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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하나 이슬 하나

괭이눈

 

28809

 

 

 올들어 야생화의 징후를 처음 목격하게 된 순간~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카메라 렌즈를

그 방가운 녀석의 볼 가까이 들이 댑니다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귀중한 보석을 발견한 심정으로.....

 

이제 바야흐로 꽃들의 미소경연을 알리는

빵빠레를 듣는 기분이군요

 

 괭이눈(범의귀과)

 

괭이눈은 꽃을 피우려면

아직도 상당히 시간이 흘러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기고

이렇게 살포시 나에게 미소를 건네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요.....

 

 꼬옥 쥐어진 아기의 손처럼

그렇게 앙징스런 괭이눈의 모습이

정녕 정다워

저의 호흡도 가다듬어 집니다

 

녀석도 느끼고 있을까요

저의 이 방가움에 들뜬 가슴의 고동소리를 ....

 

 그래요

녀석은 충분히 느끼고 있을겁니다

 

녀석은 우리 인간 보다 훨씬 오래 전 부터

이 땅의 주인이었으니까....

 

이 자연의 질서와 그 변화를

우리 인간들 보다 훨씬 잘 터득하고 있을 터이니

이런 나의 설레임을 모를리 없겠죠.

 

 어!

그런데 이게 왠 수난?

 

누군가가 이 괭이눈 옆지기를

무자비하게 파헤쳐 놓았군요.

 

내가 어렵사리 찾아내서

처음으로 이 모습을 담는 줄 알았는데

벌써 누군가에 의해서

뿌리채 무참히 뽑혀지고 파헤쳐진 괭이눈의 수난!

 

이건 괭이눈의 수난이기에 앞서

인간의 피폐한 마음을 보는 것 같아서

너무나 슬픕니다...

 

아 ~

너희들에게는 나 자신도

너무나 잔인한 죄인이란 걸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너희들을 찾아 다니는

이런 나의 행위를 접으려고도 생각했었지

 

하지만 이런 행위가

순전한 나의 에고에 뿌리를 두고 있는 행위인 줄 알고 있지만

이 또한 나의 억지 욕망 때문에

어쩔 수 없어

 

미안해!

야생화들아....

 

제발 가까이 오지 말아 달라는 너희들의 요구를

최대한 받아 들이며

너희들을 괴롭히거나

상처를 입히지 않도록 노력할께 ....

 

 길가에 피어나는 야생화들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 날 수록

더 많은 수난을 받게 될 것 같아서

안쓰러워요

 

 길가에 피어나는 운명을 가진 야생화지만

무자비한 인간의 욕심의 제물이 되지 않기를 빕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기 식욕을 채우기 위해서

길가의 원추리며 참나물, 민들레 등의 새순을

무자비하게 뜯어 가 버려서

마치 목잘린 인형 처럼

처절한 모습의 그들을 볼 때가 많답니다

 

그래서 그들은 꽃도 피워 보지도 못한 채로

불구의 모습으로 일생을 보내버리죠

 

그리고 길가에 피어 있는 특이한 야생화를 보면

무조건 캐서

집으로 가져 가는 사람들도 있네요

그러나 집에 가져 가서

잘 키우는 사람 보다는

그냥 고사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하니

너무나 무지하고 한심스런 생각이 들어요

 

두릅 같은 경우는

아예 새순이 돋기만 하면

무조건 뜯어 가는 바람에

나무가 자라지도 못하고

고사해 버리고 마는 실정이랍니다

그래서 등산로 가까이에서는

두릅나무가 생존을 못하게 돼요

 

참으로 안타까운 사람들...

그리고 불쌍한 야생의 꽃들과 식용 초목들 ....

 

그러나

괭이눈아!

그리고 새롭게 미소지을 야생화들아 !

봄날의 햇살을 너희들께 선물로 보내노니

내 마음을 받아들여 주렴.

 

너희에게 행한 뭇사람들의 무지의 소치에 대해서

내가 대신 용서를 비니

이 세상에서 동거동락하는 동안

서로의 안식과 평화를 위해서 함께 힘쓰자꾸나.

 

안녕 ...

내 사랑 괭이눈!

그리고 새롭게 태어날 야생화들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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