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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딸의 첫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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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저의 힘이 모조리 소진되어

쓰러지려는 저를 따뜻하게 보듬어

일으켜 주신 님이시여 !

 

당신의 품안에서 저는 늘 평온했고

당신의 질서안에서

제자신에 대해서는 엄격했으며

타인에게는 조금 너그럽게 배려해 준

저의 작은 몸짓이

당신을 실망시켜드리지는 않았구나 싶기도 하구요

 

그래서 당신께서 저의 고통을

덜어 주신 건 아니신지요

 

하여튼 한계상황에 내몰린 저를 구해주신 님!

너무 감사하고 이 은혜를 잊지 않겠어요

 

항상 홀로 영광받으세요

 

 

 

중등교사 임용고사에 합격한

딸애의 첫 출근을 축하하러 집으로 향합니다

 

그 어느 때 보다 가벼운 발걸음....

 

2년전에도 2차시험에서

간발의 차이로 탈락했던 울 딸...

그 때에도 그녀는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 했을 겁니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아예 1차시험에서도

탈락했었는데 .....

 

올해에는 금융위기와 불경기의 여파로

교육계에도 재정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교사의 임용을 정식 교사보다는

기간제나 명퇴교사들로 임시직을 많이 채용하는 바람에

임용교사의 합격자를 최소화했었는데,

그 좁은 문을 뚫고 합격의 영광을 안았으니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초딩 2학년 때

용인 민속촌에 소풍을 다녀 와서 쓴 여행 후기가

학교 교지에 실리더니

 

3학년 때에는 학교에서 추천한 2명 중 한 명으로

아동 동화구연대회에 출연하기도 하였고

5학년 때에는 낭독대회에 나가기도 했던 아이...

 

그리고 중학교 입학시험(반 편성 고사)에서

당당히 전교 1등을 하여

입학식날 신입생선서를 하였던 아이...

 

그러나 중학교 입학 후에

반장을 맡으라는

담임선생님의 권유를 끝까지 거부했다가

미움을 사기도 했었지만,

상급학년이 되어서는

국어를 담당하여 학교교지의 편집에 관여하셨던

그 선생님의 추천으로 편집위원이 되어

그 학교교지 출간 이래 처음으로

만화책을 동반출간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던 아이....

 

 

그러나 딸애가 가난한 부모를 만나

아픈 기억으로 남을 일도 많았을 터...

 

그중 하나는

초딩 5학년 때 처음으로 반장을 맡았으나

가난한 우리 형편으로는

학교와 담임선생님께 대한 대접이 소홀 했었던지

괜한 일로 아이에게 상처를 주어서

항상 주눅이 들어 하교하여 돌아 오는

딸아이가 불쌍하고 측은하여

할 수 없이 안간힘으로

작은 성의의 표시를 하여 

딸아이를 곤경에서 구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중학교에 들어 가서도

그때의 아픔이 반복될까 봐서

담임선생님이 추천한 반장자리를

극구 거부했던 딸애의 마음을

그 국어교사였던 담임선생님은 아셨을까?

 

그리고 중학교 입학후에

수학이 어려우니 학원에 보내달라는

딸아이의 간절한 부탁을

" 나는 학교 다닐 때 한 번도 학원에 다닌 적이 없어도

대학교까지 나왔으니 생각도 말아라."고

우격다짐으로 거절해 버린 것은

사실은 우리의 형편이 어려워서 어거지를 부린 것이니

어찌 딸 아이에게 미안함이 없었겠고,

가슴이 아프지 않았겠어요?

 

 

모두가 돈 버는데는 아무 재간이 없고

무능력한 부모를 만난 탓으로

딸애가 마음 고생도 많았을 겁니다.

 

특히나

중딩 때까지 단칸방에서

세식구가 같이 몰려 살았고

화장실도 문밖으로 나가서 계단을 올라가야 했던

어려운 환경에 살다가

같은 반 친구였던

모 재벌기업 부회장의 집과

교세가 상당한 목사님집을 다녀 온 후로

우리 사는 환경에 대한 자괴감을 술회하여

사춘기의 딸애가 얼마나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까를 생각하니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

 

그러나 저로서는

아이를 위하여 최선을 다 했습니다

 

덕성여대에 입학하여 1학기만 마쳤는데

이사진과 교수진의 다툼으로 어수선한 학내 분위기가 싫다고

갑자기 학교를 그만 두고

재수를 하여 다른 학교에 진학했을 때도,

그리고 중등교사임용시험을 치루기 위하여

3년 동안을 뒷바라지 하기가

그렇게 만만치만은 않았습니다.

 

그 동안에 납입이 완료되어

찾지 않고 그냥 두면

10년을 더 보장 받을 수 있는 나의 보장성 보험금과

아내를 위해 넣어 두었던 보험금들

그리고 심지어는 아이를 위하여 넣어 둔 보험금까지

모조리 다 해약하고

그것도 모자라

개인 사채를 끌어 쓰고

심지어 카드 빚까지 져서

 

이제는 정말 물러 설 여지가 없어

막다른 낭떨어지에 서 있을 때

바로 님께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주셨으니........

 

 

어젯밤 나는

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 나의 입장을

아내와 딸 앞에서 대충 털어 놓았습니다.

 

그러자 딸아이는 말했습니다

" 아빠, 그런데 아빠는 제가 이번 1차 시험을 보고 나서 통화했을 때

떨어지면 다시 보면 되니 걱정말라고 하셨잖아요.... "라고

"그건 잠시라도 니 맘이 흔들릴까 봐 한 소리지...

사실 니가 이번에 안되었으면 넌 아마 비정규직이나

다른 어려운 길을 걷게 되었을거야.......... "

 

 

딸 아이는 지금 쯤

어느 교정에서 많은 동료 선생님들과 학생들 앞에서

미소지으며

한편으로 설레임과 또 두려움과 새로운 각오로

서 있을겁니다.

 

창문으로 아침 햇살이 따사로이 비취이네요

 

이 아비와 지 어멈의 마음과

본인이 겪어 온 사랑과 아픔과 희망과 열정,

그리고 때로는 원망과 미움으로 점철되었던 세월을 껴안아

아름답게 아롱지는 하나의 구슬이 되어

자기를 따르는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새로운 희망과 용기와 도전의 역사를 새겨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답니다

 

딸아!사랑한다

 

니가 가슴 죄이며 지내 온

지난 수년 동안의 고난과 좌절의 순간들은

이제 너에게 기름진 밑거름이 되어 있을 것이니

넌 반드시 아름답고 튼실한 열매들을 맺을거야

 

그 나무에 달린 영양가 많은 과일들을

네 주위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줘야 하지 않겠니...

 

부디 이웃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만물에 대하여 항상 자비심과 배려의 마음을 갖기를 바란다

 

자 !

나가거라~

산 넘고 물건너 대양과 하늘끝까지......

 

네 이름이 뜻하는 바

이 세상 만물과 행복의 척도도 

보이는 자체가 아니라

네 마음의 눈에 달려 있으니

항상 마음의 눈을 맑고 밝게 보존하기 바란다.

 

Bye! Bye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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