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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강가

젊은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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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를 마친 나비가 찾아왔다.

올 봄들어 처음 보는 모습이다.

 

이제 꽃들이 피는 소리에 참지 못하고 나왔다가

아직은 추운 탓인가

조금은 움추린 모습이 기운이 없어 보인다.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서

그녀를 보았다.

 

법대 40명 중에 홍일점이었던 그녀...

 

1학년 겨울 방학 때는

* 안경을 끼고 처음 교실에 들어섰을 때 부터

기억속에 남아 있었어요 ...*라고 엽서를 보내 왔고

 

2학년 겨울 방학 때는

* 동지 새알 심을 21개 먹었지 뭐유 ..

x x 씨도 공부 열심히 하세요.*라고 적고 있었다.

 

방학 때 마다 그리움이 담긴

예쁜 엽서 한장 씩을

꼭꼭 챙겨 보내 주던 그녀...

 

내가 가정교사로 있는 집에

자기 남자 동생을 보내서

학년이 같으니 좀 가르치라며 맡기던 그녀...

 

그러던 중 그녀는 결혼 적령기가 되었고

나는 늦은 병영생활이 한창이던 어느 무렵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Out Of Sight Out Of Mind!.....

........................................*

 

그리고 나는 그녀의 결혼 소식을 들었다.

그야말로 *I Who Have Nothing* 이었던 나는

그녀의 새로운 세상으로의 긴 여정을

멀리서 축원하고 있었다.

 

그 후로도 그녀는

내 결혼식에 동생을 보내 축하해 주었고

신혼 때는 자기가 사는 압구정의 아파트로

우리 부부를 초청하여

내 아내에게 예쁘고 따뜻한 옷을 선사하기도 했으며

전주에서 있었던 동창회엔

같이 내려가자면서 나에게 멋진 모자를 내밀면서

그 당시에 약간 대머리였던 나의 스타일을

챙겨주던 따뜻한 여인...

 

그리고 지금도 가끔은 전화를 하여 서로

동정을 묻기도 하는 친한 친구 사이인 우리...

 

물론 나는 그녀의 사정을 고려하여

먼저 전화를 하지는 않지만 ...

 

그런 그녀가

동창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애편지니까 있다가 펼쳐 보라며 건네는 봉투...

난 그 자리서 들여다 보니

예상데로 전에 내가 대신 내어 준 축의금이다.

 

 

여름 방학 때

학교 도서관으로 고등학교 동창이며

같은 대학교 공대에 다니는 친구가 찾아 왔다.

 

나는 녀석과 함께 학교와 울타리를 마주하고 있는

덕진공원 호반으로 나갔다.

 

반경이 150미터 쯤 되는 호수엔

무성한 연잎이 뜨거운 태양 아래

끝없이 넓은 가슴으로 중생들을 위한 묵념에 잠겨 있고

호반 취향정 부근의 소나무 그늘 아래 벤취엔

삼삼오오 모여서 정담을 나누는 모습이 정겨웠다.

 

가까이 다가 가니 벤취에 앉아 있는

2명의 여인중 1명은 홍일점 여학생이었고

다른 1명도 1학년 때 교양학부 같은 반 여학생었다.

 

내가 서로에게 인사를 시키자

친구가 제안을 했다.

보우트를 같이 타자고 .....

 

그러나 계속 웃기만하고 선뜻 대답을 하지 않는 바람에

친구와 나는 우선 둘이서 같이 타면서

우리 실력을 보여 주고 나서

각기 한 여학생과 짝을 이뤄 타기로 묵계를 했다.

 

물론 나도 노 젓는 데는 자신이 있는 터라

흔쾌히 보우트에 올라 타고

호수 가운데로 친구가 노를 저어 나아 갔다.

 

 

그러나 호수 중간 쯤 도착해서

갑자기 내가 자리를 바꿔서 노를 저어 보자고

제의를 했다.

 

우리는 자리를 바꾸려고 일어서서 엉거주춤하다가

보우트가 기우뚱 거리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한쪽으로 쏠려서 넘어지면서

배도 뒤집혀져 버린 것이다.

 

우린 정신 없이 벤취의 반대편 호안을 향해서

죽을 힘으로 헤엄을 쳤다.

한참을 가다가 기진하여

에라 모르겠다 하고 발을 짚으니

목 까지 차는 깊이로 땅이 닿았다.

 

휴우 ~ 하고 한숨을 쉬고 나서

우린 건너편 동산의 소나무 숲에 숨어서

옷가지를 소나무 가지에 말리면서

건너편의 동향을 살피는데

그녀들은 한참을 거기서 머물다가 떠나갔다.

 

우린 좀 창피하기도 하고

또 그녀들이 우리 때문에 얼마나 걱정을 했을까 생각하니

저절로 얼굴이 빨개지곤 했다.

 

 

그러던 그녀도 이제 딸을 결혼 시킨

50대 후반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왔다.

 

우린 한 남편과 아버지로 또 한 아내와 어머니로

가정을 위해서 헌신하다가

많은 세월이 지난 다음

이렇게 조금은 쇠락한 모습으로

그래도 오늘에 만족하는 밝은 미소로

만날 수 있슴에 감사하면서 ...

 

또 우리의 분신들을

하나 씩 둘 씩 떠나 보내는

아쉬움과 뿌듯함을 동시에 느끼며

어쩔 수 없이 지난 날을 반추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시간속의 존재로 남아 있을 것이다.

 

40명의 남학생들 사이에서

여늬 여학생들이 겪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을 했던 그녀의 얘기들을 틈틈히 들을 때면

아 ...그런 일이 ...하고

저절로 청춘의 다양한 면모를 떠올리곤 한다.

 

오늘은 그녀의 모습이 밝다.

남편과 자녀들의 세계로 부터 우화를 한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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