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거도 도착 다음날
우리는 가거도의 일출을 보러 회룡산에 올랐다.
회룡산은 가거도항에 입항할 때 통과하는 길목에서
우리를 내려다 보며 정겹게 맞이해 준
바위 산이다.
새벽 바람을 맞으며 상큼한 공기를 폐부 깊숙히 들이 마시니
온몸의 찌꺼기들이 한 달음에 빠져 나가고...
우리는 하늘을 가르며 나르는
한쌍의 커다란 이름 모를 새의 遊泳을
마치 불사조나 길조의 출현인양 좋아라 올려다 보았다.
그 새가 오늘 하루
우리의 일정을 보살펴 주리라는 기대 조차 하면서.......ㅎ
봄이라지만 해변의 바람은 초겨울 처럼 싸늘했다.
바닷가 바위산(회룡산)의 정상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며 ....
이들의 기쁜 모습속에서는 어떤 일렁임이 일고 있을까?
드디어 일출의 모습이 나타나려는 순간...
그러나 해는 바다 위가 아니라 건너편 산 허리에서 출현했다.
해를 기다리던 사람들의 입에서
일제히 탄성이 흘러 나왔고
어떤이는 소리내어 기원을 하기도 했다.
회룡산 정상에서의 일출을 본 후 조식을 마치고
우리는 가거도 섬 일주 유람에 나섰다.
출발 당시에는 바람은 약간 세게 불었지만 참을 만 했다.
갈수록 풍랑이 세어지는 바위 위에서
낚시에 푹 빠져 있는 한 사람이 보인다.
그의 낚싯대는 먼 발치에서 봐도 크게 휘어져서
아마도 큰 대물이 걸렸을 거라고 여겼다.
그러나 한참을 요리조리 당기고 있던 팽팽한 낚싯줄이
한 순간에 힘없이 풀어지는 것을 보며
우리도 당사자 처럼 아쉬움을 쏟아 놓았다.
_ 아휴 ...그 커다란 고기가 낚여 올라 오는 맛을 느끼고 싶었는데..._
이곳은 어제 산행 때 능선에서 내려다 보이는 멋있는 배경의 해안이다.
우리 모두는 이곳을 배경으로
멋진 추억 사진을 담아 왔었다.
그러나 갑자기 풍랑이 일고
뱃전에 부�치는 파도의 물방울이 튀어올라
선수에 앉아 멋진 풍광을 구경하고 카메라에 담던
나와 회원들의 옷과 얼굴을 적셨다.
거친 파도에 놀란 여성회원들은
놀라서 경악의 소리를 질렀고
옆사람의 팔이며 옷...심지어 어느 분은
남자 다리를 붙들고 늘어지는 이도 있었다.
그 거친 풍랑은 우리가 가거도항에 입항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19명이 탄 작은 고깃배는 파도위에서 마치 낙엽처럼 흔들렸다.
만일 30명 이상이 탓더라면 아마도 조난을 당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도 역시 만일을 위해서 물에 빠질 준비를 할 정도였다.
-이곳에서 최후를 맞나- 싶을 정도로
극도의 불안감이 엄습했다.
내 옆에 앉아 있던 여성회원님도
내 팔을 꼭 붙들고 놓아 주지 않는다.
나는 그녀에게 불안감을 심어주면 안된다 생각하고
태연한 척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안심시켜주려 나름으로 애썼다.
그러나 결국은 크게 부�쳐 오는 파도의 충격에
나도 카메라를 놓치고 넘어졌다.
그 바람에 카메라의 밧데리가 튕겨져 나오고
내 손가락 마디의 살점이 벗겨지기도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했다.
그리고 한 없이 나약한 내 모습의 진상을 보았다.
- 감사합니다.
이 어려운 항해의 길을 무사히 통과시켜주셔서... -
처음 시작과 끝의 판이한 여정속에서
우리는 마치 천국과 지옥을 오락가락 한 것 같았다.
그러나 모든 여정이 마무리 된 후
나는 아무튼 깊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아 와 있었으니...
감사하자.
매사에 감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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