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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남한산성 일장천 주변 숲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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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잠잠하다

그러나 그는 결코 잠들지 않는다

오히려 잠잠할 때 그 품속의 생명체들은 더욱 활기차고 집요하게

자기만의 생을 풍요롭게 가꾼다....

숲속엔 보내는 자와 떠나는 자의 모습이 항상 교차한다

낙엽은 숲을 지키고

계곡물은 시간 여행 속으로 떠나고 있다

낙엽과 이끼와 바위와 나무 그리고 풀잎들은

이 계곡의 물이 시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오기만을 기다리고

흘러가는 계곡의 물은

흐르다가 문득문득 숲을 돌아 보며 그리움에 젖을 것이다

숲에는 그들만의 질서가 있다

키 작은 풀잎들은 키 큰 나무들에게서 비켜 앉아

태양을 오랫 동안 가슴에 품고 싶어한다

다만 그 한가지 소원만 채워지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숲속엔 죽은 자와 산자 그리고 키 작은 풀잎과 나무들

그리고 나무에 기생하는 이끼와

각종 벌레와 새들과 동물들이 공생한다

죽은 자는 산자를 위해 자기 몸을 썩혀 기꺼이 거름이 되어가고

산자는 죽은 자에게서 미래의 자신을 보고 자비심을 익히며 교감한다

 

5월이 되니

작은 웅덩이에 도룡뇽이 알을 산란했다

그래도 이곳은 약수물이 계속 흘러내려 깨끗해서 좋다

언덕 넘어 또 다른 웅덩이는 흐르지 못해 검게 썩은 물에 산란했는데...

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한다

지난 해

그리고 또 지지난 해

태풍 앞에 안쓰럽게 쓰러져 버린 나무들~~

그러나 숲은 알고 있다

폭풍우는 많은 아픔과 상처를 남기지만

그는 아픔과 상처와 함께 생명의 양식도 안겨주고 간다는 것을..

그리고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살아 있는 자들의 몫이라는 것을..

 

오늘도 숲은 가슴속의 그리움을 풀어

계곡 물에 흘러 보내며

먼 바다 소식을 안아다 줄

비를 기다리네.................

반가움에 가슴이 짛이겨져도 좋을

폭풍의 밤을 기다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