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처음 꽃들은
잎이 채 피기도 전에
서둘러 웃어요
아직도 쓸쓸한 들판과 계곡으로
찬 바람이 휩쓸고 지나가는 길목을 지키며
성급히 봄바람을 찾아 나선
나그네의 설레이는 가슴에
가만히 귀를 갖다 대어보며
온 몸을 던지며 웃네요
이른 봄의 꽃들은
옷매무새도 돌아 보지 않고
그냥
알몸으로
가슴을 드러 내보이며
내 가슴속으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 와요
봄꽃들은 알아요
나는 이미 자기의 포로인 것을....
올괴불나무꽃(인동과)
혼자서는 외로워
마디 마다 둘씩 양쪽으로 나뉘어져
그렇게 다정하게 추위를 이겨내련다네...
노루귀(미나리아재비과)
얼마나 오랫 동안
다 여물지도 못한 솜보숭이 귀를 쫑깃거리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니...
찬비에 젖은 네 모습을 보니
가슴이 저리네..
어쩜 너를 다시는 볼 수 없을 것 같은
절박한 마음에
네 자태를 요모 조모로 이 가슴에 새기는
내 마음을 넌 알겠지?
모두가 사람들 탓이란다.
너를 잘못 사랑하는
그 마음들 때문이란다.
복수초(미나리아재비과)
아직은 채비가 덜 끝났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네요
그래 알았다.
그 황금빛 미소를 보려면
조금은 기다릴 줄도 알아야겠지?
처음 피어난 진달래가
무척 조신스럽군요.
이젠 완전히 만개한 생강나무꽃
뫼제비꽃(제비꽃과)
올해들어 처음 보는
제비꽃!
그 가녀리고 은은한 미소가
연보라빛 얼굴위에 수줍게 흐르네요
ㅇ
도토리
이제 마악 새 생명으로 잉태되는
도토리 열매가
생명의 오롯함을 그 몸짓으로 말해줘요
~~~~~~~~~~~~~~~~~~~~~~~~~~~~~~~~~~~~~~~~~~~~
조급한 사랑
너무 조급했다고 나무라시나요?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답니다
마음 보다 먼저 달려가는
내 가슴의 파도...
아직은 남들의 발자욱 소리
멀리에서 아득히 들릴 때
나 홀로 이 낙원에서 사랑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나를 사랑하는 그이에게도
내가 이 낙원의 첫사랑이 되겠죠?
너무 조급했다고 나무라지 마세요
잠들지 못한 제 가슴은
생명의 부름에 따랐을 뿐이랍니다
그 아름답고 황홀한 무도회에의 권유를
어찌 뿌리칠 수 있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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