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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설악산 공룡능선 (2019- 9-14)

 

추석 연휴 ....

 

무박산행에 대한 부담이 앞섰지만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라도 좋다는 식으로

어쩜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설악산 공룡능선 무박산행에 나섭니다.

 

원래는 28인승 네팔산악회 리무진버스를 염두에 두었지만

산행일을 앞두고서는

단독진행하기에는 성원이 안되어

인천쪽 산악회와 연합행사로 산행에 임한다 합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한계령진부령의 갈림길 휴게소인 이곳에는

추석무렵인 요즘 이맘때면

버스를 주차할 공간이 없어서 북새통을 이루었는데

그 이후로는 점차 그 열기가 식기 시작하여 2~3년 전 부터는

경인지역의 산악회에서 겨우 2대 정도의 버스만이 이곳에서

식사겸 산행 점검을 위한 휴식시간을 보내고 있네요.

 

재작년 구정 설경 산행때도 그랬고,

작년 추석연휴와 올 추석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반더룽산악회 버스와 제가 동승한 25시산악회.....

단 두대의 버스가 이 휴게소를 독차지하고 있네요.... ㅠ

 

복정동 -- 밤11시 40분 출발

오색   --- 새벽 3시 산행 시작

 

3시 입산이 시작될 무렵

부산대구, 대전 세종시 쪽에서 올라온 듯한 버스들이

오색 탐방지원센터 앞에서 합류합니다.

 

그래서 등산로 입구는

갑자기 활기에 넘쳐납니다.

 

대청봉이 가까워지니

9월 중순인데도 벌써 단풍이 물드네요.

 

<둥근이질풀>

 

쥐손이풀과의 이 아이들은

머지 않은 미래에 닥쳐 올 극한의 상황을 예견이라도 하 듯

새악시 볼 처럼 고운 얼굴이

어딘지 모르게 우수에 젖어 있어요.

 

6시10분 일출

 

이미 태양이 수평선에 턱을 괴고 있군요.

약간 짙은 해무는

대청봉에서의 일출 축배를 질투하고 ...

 

이곳 대청봉에서도

100대명산 인증샷 열풍은 식을줄을 모르고...

 

저는 또 서둘러 자리를 비켜줍니다.

 

외설악 ...

 

그리고 운무의 포근한 이부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어하는

동해 바다.

그리고 울산바위와 아주 조그맣게 움추린 달마봉 ...

 

그리고 어쩜 오늘 다시 해후를 하게 될지 모르는 공룡능선...

그리고 오른편으로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모르는 화채능선 ....

 

모두다 그리운 이름들 ...

그리운 친구들 ....

 

대청봉구절초들도

바위틈에 숨어 나를 기다려 주었구나.

 

고마워, 칭구들아 ...

하지만 나는 이 순간 그대들과 작별 인사를 나누면

언제 또 다시 이곳에 서 있을 수 있겠나 싶네..

 

하지만 약속할께 ...

머지 않은 어느 날

반드시 꼭 그대들을 만나러 올께 ...

 

산오이풀 등뒤로

하얀 중청봉관측소가 정겹고,

 

그 뒤 멀리 서북능선은 구름 베일 뒤에 숨어 

나를 맞으러 매무새를 손질하고 있나보네 ...

 

대청중청의 바람들은

마가목 열매속에 빨간 열정을 심어주랴 

온 여름을 힘들게 보냈고...

 

산부추도 모진 청봉의 바람들에게

거세게 자기 몸을 흔들어

꽃가루를 날려주라 꽃술을 내 보이며 부탁하네 ..

 

<중청봉과 대피소>

 

비록 우리의 시야를 사로잡는 것은

이렇게 관측소와 대피소 건물 ....

그리고 늘푸른 눈잣나무 뿐이지만

 

그 사이 사이엔 우리의 마음을 빼앗는

더 작고 아름답게 빛나는 눈동자들 ...

 

이루 열거할 수 없이 많은, 

숨은 야생화들이 모여 살고 있답니다.

 

중청에서

 

중청에서 올려다 대청봉

 

이곳은 중청봉 언저리....

 

바람이 지나는 길목이어선지

9월 중순인데 벌써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네요... ㅎ

화채능선 천불동 계곡

 

 

운무에 가린 귀때기청봉 왼편 어깨 너머로

곱다란 가리봉능선귀때기청봉의 귀를 잡아 당기며

멀리서 손님이 왔다고

빨리 커틴을 열라고 재촉하네요.... ㅋ

 

소청봉을 향해 내려가는 산나그네 ...

 

소청봉 뒤로 공룡능선의 준봉들이 아스라히 내려다 보여요...

 

 

소청봉 왼편 경사면 아래

봉정암을 옹위하는 호위 무사 암봉들이 금강저를 흔들어 대며

출몰하는 마귀들에게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군요.

 

그 호위무사들 뒤로

용아장성릉이 마치 한송이 연꽃인양 피어 오르고 있어요. 

 

확대해서 보니

봉정암 대웅전이 오롯한 자세로 내려다 보이네요.

 

호위무사들과 연꽃(용아장성) 사이에

적멸보궁 불뇌보탑(진신사리탑)이 보이고

그 옆에 토끼바위가 정다운 표정으로 올려다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설악 정령엉겅퀴>

 

엉겅퀴지리산 정령치에서 처음 발견했다 해서

정령엉겅퀴라 명명했다 하네요.

 

하지만 저는 이 신비로훈 엉겅퀴를

바로 이 중청봉 언저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 모습이 얼마나 신비스럽던지

내나름의 이름을 붙여 주었답니다.

 

설악정령취라고요.

설악의 정령이 이 한송이의 꽃으로 피어난 것이라고요....

 

마치 우주를 유영하다가

설악산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한송이 꽃으로 승화하여 뿌리내린 하나의 정령!~~

 

천불동계곡수렴동계곡으로 갈리는

소청삼거리 도착합니다.

 

산행대장은 희운각에서 공룡능선을 넘으려면

꼭 8시 이전에 출발해야 한다고 했는데,

 

현재 시간 7시 30분이 넘어서고 있어,

희운각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나면

9시가 될 텐데,,,,,

아무래도 오늘 공룡을 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오늘 넘어 갈 수나 있을런지 알수 없는 공룡능선

장엄하게 펼쳐저 있습니다.

 

그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다시 한 번 공룡의 모습을 또렷히 담아 보고 싶었습니다....

 

비로용담

 

토왕성폭포 상단에서도,

공룡능선 1275봉 에서도,

그리고 또 이곳에서도

그대는 그렇게 나를 방가히 맞아 주시네요.....

 

가을 하늘을 가슴 하나 가득 안아다

내 가슴에 골고루 뿌려 주시는 고운 님!~~~

 

<신선암봉 능선>

 

하늘 바다를 헤엄쳐 다니는 한마리 물고기

그 천해漁의 비늘이런가,

 

촘촘한 비늘 하나 하나에

천고의 세월이 숨쉬고 있네....

 

드디어 희운각 다리를 건늡니다.

 

내려오는 도중 엉덩방아를 찧어

꼬리뼈를 다쳤네요...... ㅠㅠ

 

토왕성폭포를 오를 때도

토왕 우골에서 사진을 찍다 뒤로 넘어져

꼬리뼈를 다쳤는데,

정말 조심에 조심을 다 해야 하겠네요....

 

희운각 다리위에서 바라본 공룡능선

 

무너미고개 전망대에서

 

화채봉 천당릿지

 

신선봉 릿지

 

신선봉릿지

 

무너미고개 전망대에서 ... 가야동계곡

 

바늘분취

 

이제 바야흐로 가을의 문턱을 들어 섰어요.

분취류도 제 세상을 만난 듯

자기 세력 부풀리기에 신이 나 있을 겁니다.

 

신선대에 이르기 직전.......

봉정암 뒷편, 가야동 계곡 능선의 모습을 담아 봅니다.

 

천화대(天花臺) 공룡능선

 

신선대에서 바라보는 공룡능선...

마치 한송이 하늘에 핀 꽃 같아요.

 

넘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러나 한참을 망설이다

기어히 넘어가기로 결정합니다.

 

어찌 될 것인지

나도 내 자신의 오늘 산행의 성패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완벽한 준비를 갖추지 못한채

망망 대해에 돛을 올린 외로운 범선의 항해 ...... 

 

지난 해 여름 지나 왔던

가야동계곡

 

범봉 쪽 천화대

 

범봉 아랫쪽의 천화대릿지

그 모습을 잘 보여주지 않는군요.

 

컨디션도 여의치 않고,

시간엔 쫒기고 있었지만

기억해야 될 풍광은 만만찮은 분량으로

내 인내심을 시험하며

핸폰 셔터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피카츄바위>

 

신선암봉 릿지 뒤편에 은밀히 숨어 있는

칠형제봉릿지잦은바위골이 연결되는 위치에서 올려다 보이는

피카츄바위 ........

 

천화대 릿지의 연결선상 ...

가야동계곡 쪽 한 봉우리

 

마치 올림픽 성화나 아직 만개하지 않은

한송이 연꽃 같아요.

 

피카츄(Pikachu) 바위

 

멸종 희귀동물인 새앙토끼(PIKA)햄스터를 실제 모델로 하고 있는

닌텐도의 미니 게임기 소프트웨어로 출시된 <포켓몬>의 주인공 캐릭터...

<1996년도>

 

칠형제봉과 잦은바위골의 연결지점에서 올려다 보이는 이 피카츄바위는

고양이와 토끼와 햄스터등

귀가 쭈삣한 수많은 쪼그맣고 귀여운 동물들의 집합장소 같은

묘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바위입니다.

 

그러나 이 바위를 공룡능선 상에서 내려다 보면

부채를 펴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정말 위험하기 짝이 없는

금방이라도 허물어져 내릴 것 같은 얇은 바위들의 집합체 처럼 보여요.

 

범봉

 

천화대 공룡능선

 

마치 오리가 하늘을 우럴으는 듯한 바위와

가야동계곡 저 아랫쪽에 만경대 까지 ...

 

다시 또 만나 보고픈 가야동계곡..

그리고 그 푸른 계곡, 설악 그 심장의 눈물!~~~~

 

천화의 겉옷 그대ㅡ

 

겉옷은 겉옷 대로 소중하고,

속살은 속살대로 아름다우니 ....

 

가야동계곡 건너로 용아장성릉

 

무박산행으로 고군분투하는 중

 

사랑하는 설악...

공룡 용아 가야동 ....

 

사랑하는 그대로 인해

비록 내 몸이 이 자리에서 스러져버릴지라도

나는 어쩔 수 없이 이 자리에 설 수 밖에 없었네 ...

 

천화대 저편에 ...  1275봉

 

천화대1275봉 사이에는 상당한 거리가 놓여 있는데

일직선상으로 놓여 있을 때는

거리감이 없이 그저 한 동아리로 보이네요.

 

천화대의 꽃술 속으로 ..

 

천화대의 한 가운데로 진입합니다.

 

 

천화대의 꽃술을 헤집으며

마치 커단 호박꽃속에서 온몸을 꽃가루로 분탕질을 한

한마리 꿀벌이 되어

하늘꽃 속에서 이리 저리 어렵게 항로를 찾아 나아갑니다.

 

천화대의 한 가운데서

 

 

이 멋진 암봉들을

오른쪽으로 우회하여 천화대를 넘어야 합니다.

 

<설악바람꽃>

 

전성기를 넘겼지만

지금도 의연한 품위를 간직한 님.....

 

천화(하늘꽃) 꽃술 한 가운데를 통과하는 중입니다.

 

아, 그대! 솔체꽃이여....

아직 까지도 그대  이 길목에서 나를 기다렸단 말인가.

이 늦은 계절.... 이 가을에 ....

 

고맙기도 하여라.

이 가을 하늘 천사여

그 천사의 치맛단이여...

 

천사님이 직접 내려 올 수가 없어서

그대를 나에게 보내셨구나...

이 가을에도 .... 고맙게도 ...

 

신선대에서 부터 지나온 능선을 가늠해 봅니다.

 

지나가야 할 1275봉 그 뒤로 큰새봉

 

이제 천화대 능선을 넘어 1275봉 향해 내려 갑니다.

 

1275과 그 뒤로 큰새봉

 

1275봉에서 가야동계곡 쪽으로 치우친 곳에

성화 횃불 같은 둥그스럼한 봉우리 하나가 이채롭습니다.

 

돌아 다 본 범봉

그 아래로 희야봉왕관봉 그리고 염라길, 석주길, 흑범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