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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포항 내연산(2015- 07-05)

29009

 

12개의 폭포가 그림처럼 펼쳐저 있을 내연산......

지난 일요일(일주일 전)에 공룡능선 무박산행의 여독이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인데,

다시 내연산 계곡에 도전하는 것이 다소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언제 다시 또 그곳에 갈 수 있으랴 싶어

몸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내연산의 여정 위에 섭니다.

 

이게 바로 나의 피할 수 없는 약점중의 하나랍니다.

포항시 죽장면 하옥리 향로교 들머리에서...

마치 두개의 사자상 같은 바위가 반겨 주어요.

 

강동역 출발 --------------------- 아침 6시45분

하옥리 계곡 도착 ----------------- 오전 11시30분 -- 산행시작

 

40년 만의 가뭄이 계속 되는 와중에

그래도 다행스럽게 어제 이곳에 비가 조금 내렸답니다... ㅎ

 

하옥리 들머리에 접어들 즈음에는

도로의 급 커브와 경사도가 너무나 심해서

현깃증이 날 지경이었답니다...............    훗

 

내연산 들머리인 하옥리 계곡의 야영지엔

많은 여행용 천막들이 들어 차 있네요.

 

예전엔 내연산이라 하면  보통 삼지봉을 일컫기도 했었나 봅니다.

하지만 지금은 향로봉내연산의 주봉으로 인식되어 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향로봉 고도가 제일 높게 표시되어 있네요.... ㅎ

 

가파른 산등성이 비탈길에

왠 성길고 댕깃단 같은 풀이 이렇게 가지런히 자라고 있을까요?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말갈기 같이도 하고........

 

이 곁을  지나칠라치면 그 누구에게나

조금 앉았다 쉬어 가라 속삭이는 듯해요!~~~

 

여로

 

조금만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았을 ..

그렇게 작은 꽃!

 

그러나 자세히 보고 있으면

그 육중한 색감의 무게가 얼마나 깊은지를 곧 깨닫게 될 것입니다 .............. ㅎ

세상의 모든 작은 꽃들이 다 그러하듯히 ...........  ^-^

 

긴잎별꽃

 

바로 위의 여로는 그래도 줄기가 조금 강인해 보이는데,

긴잎별꽃은 줄기도 너무 가늘어서

정말 줄기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ㅎ

 

 

정말 오랫만에 인증샷을 얻습니다.... ㅎ

 

요즘엔 일요일이면 어느 곳, 어느 산이건 상춘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니

평일이 아니고서는 왠만한 유명산에서는 휴일에 인증샷을 담기가 정말 어려워요... ㅎ

 

그런데 오늘 이곳엔 다행스럽게도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았네요.................  샤방

들머리에서 이곳 정상 까지 거의 1시간 30분이 경과했네요.

선두대장쯤 되면 1시간이면 도착하겠지만

경사도가 만만찮은 비탈길을 이 무더위에 무리를 할 필요는 없을 듯해요.

 

시명리(始明里)

 

빛이 시작되는 곳,

또는 아침이 제일 먼저 시작되는 곳..........

 

이곳에 맨 처음 마을을 연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눈여겨 볼 수 있는 특이한 마을의 명칭!~~~~~

 

그들의 마음속엔 이 오묘한 지리적 환경에 터전을 이루어

사파에 물들지 않고 자손 만대에 평화롭게 살아가기를 염원했을 터,

소박하면서도 투명하도록 아름다운

그들의 염원이 내 맘속으로 소리없이 적셔져 옵니다.

 

 

드디어 시명폭포에 이릅니다.

 

시명폭포

 

12개의 폭포중에서 시명리에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폭포네요.

그러니까 보경사를 기점으로 하면 젤 상단의 폭포가 되겠죠?

 

나는 시명폭포에서 부터

무작정 계곡을 따라 내려 가기로 합니다.

 

마치 원시림에 혼자 남겨진 우주의 유영객인 듯

그렇게 걷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사실 이 계곡은 저에게 그 어떤 거부의 몸짓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 순간 그저 이 계곡의 꼭둑각시가 되고 말았습니다.

 

협곡의 양안(兩岸)은 절벽으로 이루어져서

이리 저리 물길을 피해 다니느라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극심한 가뭄으로 물줄기가 가늘어진 계곡은

내가 이 계곡과 친해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어요.

 

아마도 이 계곡에 수량이 많았더라면

저는 이 계곡을 오늘 처럼 이렇게 수월스럽게 답사하지는 못했을 겁니다.... ㅎ

 

안쓰럽게   수척해져 버린 계곡의 가슴을 더듬으며

나는 감사함과 함께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정이 교차됨을 느낍니다.

 

그러나 역쉬 이  내연산 계곡은

비단 보다 더 부드럽고 은은하고

깊은 정감을 안겨 주네요......................  훗

 

끝없이 이어지는  이 원시 계곡의 속삭임.....

 

그가 말하는 듯합니다.

* 저희는 지금껏 서로 공생하며 잘 살아 왔어요.

그런데 어느 날 부터인가 서서히 님들이 그 공생의 끈을 잘라 버리네요.

언젠가 저는 님들에게 눈물로 호소했고,

님들도 환경의 심각성을 너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당장 눈앞의 편리와 욕망앞에서 그 공생의 의미가 너무 약해져버렸어요.

그것이 앞으로 큰 재앙이 되어 우리에게 돌아 올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나봐요.*

 

산수국

 

시기적으로 그런지, 아님 지형상 그런지

이곳에는 야생화들이 많이 피어있지 않아요.

 

가끔 씩 이곳을 떠나지 못하는 새 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기억해 달라며 속삭이고 지나가요.

 

그리고 새들과 바람소리를 더불어

바위와 무성한 나뭇잎이 잔잔한 냇물위에 자화상을 그려 놓고

하루 종일 요모 조모 그 자화상이 햇빛을 따라 움직이는 것을 지켜 보네요.

 

그래도 그 반영(斑影)이 너무 아름다워요.

이곳 계곡의 유려한 흐름은 예술, 그 자체로군요.

 

 

 

 

이곳엔 일정한 길이 없기에

이쪽 언덕, 저쪽 언덕으로.....

또 이 바위 저 바위 위로 뜀박질을 하며 옮겨다녀야 해요.

 

 

계류의 양안(兩岸)에 푸른 이끼들이 정겨워요.

이끼들은 양안의 바위들에게는 최상의 옷이거나 이불이라 해야 하겠네요.

 

비록 연약한 이끼지만 바위들의 상처를 막아주고,

얼음속에서도 바위들의 피부를 보호해

바위들이 행여 부스러질까봐 온 몸을 던져 바위들을 껴안고 있네요.

 

 

 

이렇게 양쪽이 절벽인 계류를 따라

1시간 반쯤 내려 오니,

건너편에 한 사람이 보여요.................

 

 

이 고즈넉한 평화를 그 누가 침범할 수 있으랴

 

이 계곡의 무단 침입자인 나 역시

수시로 경건하게 마음을 가다듬을 수 밖에 없었으니 ....

 

 

 

 

 

내가 내려가고 있는 그 오른편 산을 천령산(우척봉)이라 부르네요.

 

하늘이 점지해 놓은 영험한 산이란 의미인 것 같군요.

과연 그럴만하다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

 

 

 

 

이 세상 어느 조각가와 조경수도 감히 흉내를 낼 수 없는

아름다운 조각정원!~~~~~

 

이 신령한 아름다움을 신께서는 아무에게나 쉬이 보여주지 않으시려고

이렇게 접근이 어려운 계곡을 선택하여 정원을 꾸미셨고,

 

사람들은 감히 이 계곡 깊숙히 들어 오기를 저어하여

자연히 그 이름도 음지골이라 명명했던 듯해요.

 

복호1폭포에서

 

 

 

바위와 빛과 푸른 나뭇잎이

잔잔한 계곡물 위에 그려 놓은 이 절필의 명화!~~

 

 

나는 이 계류를 따라

느긋하게 흘러 갑니다.

 

물론 내 인생의 바다에 이르려면

 아직도 더 많은 굴곡과 소용돌이와 폭포를 지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문득 이 순간이 마치 세상의 끝인 것 처럼 느껴져요.

 

모든 시간이 멈춰버린

적멸(寂滅)의 순간!~~~

 

 

 

 

 

 

 

 

 

 

 

 

 

 

 

 

 

이제 은폭포에 이르렀어요.

 

이 폭포에 이르르려면

경사도가 직각에 가까운 벼랑을 타고 내려 가야 하는데

난 잠시 망설이다가 맘을 다잡아 먹고 위험한 비탈길을 내려갑니다.

 

 

이 아름다운 바위 조각품위로 다리가 놓여 있어요.

 

 

왕원추리

 

 

연산폭포

 

이곳 까지는 사람들의 발길이 많은 것 같군요.

보경사 주차장 차를 세우고 가족단위로도 가볍게 오를 수 있을 거 같아요.

 

 

 

 

 

계곡에 수량이 넉넉치 않아

물의 흐름이 아주 조용해요.

 

 

 

 

 

 

관음폭포

 

관음폭포가 내려다 보이는 봉우리에서 담아 봅니다.

 

내려다 보기가 아찔하고 무서웠어요.

 

 

 

비하대

 

늘푸른수목토일산악회원님들과 함께

 

관음폭포

 

이제 이 계곡을 지으신 님께서

자기 솜씨를 다 하여

이곳에 기념비적인 걸작을 남겨 놓으시니,

그 이름이 관음폭포라네.................

 

관음폭포 상단으로 오르는 다리위에서... 내려다 보며

 

 

관음폭포 상단

 

 

 

잠룡폭포

 

 

 

 

상생폭포

 

당신을 만나고 와서

몸살을 앓았어요.

 

아니 그 이전 부터도 힘들었었지요.

 

당신을 거기 그렇게 두고 와서 미안해요.

 

어쩜 제가 지금 앓고 있는 것은

당신께 대한 죄책감의 발로일 거예요.

 

우린 사랑 보다 더 깊고 푸른

마음의 호수에서 하나가 되었었지 않나요?

 

그래요,

이젠 안녕이라 말하지 말아요.

 

우린 늘 서로의 마음밭에서

서로의 꿈을 먹고 자라고 있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