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야성과 원시의 계절이 가까이 왔다.
나는 이 계절을 동경하지만
왠지 용기가 나지 않는다.
이제 다시는
그 젊음의 피를 수혈 받을 수 없는 것일까?
아니 수혈 받는다 해서
또 무엇을 어찌할 것인가?
그 원시속으로 빠져들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호젓한 계절의 변두리를 배회하며
마음속으로나마 느끼고 떠날 밖에.....
곧추 선 추암이
마치 동해라는 교향악단을 지휘하는
지휘봉 처럼 현란함을 감추고
무거운 침묵속에 잠겨 있다.
때로는 파도를 일으키기도 하고
또 때로는 지금 처럼
평화로움을 선사하는
은파를 만들어 내기도 하며...
겨울연가를 촬영한 장소라고
초입에 홍보판이 나그네를 맞는다.
아직은 이 곳의 해수면 온도가
섭씨 18도 정도로 낮아서
해수욕을 하기에는 이른 해수욕장 모습...
바다를 대하면
언제나 어머님의 품 처럼
뿌듯하고 정겨움이 앞선다.
우리의 찌꺼기를 모두 거두어
깨끗히 정화시켜 주는 한없이 고마운 어머니
바다!......그 바다....!
그러나 한 없이 넓어만 보이는 이 바다도
8000만톤이나 되는 축산용 오물의 투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건 아닌지!
지난 한 해 동안 만도 1100만톤을
쏟아 부었다니.....
기름지고 푸짐한 음식을 위해서
자연이 희생되는 정도는
가난하고 단촐한 식단이
자연을 오염시키고 파괴하는 정도 보다
훨씬 수치가 높으리라...
이 아름답고 너그러운 바다도
우리가 가꾸기 나름인 것을 ...
연인들이 속삭이기에도 좋은 전망.....
사랑의 대화를 한데 묶어
저 푸르고 깊은 바다에
영원히 던져 넣어 보면 어떨까?
해당화가 수줍은 듯 얼굴을 가리고 있다.
일주일에도 몇번씩 남한산성에 오르는데
이곳이 남한산성의 정 동쪽이라니...
같은 위도상에 있는 줄은 몰랐네...
울타리가 쳐진 안쪽으로
바위들이 아기자기한데
군 작전지역이라 출입을 통제한다고...
몸이 불편해 보이는 아주머니가
작고 초라한 덕장에 오징어 몇 축인가를
말리고 있어서
조금 샀더니 덤으로 몇 마리를 더 준다.
상품 가치도 없어 보이는
삐득삐득하고 어설픈 오징어를 사서 먹어 보니
맛은 보기 보다 훨씬 좋았다.
나는 오징어를 산게 아니라
아주머니의 질박한 마음을 산 것이다.
군 작전 지역 안의 멋진 바위들...
갯메꽃
어둠이 내리는
추암해수욕장 상가와 주차장...
원산과 청진...그리고
우라디보스톡과 시베리아 유럽까지 이어질
우리 동해안 철도의 모습...
서광이 듯 황혼이 차분히 내리고 있다.
첨탑은 쌍용양회 공장...
규모는 작지만
어딘지 꽉 짜여 빛나는 보석 같은
추암 해수욕장을 뒤로하고
나는 내일의 산행을 위하여
무릉계곡으로 향했다...
'여행.관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령도의 여름(2)~ (0) | 2007.08.25 |
---|---|
백령도의 여름(1) ~ (0) | 2007.08.25 |
河東浦口 80리 길 ~ (0) | 2007.04.07 |
花開장터와 쌍계사... (0) | 2007.04.05 |
남해의 봄 ~ (0) | 2007.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