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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궤적

어떤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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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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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인연

 

 

남한산성을 한바퀴 돌고

쌈 종류를 사러 시장으로 가기 위해

부대 담장을 따라 걷고 있는데

갑자기 중앙선 건너편 봉고차에서

경적이 울리며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돌아보니

7여년 전에 나의 중개로

작은 다가구 주택을 구입했던 부인이다

 

그녀가 집을 살 당시만 해도

이곳은 평당 가격이

500만원 안픾이었으나

지금은 2000만원을 홋가한다

물론 작은 평 일수록 가격은 높다

 

그리고 그녀는 부동산을 많이 소유해 보지 않아서

관리상의 문제나 임대 관계를

처음 몇년 동안은 전적으로 나에게 의뢰하였었다

 

그녀는 그 집을 구입한 후

*대원사*라는 간판을 걸고

집안 담장위를 따라서 온통 돌 거북이로 장식을 하였고

물론 실내에는 부처를 모셔 놓고

독경도 하고 점도 보아 주고 했다

 

그녀가 나에게 자주 들렸을 즈음에 들은 바로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어느 사찰에서 심부름을 하는 보살로 있다가

그곳 스님에게서 독경이며 불교의식 절차를 배웠다고 했다

 

그런데 그 스님과 마찰이 있어서

모아 놓은 돈으로 우연히 이곳으로 와서

그 집을 사게 되었다고 했다

 

그녀를 마지막 봤던 것은 2년 쯤 된다

내가 작년 3월 부터 구안 와사로 병원 출입이 잦고

사무실에 출근을 거의 안하고 부터이다

 

그런데 그녀가 이렇게 나를 큰 소리로 부르는 것이다

 

차창으로 손을 내미는 그녀를 따라

봉고차에 오르니

그렇잖아도 나를 보려고 2~3일 전 부터 기도를 했다 한다

그랬더니 자기 기도가 이뤄졌다고 좋아한다

 

자기 집을 이번에 팔게 되었는데

좋은 값을 받아서

자기가 원하는 용도의 넓은 땅과

집을 사게되어 나에게 너무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고 ~

 

그녀는 저녁을 사겠다고 하며

아무튼 팔당 쪽으로 드라이브겸 식사겸

자기 멋데로 차를 몰고 가다가

남한산성 광주쪽 입구인 광지원에서

우거지 남원 추어탕으로 식사를 떼웠다

 

그녀는 아침이나 저녁에 이곳을 한번씩 들려야

가슴이 후련하고 하루 일이 잘 풀린다고 한다

 

퇴촌을 지나서 차에서 내려

팔당댐에서 폭우로 수문을 많이 열어 놓아

굉음을 내며 콸콸 쏟아지는 가슴 서늘해지는 광경을 보고

다시 새로 닦은 검단산 뒷길로 한강의 야경을 옆에 끼고

오랫만에 달리는 기분이 상쾌했다

 

그녀는 주행하는 동안 계속

뽕짝이며 불교 방송을 이중으로 틀어 놓고

정신 사납게 굴면서도

자기 만족에 도취되어 있었다

 

이제 나에게 대접을 하게되어

한 짐 덜게 됐다고 ~

그냥 헤어졌으면

자기는 그 짐 때문에 마음이 가볍지 않았을 거라고 ~

 

그러나 나는 17년전

운전을 처음 배워서 시장통을 지나다가

작은 사고를 낸 후로

운전대를 놓아버려서

지금도 장농 면허라서

오늘 처럼 이렇게 한강변을 시원스럽게 달려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닌데

좋은 인연이다 싶다

 

아무튼 그녀는 자기 기분에 도취 되어 좋고

나는 나데로 한강의 야경을 싫컷 구경했으니 좋고

 

그녀는 절에 있을 때 부터도

잡초 처럼 띠풀 처럼 살아 온것 같다

나는 그녀가 어디를 가든지

잘되기를 바란다

 

그녀의 어린애 같은 구김살 없는 언행속에서

밝은 그녀의 앞길이 보이는 것 같다

 

내 곁을 스쳐 가는 인연들이여

부디 건강하고

밝음 속에서

가슴에도 항상 꺼지지 않는

등불 하나 씩 간직하고 나아 가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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