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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강가

어느 추석 무렵... 대둔산 골짜기에서 ~

19761

 

설날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추석이라니 .....

 

비가 잦았고

태풍과 폭우의 피해가 큰 곳도 있긴 했지만

아무튼 세월의 파도 앞에서 보면

어쩔 수 없는 상채기들을 남기고 갈 수 밖에 없었나 보다.

 

그렇게 우리는 또 다른 추석을 맞아

조상들 앞에 우리가 추수한 열매를 받쳐 놓고

감사를 드려야하느니...

 

이것은 인간들이기에

생각하는 갈대들이기에

거슬릴 수 없는 자연과 세월과 인과응보의 길을

우리를 이 세상에 존재하게 해준

모든 신들과 조상과 우주의 힘 앞에

겸손할 줄 아는 가장 지혜로운 모습이리라...

 

경배할 줄 아는 자들은

더 큰 지혜를 얻을 것이다.

 

~~~~~~~~~~~~~~~~~~~

 

문득 청년시절에

대둔산 골짜기에서

천막을 쳐놓고 벌통 몇개를 돌보며

추석을 보냈던 일이 떠오른다.

 

쓸쓸했던

대둔산 뒷편의 안심골에서

 

그 밤나무밭에서 알밤이 뚝뚝 떨어지던 소리...

그리고 코흘리개 녀석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

풀밭을 헤치며

헐렁한 바지 주머니에

알밤을 주워넣는 모습이 정겨워

정작 나도 줍고 싶었지만

그녀석들의 기쁨을 빼앗아 가는 것이 싫어서

그냥 보고만 있었던 시절....

 

두어 마지기도 안되는 손바닥 만한 논을

그나마 그것도

초등학교도 겨우 나온 아들녀석이

한푼 두푼 모아서 보내 온 돈으로 마련했다고 자랑하며

풍년초를 신문지에 말아 피우며

풍년가를 흥얼 거리며 행복해 하던 노 부부의 얼굴하며....

 ~~~~~~~~~~~~~~~~~~~

 

한가위 귀향길

 

왼편으론 대둔산이 구름을 이고

바른편엔 안개속에 조으는 말재

 

인적 끊긴 가을 협곡

구르는 낙엽.

 

樵夫의 태평가는 靑天湖에 감도는데

매정한 추풍속에 눈물 짓는 꽃잎들...

 

돌아가리 고향으로

낙화 粉粉한 길을 열고..

 

중략

 

풀벌레야 네 悲歌에

초목들이 병을 얻어

애처롭게 지는 모습

아프도록 새겨두고

 

내 이밤 너와 함께

애수의 잔 나누면서

떠도는 구름속에

이 한 몸 숨겼다가

 

네 슬픔 풀잎에 엉겨

온 숲이 흐느낄 때

한 방울 찬 이슬로 내려

네 가슴을 적시리...

 

내 고향 없다 해도

집 찾는 길손 보면

 

찾는 그곳 늘봄 되라

청정심으로 합장하니

 

흐르는 물 더 맑은 노래

묵묵한 산 더 깊은 묵념

 

한가위라 귀향길이

웃음 꽃길 되소서

 

한가위라 풍년송이

울안 마다 울리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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