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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봄이 오는 소리

 

28808

 

 2월의 마지막 일요일이 지나갑니다

이제 한 주일만 지나면 3월이 오겠지요

 

요즈음 몇 차례인가

추위가 오락가락하더니만

이젠 정말 겨울이 물러가려나 봅니다

 

아직도 앙상한 나뭇가지는

언제쯤 푸르른 옷으로 갈아 입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까치며 박새며 딱따구리는

완연한 봄볕이 내리는 숲속에서

활기차게 활동을 시작하고 있어요

 

이제 곧 새끼를 부화시키려는 모양이예요

 

작은 미물들도 계절의 변화에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우리네도 뭔가 봄을 맞을 준비를 서둘러야겠죠

 

겨우내 움추렸던 가슴과 사지를 쭉 펴고

봄의 기운을 흠뻑 들여 마셔야겠어요

 내가 오르는 숲속 오솔길 한켠으로

이렇게 금방이라도 굴러 내려갈 것 같은 큰 바위가

지나가는 등산객들을 응시하고 있네요

 

 누군가가 이렇게 금부처를 안치해 놓고

치성을 드리나 봐요

 

 

 여기서 가녀린 현호색꽃들이 미소지을 겁니다

살랑거리는 봄바람과 정담을 나누며...

 

 

 

 내가 지나는 계곡의 폭포가 얼어 붙어서

멋진 얼음 조각으로 변신한 모습을 구경하고 가라 하네요...

 

 우리의 가슴도 마음도

이렇게 얼음으로 채워져 있는 건 아닌지요

그렇다면 이제 다가 오는 봄볕을 모아서

서서히 녹여 내려야겠어요

 

그리하여

졸졸흐르는 시내물이 되고

또 땅속으로도 스며들어

많은 생명체들에게 생명수로도 안겨져야 하겠지요

 

 

 그러나 우리들 마음속의 얼음도

그냥 얼음이 아니라

이 예쁜 얼음의 형상 처럼

아름답게 빚어진 얼음으로 빛나고 있었을 터

그 생명수도 꼭 아름답게 쓰일거예요

 

 

 가라 ~

얼음에서 풀려난 생명수들이여

부디 멀리 넓게 흘러가거라

 

내마음의 얼음도 풀려서 흘러가거라

내 이웃들의 마음과 가슴속으로도

깊이 널리 흘러 들어가서

그들의 생명을 일깨워 향기로도 채워지거라

 

 

 쌓은지가 얼마 안된 이 돌무데기 탑은 제법 높았었는데

한 달 전쯤의 어느 날

젊은 남자 두사람이 올라가다가

무조건 이 돌탑을 무너뜨렸어요

 

마치 몹쓸 악귀라도 박살내려는 듯이

발길질로 마구 밀고

가지고 있던 지팡이로 쑤셔대고 하면서

입으로는 계속 저주의 소리까지 내 지르면서

거의 살의에 찬 상태로요

 

이 탑은 여름철에

이 개울물가에서 더위를 피하며 지내던 어떤 사람이

하나씩 둘씩 돌을 모아다가 쌓아 놓았던 듯했어요

 

그런데 이 탑을 무너뜨린 사람들은

아마도 이 탑에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했던 것 같아요

소위 우상숭배라고 생각했던 모양 같아요

 

 누군가가 이 허물어진 돌탑위에

눈사람을 만들어 놓았네요

아마도 이 돌탑을 쌓아 올린 사람이 아니었을까요?

 

모든 존재들은 모두가

이 눈사람 처럼 사라져 갈 텐데

자기와 신조가 틀리다고 이렇게 무자비하게

타인의 정성에 상처를 입혀도 될까요?

 

조금이라도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되겠죠?

그래야 나도 다른 사람들께

배려를 받을 자격이 주어지는 것 아닐까요?

 

 돌탑을 쌓아놓은 사람이 만들어 놓은 듯한

대나무 수로

 

그 사람의 작은 정성이 얼핏 엿보여요

그리고 무자비하게 짓밟힌 그 정성이

너무나 아쉽고 씁쓸함을 안겨주네요

 

 

 복수초가 피어날 자리엔

이렇게 작은 떡잎 하나가 눈밭속에 외로워요

 

 서문으로 내려가는 담벼락에 열린 고드름이

마지막 가는 겨울을 위해

이별의 눈물이라도 흘리는 것일까요?

 

 국청사도 잔설속에서 조신스런 모습이네요.

 

 서문에서

성 안을 들여다 보면서....

 

 새 모이통...

 

누군가가 야생조류들에게 모이를 주기위해서

약수터 주위에 만들어 놓았네여

 

갸륵한 마음 씀씀이.....

 

 봄의 전령사인 버들강아지가 막바지 치장을 서두르네요

 

 

 봄날을 기다리다 조금 일찍 잎을 피워 올린 현호색이

또 다시 불어닥친 혹독한 추위 속에서

언 몸으로 떨고 있군요

 

 아직도 낙엽과  하늘을 품고 있는 작은 웅덩이도

봄을 기다리기는 마찬가지....

 

 지난 가을 중국메미들이

가죽나무(소태나무과)의 수피를 뚫고 들어가서

겨울을 나나봐요

 

이제 이 가죽나무들은 모두 고사하고 말았어요

정말 무서운 메미들이예요

빨리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더 많은 나무들이 피해를 입고 죽어 갈 것입니다....

 

 중국메미들은 이 가죽나무들이 중국원산이라

자기들 체질에 맞아서 였을까요?

향수에 젖어서 였을까요?

 

안타까운 가죽(가중)나무들...

내가 다니는 길가에서

그렇게 치렁치렁 넓다란 잎사귀를 나부끼며

나를 반겨주었었는데....

 

 사위질빵의 잔해가 아직도 성긴 머릿단을 풀어헤치고 있군요

 

 산수유 열매도 봄볕속에서

더 느긋하게 감미를 채우고 싶은가봐요

 

 노오란 꽃망울을 터뜨릴 준비를 하며

 뭔지 행복한 수다를 떨고 있는 듯한 산수유

 

 모든 어린 새싹들은 그 여릿 여릿한 아름다움으로

세상의 모든 눈과 가슴들로 부터

보호 본능을 일으키게 하나봐요

그래서 모든 가슴들로 부터 극진한 보호를 받으며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연유로 생명체들은 성장을 멈추지 않구요

모든 존재들의 보호본능과 모성애

그것이 세상 생명체들의 존재의 모태였군요

 

 목련도 봉깃하게 봉우리를 자랑스럽게 매달고 있네요

 

 예전엔 이 상석의 옆에도

멋진 비석이 세워저 있었는데....

그리고 무덤도 잘 관리가 되고 있었구요

 

그런데 지금은

양 옆에 시립해 있던 비석도 온데간데 없고

무덤은 낮아지고 상석도 돌보지 않고 있네여

 

참으로 무상한 인간사 ... 그리고 세월들 .....

 

 양지쪽에 자리잡은 돌나물들이

어느 초목들 보다 먼저

싱싱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군요

 

 매화나무도 이제 꽃을 피우려고

슬며시 창문의 휘장을 걷어 보고 있군요

 

 

 노루발풀(노루발풀과)은 늘푸른 생명력을 과시하며

낙엽을 이불삼아 추위를 잘도 견뎌내고

호시탐탐 꽃을 피울 자세를 갖추고 있군요

 

 노루발풀의 꽃의 잔해

 

 찔레나무도 긴 겨울잠에서 깨어났군요

 

 빨간 찔레 순이 앙징맞죠?

 

 생강나무의 꽃망울도

이제는 두터운 겉옷이

조금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나봐요

 

반쯤 벗은 외투속으로

솜보송이 속살이 넘 부드럽고 따뜻해 보이죠?

 

 

 

 이제 모든 생명체들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

곧 숨가쁘게 이어질 긴 경주에 대비하느라

조용한 가운데서도 분주한 모습이네요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겠죠?

 

일어나 빛을 발할 시간이 되었군요......

 

자 ~  홧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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