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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뿌듯한 선물

 

12월 4일

아침 기온 영하 7도

 

새벽 4시..

가뜩이나 늦게 잠자리에 들었었는데

한 번 잠에서 깨니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6시 20분에 전철역으로 나가 봐야하는데~

 

김영주 할아버지가 나온다고 하셨는데....

제주도에서 가지고 온 감귤을 가지고...

 

그래도 약속 시간 까지는 두시간 이상 남았는데

조금이라도 잠을 더 잤으면 좋겠는데...

 

할 수 없이 뒤척거리다

여섯시 조금 넘어 전철역으로 나갔다...

 

아무도 없이 텅빈 출입구와 매표소 대합실 ..

그 한 가운데 뎅그마니 놓여 있는

손수레와 귤 한상자..

 

사람이 보이지 않아서 사방을 두리번 거리는데

갑자기 윗층 난간에서

- 어이 *씨 ! -

하면서 나를 부르는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정적을 깬다.

 

올려다 보니 할아버지도 마주 바라

나를 내려다 보며 반긴다.

 

제주도가 고향인 *할아버지...

83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새벽 마다 화양리에서 남한산성 까지 오셔서

생수물도 뜨시고 운동도 하시고 또 목욕도 하시나 보다.

 

내가 이 할아버지를 처음 만난 것은

약 20년 전 부터이다.

 

나도 새벽 마다 남한 산성을 뛰어다니면서

운동을 하고 생수물을 떠 오기도 했는데

 거의 날 마다 마주치니 서로 인사를 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분은 매사에 적극적이어서

약수터 관리를 도맡아서 하셨다.

게다가 부근의 다른 약수터도 개발하여

여름날 가믐으로 생수가 부족할 때

약수터 이용객들의 편의를 많이 도우셨다.

그러나 그것은 아는 이 만이 알고 있다.

 

 

 

5년 전 쯤 부터

나는 약수터로 오르는 길을 가로 지르며 흐르는 개울에 놓인

낡은 다리들을 보면서 여러 사람들의 안전이 위협 받는 것이 맘에 걸렸다.

그래서 그 할아버지께 부탁하여

다리를 보수 내지 개축하도록 하였다.

물론 할아버지 힘으로는 안되니 이곳을 지나는

이용객들의 도움을 받아서 하시도록 협의를 드린 바

할아버지는 흔쾌히 동참하여

그때 부터 수 차례에 걸쳐서 다리를 보수 유지해 오고 있다..

 

물론 나의 노동력은 보탤 형편이 못되니

할아버지께서 알아서 노동력을 사라고 경비를 대주는 정도였다.

노동력이란 할아버지께서 밀식된 나무를 간벌해서

알맞게 톱질하여 잘라 놓으면

다리 놓을 자리 까지 옮겨다 놓는 일인 것이다..

 

그렇게 맺어진 후로 우린 더욱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

내가 바빠서 산에를 못갈 때는

몸소 생수를 떠다가 놓고 가기도 하시는 것이었다..

 

그런 그분이 오늘은 이렇게

화양리에서 부터 큰 상자에다 귤을 가득 담아서

손수레에 싣고 전철을 타고 와서 새벽의 전철역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신 것이다..

83세의 노인네가 ... 

 

나는 이 아름다운 선물을

숙연한 마음으로 받아 들일 수 밖에 없었다...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 

 

만수무강하세요 ~  *

 

 

 

13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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