역에서 출발하는
설악산 무박산행 버스에 오릅니다.
어쩜 공룡능선도
갖가지 색상이 곁들인 색동옷으로 곱게 갈아 입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
그 모습을 상상만하여도 마음이 앞서 갑니다.
게다가 추석날인 모레는
지인께서 나를 찾아 오신다니 안되겠고
추석날 다음에도 연속 이틀이나 휴일이 기다리고 있지만
그날들은 산에나 도로에서나 인산인해를 이룰테니
그래도 조금 여유스런 날은 오늘 밤과 내일 뿐이네요... ㅎ
기왕의 만남이라면
조금 차분하고 여유스런 분위기에서 만나는 게
서로간에 훨 깊이 있는 정분을 쌓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중청봉대피소 쪽으로 내려가면서 담아 본
외설악의 잠이 덜 깬 모습
03:00 ---------------------------- 오색 탐방관리센타 입장
05:40 ---------------------------- 대청봉 (여명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담으려는 인파가 몰려
인증샷을 포기하고 그냥 중청대피소 쪽으로 내려감)
중청대피소
철쭉나무와 참나무등 다른 모든 나무들이
단풍이라는 물결을 따라 흐르는데
오직 눈잣나무 홀로 푸르름을 버리지 못하고
단풍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있네요.
오늘은 누구에게 마음의 편지를 보낼까?
누구라고 특별히 정해지진 않았지만
이 빠알갛고 앙징스런 우체통을 보면
괜시리 생각나는 사람이 한 둘 떠 오르곤 해요.... 훗
부질없는 내 마음!~~~~~
멀리 점봉산과 가리봉이
차가운 새벽 기운으로 맑아진 이마를 다시 손질하고
가을 제단위에 놓여질 다채로운 제물들을 점검하려나 봐요.
대청봉
이 길의 왼편에는 한계령에서 오르는 길이 있는데
오색에서 오르는 것 보다 1시간 정도 시간이 더 걸리니
비록 오색에서 출발한 시간 보다 30분 일찍 오르기 시작했다 해도
아직 이곳에 도착을 못했으리.....
중청대피소를 뒤에 남겨 두고
다시 봉정암 갈림길을 향해 내려갑니다.
지난 2월의 설날에는 1m 가까이 눈이 쌓여
하루를 연기했다가 다시 가까스로
입산 허가를 받아 통과했던 이곳 중청 옆길에
오늘은 벌써 많은 꽃들이 피었다 열매를 맺고 져버리고
지금은 이렇게 마지막 단장을 하고
자연의 품안에서 자신을 소지하러 제단 위에서 차례를 기다립니다.
봉정암과 용아장성릉
오늘 넘어가야 할 공룡능선
그 뒤로 마등령, 황철봉, 북설악,...
희운각 내려가는 길
무너미고개 전망대에서
가야동계곡을 조망하며 ............
신선대 쯤에서 잦은바위골쪽을 내려다 보면
마치 부챗살을 활짝 펼쳐든 地下女神이
공룡, 천화대, 신선암봉과 칠형제봉등으로 병풍을 치고
화채능선 계곡과 천불동계곡을 따라 내려오는 계류를 이윽히 바라보며
느긋하게 부채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곤 합니다.
그 숨어 있는 작은 능선이
바로 여기, 이 내려다 보이는 이 능선입니다.
잦은바윗골을 치고 올라와
오른편의 천화대릿지와 왼편의 칠형제봉릿지 사이의
이름없는 작은 능선 두 낱 ..........
그들은 남들이 자기들을 뭐라 부르던,
부르지 않든 상관하지 않고
때로는 장수하늘소의 형상으로
그리고 또 때로는 *황제의 용상*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기상을 말없이 보여주며
자기가 앉아 있는 고귀한 자리를 흐트러짐 없이 잘 지켜가라는
무언의 교훈을 설파하고 있나니
아름다워라 그 심중한 가르침이여!~~
고마워라 그 세월의 선률로 가다듬어 보여주는 고요속의 형상이여!~~
산오이풀과 바위구절초
공룡능선
천화대가 제일 앞줄에,
그리고 1275봉과 그 형제들이 그 뒷줄에,
그리고 그 뒷 줄에 나한봉과 그 다음에 마등령이 서 있지만
이렇게 멀리서 보면
원근법이 잘 안통하고
그저 모두 한줄로 늘어 서 있는 듯 보입니다..... ㅎ
실재로는 600~1000m의 거리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범봉
쑥부쟁이
내가 좋아하는 칠형제봉릿지와 천화대릿지 사이의 작은 능선들 ....
앞의 능선은 지난 번 소낙비 때문에 맘 고생이 많았던 날,
칠형제봉과 용소골로 하산할 때 지났던 능선이고,
이 부챗살 능선은
저 칠형제봉으로 통하는 능선에서 바라 보았을 때
옅은 구름사이로 보이는 능선의 아름다움이 어찌나 강했던지
언젠가는 꼭 지나가고 싶었던 아담하고 아기자기한 능선이었네요.
하지만 언제 그런 나의 소망이 이루어질 지는 정말 몰라요.
어쩜 아주 오지 않을 확률이 훨 높은데도
저는 그것을 꿈꾸고 있답니다.... ㅎ
너무 어리석죠? .......... ㅎㅎㅎ
멀리 봉정암 뒷켠의 바위들이 보이고
그 아래로 용아장성릉이 뻗어 내리고 있네요......
안녕!~~ 신선대 ...
범봉 왼편으로 천화대릿지의 최상단 부분인 노인봉 ..
공룡능선상의 천화대 부분
장군봉과 노인봉을 위시하여
많은 준봉들이 서로 기세등등하여
상대에게 조금도 헛점을 노출시키지 않으려 조심스럽고도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의 심성 마저 엿보이네요... ㅎ
설악골과 잦은바윗골 사이의 능선에 위치한 천화대릿지는
희야봉 아래 왕관봉 옆 까지
제7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암벽을 타는이들의 애호를 받고 있는 곳이네요.... ㅎ
천화대 넘어가는 길 ..... 장군봉
그런데 매번 느끼는 일이지만
이 장군의 눈동자가 빛나고 있는 거 같아요.
어디에선가 한줄기 햇빛이 비쳐
저 눈동자를 만든 것인지........
아니면 저 부분에 구멍이 뚫려 외부의 빛이 들어 오는 것인지 .....
아무튼 강렬한 눈빛을 연상 시키는 저 눈동자는
누군가의 최고의 걸작품중 하나라 여겨져요....
내가 그리도 보고 싶어하던 꽃 ......
그 이름 ...솔체꽃이여 !~~
나는 그대를 보고 싶어
쌩뚱 맞게도 5~6월에 설악을 처음 오를 때 부터
늘 그대를 목마르게 찾아 헤매였으니...
나의 어리석은 마음이여!~~
가을 하늘의 온 푸르름을 모두 거두어
그대 치맛자락 한겹 한겹 마다 저며 넣으며
그대의 푸른 꽃잎을 완성했슴을 내 아노니
그대 얼굴 한 번 보면
가을의 푸른 하늘이 내 안에서 춤추고
그대 미소 한 번 가슴에 새겨 놓으면
나는 가을 하늘이 되고 .....
잦은바위골에서 칠형제봉과 연결된 작은 능선
이 능선을 지나면 7형제봉과 용소골 상단에 이르게됩니다....
철형제봉릿지가 천불동쪽으로 이어져 있네요....
다시 1275봉과 나한봉
범봉과 천화대의 노인봉(1275봉 쪽에서 본 모습)
설악좌골이 내려다 보이고..
오른편에 천화대릿지길,
왼편에 1275봉이 어서 오라하네요.
가을빛이 완연한 1275봉
아쉬움의 눈길을 보내며 다시 뒤돌아 보며
천화대를 가슴에 꼬옥 안아봅니다.
다시 범봉과 천화대릿지
1275봉을 거의 다 올라 온 지점입니다.
가파른 이곳 바윗길에서 2~3 바퀴 굴러 넘어집니다.
갑자기 정신이 혼미해지고 몸이 말 할 수 없이 지쳐 있네요.
언뜻 보니 엄지손가락에서 피가 철철 흐릅니다.
지나가던 부부 산행인이 붕대로 엄지손가락을 감아
지혈을 시켜줍니다......
아!``` 고마운 분들도 참 많구나.
돌이켜 보니 희운각에서 아침식사를 하지 않고
아무 것도 먹지 않은채로 이곳 까지 내달린 것이
이번 사고의 원인이었구나,
앞으론 이런 경거망동한 짓을 절대 하지 말아야지 ....
앞을 바라보니
갑자기 한무리의 구름이 무서운 기세로
나한봉을 한입에 집어 삼킬 찰라다
나한봉은 거대한 눈사태에 직면한 것 처럼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한 듯 움추러들어 보입니다.
이걸 기생식물이라 할까?
공생의 가족이라 할까?
다른이의 영토 안에서
어쩜 이리도 평온한 삶을 이어 갈 수 있을까?
갑자기 외설악 쪽에
구름의 바다가 밀려 온다.
늘상 그렇긴 했다
해양성기후와 내륙성기후가 마주쳐서 일어나는 난기류 .....
그 난기류가 예고도 없이 비를 자주 내리게하고
천둥,번개와 예고 없이 구름을 몰고 오기도한다.
그래서 오늘 이곳에 비 예고가 없었지만
내 배낭속에는 우산이 착실히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다.
공룡능선!~~
참으로 머나먼 산행길이다.
신선대와 천화대, 1275봉과 나한봉과
마지막 1327봉인 마등령을 넘어야만 공룡능선이 끝나는 것이다.
내 앞에서 걷는 이 나그네도
나 처럼 발길이 잘 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이렇게 고운 단풍의 미소가 아니었다면
이 고행길은 더욱 힘든 길이 되었을 것이다.
멀리
오늘 넘어 온 대청봉과 중청봉이
까마득히 시야에서 멀어져 간다.
그러나 비록 그들이 내게서 멀어져 갈 지라도
거기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은
그 어느 곳의 그것들 보다 더욱 청초하고 해맑고 성결스러웠다.
구절초의 고귀함이 그랬고
솔체꽃과 비로용담의 푸르름이 그랬다.
마가목 열매의 빠알간 열정이 그랬고
매자나무의 샛노란 질투가 그랬다.
이제 오세암을 굽어 보는 바위들의 기슭이 다가 옵니다.
세상의 아름다움은
사람들의 눈을 비켜갈 수가 없어요.
오세암과 망경대의 절경은
사람들에게서 오세동자의 설화를 빌려
이곳에서 한송이의 연꽃이 피도록 주선했고
봉정암과 용아장성의 비경은
사람들에게서 부처님의 사리를 빌려
영원히 잊혀질 수 없는 복지로 거듭나게 만들었으니
사람들의 뜻이란 참으로 오묘한 힘을 가진 무형의 힘이로군요.
공룡이 단풍으로 물들었어요.
저는 설악의 단풍을 그 어느 곳의 그것 보다 사랑합니다.
암봉들과 단풍들의 조화가
이 보다 더 잘 어울리는 곳을 아직껏 찾아 볼 수 없었기 때문이죠.
계곡은 계곡데로 아름답고
능선과 암봉은 그들데로 아름다운 설악의 절경들....
그래서 저는 절로 설악에 매료되어 버렸어요....
중청봉에서 1275봉과 이곳 나한봉 까지....
외설악에 운해가 가득 밀려와
오늘 나와 속삭이던 얘기들과 숨결을 모아
또 하나의 전설을 안개바다속에 새겨두려나 봅니다..
고운 빛
설악의 단풍이여!~~
오세암 영토의 경계가 사뭇 경건해 보이네요....
마등령에서 ........
이 안개의 바다는
그렇게 쉽사리 오늘 우리의 얘기를 발설할 것 같지 않아요.
그냥 다른이들께 얘기해도
잘 알아 들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전설로
그렇게 바위 사이 사이에다 심어 놓고
그윽한 한 송이 꽃으로 다시 피어나길 기다린다네요.
고마웠어요.
설악의 단풍이여!~
이토록 붉게 웃기 위해서
얼마나 오랜 세월 소지(燒紙)의 연습을 하였던가요?
설악의 단풍!~~
이제 그대 떠나고 나면
한 세월 현의 울림도 들리지 않아
난 또 깊은 잠속에서 그대를 꿈꾸며 기다릴겁니다.
눈, 비, 태풍, 그리고 얼음의 계곡을 넘어
내 품으로 달려오는 그대가
내품에 아늑히 안기울 그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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