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궤적

내 창가의 비들기

4001 4002

내 창가엔 비들기 한마리가 살고 있어요

 

맨 벽돌 화장실 창틀에 앉아 꼬박 밤을 지새우죠

벌써 4계절이 두번씩 바뀌고 또 겨울.........

 

녀석은 동틀 무렵이면 어김 없이 일터로 나갑니다

그리고 해 지기 전에 비교적 일찍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성실한 친굽니다

 

비록 반겨줄 가족도 없고 차디찬 보금자리지만  

한번 정한 자리라 선뜻 떠날 수가 없나 봅니다

 

저는 처음엔 동네에서 비들기들이 눈에 띄면

행여 그녀석인가 눈여겨 봤었지만

전혀 구별해 낼 수가 없어서 이젠 그냥 저녁에 창가에서만 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녀석이 안돼 보여

집이라도 하나 마련해 줄까 하고 여러 가지로 궁리를 하였지만

묘수가 떠오르지 않아 미안한 마음만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름철이면 제가 샤워를 하러 들어가면

빼꼼히 열린 창문으로 녀석과 나는 마주칩니다

 

처음에는 몇 차례 나를 보고 놀라 도망쳤지만

이젠 조심스럽고 정중하게 대하는 나를 신임했는지

그저 앉은 자리에서 머리만 안보이게 창문 뒤로 돌려 앉습니다

 

어느 때는 내가 녀석 보기가 부끄러워 가만히 창문을 닫기도 하죠

 

녀석과 나는 창문을 사이로 말 없이 교감을 하는거죠

 

그런데 어제 아침에 제 방 출입구에 비들기 한마리가 죽어있었습니다

그것도 처참하게 고양이에게 물려서요

 

저는 언뜻 내 창가의 동거자의 안부가 걱정스러웠습니다

제발 녀석이 아니길 빌었습니다

 

그러나 나의 걱정은 한낱 기우였습니다

녀석은 어젯밤 나의 마음을 아는지

빼꼼히 열린 창문틈으로 나의 귀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 창가의 동거자를 반갑게 ...그러나 말없이 맞았습니다

 

****부디 자유롭고 아름답게 창공을 수놓으며

      너로 하여 평화를 느끼게 하라****

 

이세상은 약육강식의 무대이다

그러나 권력과 재력의 소유자들은 칼을 함부로 휘두르지 말아야한다

 

약한자들의 귀는 토끼의 그것 처럼 가느다란 소리에도 놀라 도망치고

약한자들의 가슴은 새의 그것 처럼 작은 울림에도 가슴이 터지나니

검빛을 감추고 부드럽고 온화한 미풍으로 높고 낮은 데로, 깊고 후미진 곳 까지

골고루 스며들 것이며 질주하지 말고 완만하게 주위를 두루 살피며 걸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고 지나치는 우리의 발바닥 아래서 얼마나 많은 작은 생명들이

짓이겨져 죽어가고 상처 받아 고통스러워하는가

 

숲속에는

이끼와 풀들과 나무들이 서로 얽혀 있고

곤충과 새들과 짐승들이 먹이 사슬의 고리를 형성하며 공생한다

 

그러나 새나 짐승도 자기의 생명유지에 필요한 만큼의 먹이 외에는

그리고 자기 관할영역의 침입자 외에는 

쓸데없이 생명을 탈취하지 않는다

이것은 자연생태계의 가장 기본적인 법칙이다

 

자연이 우리에게 이처럼 시사하는 바

 

강자들의 앉은 자리는 더 많은 약자들의 고통을 깔고 앉은 자리가 아닌가

다시 한번 돌아 보고 권력과 재물은 결코 자기의 능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상대적 약자들에게서 은연중에 빨아들인 귀한 영양소 임을 알고 서로 양보하고

가지고 있는 권력이나 재화도 한톨이라도 누수가 있게 사용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사회정의를 분배해야하는 위치에 있는 자들은 재화든 권력이든 모든 분야에서의

분배의 절대값의 차이가 최소가 되어야 ,즉 평준화가 되어야 함을 명심하여 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비들기는 죽었다

강자의 잇발에 처참히 죽었다

아무도 눈물 한방울 흘려주지 않는다

그는 보이는 동물 중에서는 약자이다

 

사람들 중에도

이 비들기 같은 사람들이 많다

강자들 보다 더 평화를 사랑하지만 그빛이, 소리가 미미할 뿐이다

그들이 가진 것 모두를 내놓아도 강자들의 손톱에도 못 미치는 ........

 

어떻든 가진 자들은 은연중에 가지지 못한 자들의 빈 자리를 채워주면서

공생하는 지혜를 터득하여 실천해야 할 때이다.~~~~~~~~~~~

 

설날 ~~*_*~~

 

평안하고 정겨운 귀향길들 되기를~~~~~~~~~

 

 

 

 

 

 

 

 

'나의 궤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휴가4 ,충무에서 소매물도 까지  (0) 2006.08.12
여름휴가 3  (0) 2006.08.11
여름 휴가 2  (0) 2006.08.11
여름휴가 1  (0) 2006.08.11
어떤 인연  (0) 200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