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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

보길도의 겨울풍경...

 

22125

 오직 네비게이션에만 의지하고

캄캄하고 눈내리는 새벽길을 헤치며

땅끝 마을을 찾아 가던 산악회 버스는

몇 차례인가 진로를 수정하는 어려운 운행 끝에

예정 시간 보다 20여분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날씨는 여전히 음습하고 간간히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바람은 거세게 불어

새해 맞이 행사장은 어두운 음영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새해 맞이 행사를 위하여 마련해 놓은 간이 천막들이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보는 이의 가슴 마저 움추러들게 한다.

 

 그러나 새해 맞이에 나선 사람들의 가슴을

그렇게 초조하고 조바심 나게 만들던 날씨도

해가 솟아 오르는 순간에는 정말 거짓말 같이

칙칙한 구름이 걷히고 황홀하고 감격적인 장면을 연출해 주었다.

 

모두의 입에서 탄성이 절로 터져 나왔다.

 

일행 중 한 명이 솟아 오른 새해를 배경으로

모습을 담아 보고 싶다 한다....

 

 우리를 보길도로 데려다 줄 선상에서 바라 본 땅끝 마을...

 

 

 땅끝 마을 전망대가 멀어져 간다.

 

 땅끝 마을 등대.

 

 땅끝 마을에서 출항할 때에도

거친 풍랑 때문에 정시에 출발할 수 있을지

초조한 순간을 보내야 했었고

이 곳 보길도에 도착해서도 역시 같은 문제로

한참을 허비한 뒤에야 우린 각자의 여정을 재촉했다.

 

윤선도의 유적지 *세연정*으로 갈 팀과

산행을 위주로 할 팀

그리고 아예 여정을 포기하고 이곳에서 기다리는 팀으로 나뉘었고

나는 회장겸 대장과 또 한 사람의 회원과 셋이서

산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지난 2월에 세연정을 다녀 왔기 때문이다.

 

 보길도 마을 뒷산에서 내려다 본 정경...

 

 

 산 아래 보길도의 소재지가 약간 보이고

건너편에 보길도 보다 넓은 노화도의 소재지가 보인다.

 

 잠을 거의 못 자고 무리한 탓일까

마비가 있는 왼쪽 얼굴이 더 찌그러져 보인다.

 

내 뒷편으로는 노화도를 비롯한 섬들 사이로

강 같은 바다가 보이고

그 바다 위에 양식장이 넓게 자리 잡고 있다.

 

 이제 날씨는 맑게 개였고

동백나무잎 위에 소복한 눈이 눈부시다.

 

 

 동백나무 잎은 백설을 소담히 이고 있지만

조금도 추워 보이지 않고 다정스럽게  보이기 까지 하다.

사실 바람은 약간 불었지만 날씨는 너무나 화창했다.

 

 지난 2월에 공사중이던 노화도와 보길도를 연결하는 다리는

이미 개통이 되어서 종종 차량이 질주하는 모습이 잡힌다.

 

 정말 멋진 다도해의 모습...

올망졸망한 섬들과 완만하고 유려한 굴곡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회장겸 대장인 이상라씨...

 

 산행을 택한 3인방 중의 한 사람...

그는 산행을 시작한 지 오래 되어서 속도가 매우 빨랐다.

 

 

 

  아열대에 가까운 기후 탓에

아직도 흰눈에 덮혀서도 싱싱함을 자랑하는 고비...

 

 

 

 

 

 산에서 내려 오는 중에 한 농가에서 노란 유자가 눈길을 끌었다.

우리는 그 농가에 들어가서 주인의 승낙을 받아

유자와 정원의 꽃을 담을 수 있었다.

 

 

 

 

 

 어렸을 적 내가 살던 김제에서

밭과 과수원 울타리로 많이 애용되던 탱자나무가

정말 오랫만에 모습을 보여주었다.

 

 

 

 

 노화도와 보길도를 연결하는 다리.

 

 돌아 오는 선상에서 ...

갈매기들이 환송식을 하듯 계속 나를 따라오며

아쉬움을 전하고...

 

 

 땅끝 마을과 보길도 사이의 중간 기항지인 넙도의 모습...

 

 다시 땅끝 마을에 와서...

아침에 그렇게 발을 구르면서 애타게 새해를 기다리던 그 자리엔

오후의 따스한 햇빛만이 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새해맞이 손님들을 기다리며 작은 좌판위에

오뎅과 약밤을 구워 팔고 있는 행상인...

 

추운 날씨와 폭설 탓에 예약된 손님들도 오지 않고

기왕에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 역시

새해 일출을 촬영한 뒤에는 추위를 피해서

길가의 행상에는 눈길 조차 주지 않고

종종 걸음으로 바삐 지나쳐 간다.

 

나 역시 그 곁을 황급히 지나쳐 왔다가

시린 가슴이 고무줄 처럼 나를 끌어 당겨서

다시 그 행상 곁으로 와서 약밤을 샀다.

 

_ 이거 한 봉지에 얼마죠? -

-한 봉지에는 3천원 두 봉지에는 5천원 인데요. -

- 그럼 4봉지만 주세요. -

 

나는 마음 속으로 그 노점상인의 주머니가 두둑해지기를 기원하며

서둘러 버스로 돌아 와서 한봉지만 남기고

옆의 동행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약밤은 속 껍질도 잘 벗겨지고

한 입에 쏙쏙 들어 와서

먹기에 아주 편해서 좋았다.

물론 맛도 좋았고.....

 

 해남의 송호리 해수욕장의 소나무밭 사이로

오후의 바다가 평화롭다.

 

 차창으로 내다 본 바다.

 

 

 자그마한 천일 염전이 여름을 기다리며...

 

 또 다시 내리기 시작한 눈은

백양사 휴게소에서 버스 밖으로 나온 나에게

깨끗하고 싱그런 악수를 청한다.

 

 백양사 휴게소 주변의 설경...

 

 

 

  이렇게 제 여정을 자로 잰 듯

제가 바라던 데로 이끌어 주신 님!

감사하나이다.

 

제 마음은 항상

당신을 향해 두려움으로 열려 있으며

또한 평화로운 가운데

누구에겐가 끊임 없이 베풀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혹여 제 가슴이 세상을 향하여

또 당신을 향하여 닫혀 있다면

저의 생명은 이미 빛을 잃고 시든 꽃이나 마찬가지 이오니

두려움과 평안과 시린 가슴을 두루 안겨주소서.

 

당신께는 두려움으로

이웃께는 평안으로

가지지 못한 이웃들에겐 시린 가슴으로 다가서게 해 주십시오...

 

사랑하는 님이시여.

범사에 감사하나이다.

당신의 뜻을 이루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