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휴게소에서>
아침 햇살 아래 희미한 실루엣으로
안겨 오는 흘림골의 능선들은
신비의 포승줄을 역광속에 숨기고 내 가슴으로 밀려 와
그 신비의 나라로 나를 유인하고야 맙니다.
<멀리 한계령휴게소>
오늘 나는 처음으로
한계령휴게소에서 흘림골 입구 까지
걸어 보기로 합니다.
그토록 아름다운 풍광들을
차창으로만 내다 보아야 했던 자난날들의 아쉬움을 보상이라도 받을 듯
그렇게 도발적으로 동행님들을 차편으로 내려 보내고
혼자서 정처없이 이길을 내려 가기로 합니다.
갠적으로는 오늘 이 행사가
나에게는 올 해 설악의 마지막 단풍행사가 되는 셈입니다.
<필례령 길>
필례약수로 가는 필례령이 갈려지고,
이 필례령을 조금 걷다가
왼편 가파른 기슭을 타고 오르면
점봉산으로 오르는 능선에 이릅니다.
그러나 그 능선에 이르는 길은 가파르고 위험해서
안내자가 없으면 정말 어려운 산행이 될 것입니다.
<한계령휴게소쪽의 기슭>
왼편엔 포복한 듯한 2개의 바위.....
언제 보아도 충직한 신하의 표상 같아요.
언뜻 보면 중국의 계림이나,
베트남의 하롱베이와 비슷하단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역광속에 실루엣으로 비춰지면 더욱 더요....
마치 무릉도원이나 선경이 기다리고 있을 듯해요.
언제나 차편으로만 이동하던 이길을
이렇게 호젓하게 혼자 걸으니 너무 자유롭고 부러울 게 없어요.
가끔 차량들이 성가시긴 해도
그리 큰 장애가 되지는 않네요......... ㅎ
걸어 내려온 길을 올려다 봅니다.
생각 보다 제법 먼길을 내려 왔군요.
뱅글 뱅글 돌아서 내려 왔으니 말이예요.... ㅎ
애래로 내려 올 수록 단풍의 색조가 깊어지네요.
흘림4교앞 단풍이 그만이군요.
<한계령 개통을 위한 마지막 연결점>
1971년 11월이면 꼭 44주기가 되는 달이군요..... ㅎ
이곳은 이 한계령 상하를 연결하여
이 길을 개통시킨 마지막 장소이며
125야전공병대대가 6년동안 피땀흘린 결실의 장소이군요.
정말 감개가 무량했을 그 당시
그 공병대대원들의 환희에 찬 모습들이 그려집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우리가 아지 못하는 그 누구인가의 수고로 혜택을 받고 있으니
항상 우리 곁의 이웃들에게도 고마움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ㅎ
감사합니다.
수고하신공병대원 여러분!~~
기념비가 세워진 곳을 다시 한 번 돌아 봅니다.
산양의 통로 표시가 있네요.
이런 도로에 저렇게 쬐꼬만 표시가 큰 효과가 있을까?
이제 흘림골 입구에 다다랐나 봐요.
<흘림골 입구>
협소한 흘림골 입구에
30~40여대의 대소 차량들이 운집해 있군요.
이제 남설악의 비경속으로 스며들어 갑니다.
이 흘림골을 찿을 때면
늘상 그자리에서 횃불을 밝혀들고 맞이하는
정다운 그대!~~
그대는 내 가슴에서 꺼지지 않는
또 하나... 설악의 표상!
횃불 같은 삶을 살라 이르네.....
단풍잎 오른 어깨 뒤 멀리에서
조용히 흩날리듯 나를 응시하는 등선대!~
<여심폭포>
지금은 물이 흐르지 않아
폭포라고 부르기에는 좀 뭐하네요...
<등선대에서>
<점봉산으로 가는 능선>
수년전 이 즈음 이 시각에
저 능선상에서 이곳을 내려다 본 적이 있었는데
엄청난 인파들이 몰려 들어
이 흘림골의 산길이 터져버릴 듯 보였어요.
그래서 씨즌의 공휴일엔
이곳 탐방을 삼가려는 경향이 생겼네요.
저 아래로도 아기자기한 암봉들이 가득한데
가까이 가 볼 수가 없네요..... ㅎ
가 볼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까이로는 칠형제봉 ..
저 멀리 서북능선상에는 귀떼기청봉이 우뚝 솟았군요....
점봉산 오르는 길을 다시 한 번 조망합니다.
한계령휴게소가 내려다 보이고
서북능선상의 대승령과
왼편 끝에 안산의 모습도 보여요...
이제 등선대에서 등선폭포를 향해 내려갑니다.
단풍 사이로 사슴벌레의 뿔 처럼 생긴 암봉이 있어 담아 보려해도
단풍잎들이 자기만 담아 달라고 비켜주지 않네요....ㅎ
<올려다 본 등선대>
이제 홀로 암봉 위에서
겨우 내내 눈과 얼음과 삭풍과 강추위를 견뎌내야 하는 소나무에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이렇게 붉은 웃음을 보내줄 수 밖에 없슴을 안타까워하며
내년 봄을 기약하며 떠나려 하는 단풍잎이
가을 햇살 아래 자신의 자취를 흔적없이 지우려는 듯
내면의 심지에 불을 붙였나 봐요.
붉은 등불 처럼 붉어진 단풍잎들!~~
그대들의 아름다운 이 영토에 초대해 주어 고마워요.
수년 만에 이렇게 방문하였으니
이제 언제 또 다시 그대를 찿아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지금의 이 아름다운 그대 모습은
내가 이세상을 떠나 간다 하여도
내 마음속에 영원히 살아 남아 있을 거예요.
이 실루엣의 음영을 헤집고 은은히 들려 오는 소리 하나.....
내 마음속에 살고 있는 영원한 메아리 하나!~~
지난 번 그대를 찿아 왔을 때도 그 소리는 나를 사로잡았었고
또 지금 이 순간에도
빛의 물결 넘어로 나의 가슴속으로 울려 퍼지는
메아리 소리 하나!~~~
그 빛과 소리의 물결 위에서 편히 잠들 수 있다면!~~~
등선폭포도 매말라 물이 실낱 같이 흘러요.
오색약수 까지 갈길이 멀군요.
기념비 처럼 우뚝 솟은 돌기둥 하나가
여전히 이 계곡 길목을 지키며 건너다 봐요.....
방가운 님!~
오묘한 능선을 따라 수놓은 소나무들의 자태가
이 정경들과 너무 잘 어울려요.
어느 분의 선택인지
이런 조화를 엮어내신 분께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ㅎ
주전골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에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네요.
흘림골 마지막 암릉군의 위풍이 당당해요.
이제 12폭 상단....
주전골이 시작되는 지점에 이르렀네요.
이 봉우리는 보는 위치에 따라서
횃불로, 또 골뱅이와 달마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12폭포 상류를 따라
12담계곡으로 오르면
필례령에서 올라 오는 능선과 만나서 점봉산으로 이어집니다.
12폭포 상단에 단풍이 곱게 물들었어요.
흘림골과 주전골을 이어
용소폭포 까지 연결된 산군이 장쾌합니다.
주전골 가운데 이 12폭포 주위에
상당히 많은 비경들이 산재해 있는 것 같아요.
이 둥그스럼한 바위위에 소나무 한그루가 자라니
마치 만화 고바우영감님 머리 같아요.
암봉과 소나무의 조화 위에
단풍의 붉은 미소가 간간히 추임새를 더하니
이 보다 더 아름다울 수가 없군요.
그래서 계절은 단풍과 함께
또 한 획을 그으며 갈무리 되고 ....
그대 아직도 사랑을 꿈꾼다면
붉디 붉은 단풍의 미소를 품으세요.
그 단풍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단풍의 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단풍의 마음으로 속삭이세요.
마지막 열매를 대지위에 바치고
허여로히 떠나가는 단풍의 미소.....
그리고 그 미소는 되도록이면 붉은 미소였으면 좋겠어요.
그 사람을 향한 심장의 색깔 처럼요.
이제 단 한 번만 웃다가 스러져도 좋으리니
이왕이면 그렇게 해 주세요......
아!~~
이 지울 수 없는 정경들을 두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 너무 두려워요.
제 지나친 욕심인가요?
어느 날 문득
이 보다 더 강렬한 빛이 홀연히 저를 데려 갈 것입니다.
그러나 빛이여,
내가 어느 정도 준비된 다음에 데려가 주세요.
제가 이 세상에 사는 동안
그래도 어느 정도인가는 정리가 된 후에 떠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요?
<용소폭포 입구>
<용소폭포>
이 폭포 줄기를 따라 계속 오르면
용소폭포탐방지원센타에 이르게 됩니다.
이 출렁다리 위에서 기념사진들을 많이 찍는군요.... ㅎ
<용소폭포 아래의 정경들>
이제 성국사와 오색약수를 향해 내려갑니다.
내려가다 뒤돌아 본 주전골의 모습
오색약수로 내려가는 길 옆 능선도 만만치가 않네요...
선녀탕
<오색에서 한계령휴게소로 오르는 길>
아침에 걸어서 내려 갔던 이길, 차창에서
흘림골의 외면 모습을 황혼녘에 다시 담아 봅니다.
아침에 출발 지점이었던
한계령휴게소를 지납니다.
~~~~~~~~~~~~~~~~~
이제 언제 또 다시 와 볼 수 있을까?
그래서 한계령휴게소에서 부터 걷기 시작한 이번 흘림골 산행....
상대적으로 긴 코스인 대청봉팀과 서북능선팀들이 있어
유유자적한 산행이어서
그 전 어느 산행 때 보다 흘림골과 주전골의 모습을
자세히 담아낼 수 있어서 흐뭇했습니다....
단풍도 고왔고,
날씨도 쾌청하여 너무 감사한 산행이었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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