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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도락산 (2019-09-01)

25여년 전 부터 꼭 한 번 찾아 보고팠던 산....

 

그때는 내가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할 즈음이었어요.

시루봉황정산을 다녀 오면서

사인암 곁을 지날 때

바로 인근에 도락산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터였죠.

 

그랬던 것이

이렇게나 오랜 세월 동안

그 보고픔을 잘도 견뎌내고 예까지 흘러 왔네요.

 

이번 산행은 차량만 대여하는 안내 산악회인

산수산악회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강남 신사역에서 아침 7시에 출발하며

죽전역에서 한 번 더 정차하여 동행님들을 픽업합니다.

 

상선암

 

도락산월악산 국립공원의 일원으로

들머리인 상선암은 작고 아늑한 분위기를 선사합니다.

 

 

 

<더덕꽃>

 

가파른 경사면을 힘겹게 오르다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내 눈을 호강 시키는 멋진 암봉위의 소나무 한그루!~~~

 

오랫동안 나를 기다렸다는 듯

방가운 그 눈빛!

 

심심찮게 나타나는 작은 바위들의 환호에

나는 힘을 얻어

또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바위와 소나무의 앙상블은

세상의 많은 조합 가운데

가장 잘 어울리는 조합의 하나일 것입니다.

 

참으로 오묘한 자연의 조화여!~~~

 

제봉 오름의 왼편 능선엔

석류알 처럼 촘촘히 빛나는 바위 알갱이들의 속삭임...

 

무슨 옹알이를 하고 있을까,

가만히 귀 기울여 봅니다.

그대가 있슴으로 내가 빛나고,

내가 있슴으로 그대가 더욱 아름다운 것을!~~

 

우리 인간들도

이 바위와 소나무의 앙상블을 귀감으로 삼아

배우자간에, 친구간에 또 이웃간에

서로를 업시켜주는 존재들이 되었으면 ....

 

이 봉우리가 아우(弟:제)봉우리이고

조금 더 오르면 형(兄)봉우리 나오네요.

 

여느 산에서도 볼 수 없는

조금은 생소한 명칭인 것 같군요.

 

아기자기한 작은 소품 같은 바위들

그 바위들로 꾸며진 등산로가 멋스럽습니다.

 

이제 형봉에 이릅니다.

 

아우봉엔 제봉이란 이름을 붙여 놓았는데

형봉엔 이름표가 보이지 않네요...... ㅎ

 

형봉 주변의 정경

 

오늘 내려 가야 할 채운봉이 내려다 보이고 .....

 

형봉 정상에 다다른 산객들

 

Oh, beautifu

형봉 정상에 왠 지석묘?

지석묘가 아니면 삿갓이라 할까요?

 

삿갓을 비스듬히 비껴 쓴

멋쟁이 형봉!~~

 

 

제봉, 형봉에서 올라 오는 등로와

검봉, 채운봉에서 올라 오는 등로가 만나

도락산 정상에 이르는 삼거리에 이릅니다.

 

여기서 갈라진 길은

상선암 주차장에서 다시 만나게 되네요.

 

도락산 삼거리에서 정상에 이르는 산기슭 ...

 

커다란 암괴의 틈바구니에 어렵사리 뿌리내린

소나무들의 자태 또한 예술의 극치를 보여주네요. 

 

이 불모의 암벽

제가 살아가기엔 정말 녹녹치 않아요.

 

하지만 이젠

아무렇지 않아요.

 

보세요.

여느 비옥한 토양에 뿌리내린 나무들은

거센 태풍앞에 뿌리채 뽑히지만

이 바위틈에 뿌리내린 저희들은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건재하고

또 내일의 폭풍속에서도 올곧히 서 있을테니까요.

 

이 바위와 하나 되기는 어려웠어요.

하지만 그 오랜 인고의 세월을 지나고 나니

이렇게 남들이 부러워하는

멋진 모델이 되지 않았나요?

 

바위 능선상에는 이렇게 여유롭고 평탄한 길도 있군요.

 

그렇군요.

길은 부엽토의 숲속에도 나 있고

이 같은 암벽 벼랑위에도 나 있군요.

 

모든 길들은

모두 다 그 길만의 스토리가 있군요.

 

우리네 인생의 길도

이 산길 처럼

아기자기 할 때도 있고,

험준하여 힘에 겨울 때도 있고

만발한 꽃길을 거닐며 마냥 행복에 젖을 때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우리들 마음의 길을 따라

희노애락이 정해지겠죠?

 

이곳엔 짧은 구간에 2곳의 삼거리가 있군요.

형봉쪽의 도락산삼거리,

그리고 도락산쪽내궁기 삼거리 ...

신선대에서 정상쪽인 홈바위는 나무데크로 이어집니다.

이 주위의 경관은 수려하기 그지 없어요.

 

넓직하고 부드러운 홈바위의 이마 하며

가이 없이 흘러 내린 그의 치맛자락이며,

 

치맛단에 날렵하게 매달린 레이스 까지 ...

빈틈없이 준비한 도락산 산신령의 연출이 뛰어납니다.

 

처음 올라 보는 도락산 ...

참으로 감회가 새롭습니다.

 

정상석과 인증샷을 나누려는

블야100명산이라 쓰여진 프랑카드를 들고

정상석에 앉아서 번갈아 가며 인증샷을 찍는 바람에

나는 뒷전에 밀려

그냥 정상석 인증샷만 간단히 담아가지고

도락산 정상에 정중히 인사를 하고 되돌아 내려 옵니다.

          

다시 신선대홈바위와 연결된 데크 다리에 당도합니다.

 

이곳의 경관이 일품입니다.

 

신선대를 옹위한 암괴들

 

홈바위의 치맛자락에 달린 멋진 레이스

 

다소곳히 엎드린 정검다리 같은 등로를 따라

한 산나그네가 소요로히 소풍길을 갑니다.

 

물론 그의 등짐의 무게는 무거웠겠지만

지금의 그의 걸음걸이에서는

그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군요.

 

그의 짐들은 모두 어떻게 처리되었을까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무심히 불어가는 솔바람에게 물어봅니다.

부질없는 내 마음 .....

 

저 멀리 아련한 금수산의 자태가 요염한데,

오늘 지나갈 채운봉검봉

바로 아래에서 빨리 오라 재촉하네요..... ㅎ

 

<구절초>

 

행여 전해주지 못하면 어떡하나

노심초사하며 나를 기다려 준 그대,

 

잎새 마다

고히 고히 간직해 두었던 고름을 풀어

나에게 전해주는 그대 마음의 향기,

 

온 가을이 내게로 달려와

포근히 안겨요.

 

월출산에는 구정봉 정상에,

천관산아육탑 윗쪽의 구룡봉에,

설악산(금강산)에는 화암사가 있는 신선대 있는 돌우물이

이곳 도락산신선암쪽 능선상에 있군요.

 

 

오른편 형봉채운봉 너머로

금수산이 우람한 날개를 펴고

가을 하늘로 여유로히 나르고 ....

 

형봉

 

이제 채운봉을 넘어 상선암주차장으로 가기 위해

신선봉 능선을 따라 도락산 삼거리로 내려 갑니다.

 

채운봉검봉을 내려다 보며

 

오른편에 형봉 그리고 맞은편에 채운봉 ...

 

금수산에 저녁 노을 어리면

채운봉도 오색찬란한 금빛으로 물들여 지겠죠?

 

 

 

형봉

 

채운봉을 향해 내려 가면서 담아 봅니다.

 

형봉

 

올라 올 땐 그런 줄 몰랐는데,

그의 뒷태는 정말 아기자기하고 고혹적이네요.

 

이 작은 암봉을 우회하여 철사다리가 놓여 있어요.

 

우회하는 철사사리에서 암봉을 올려다 보며 ....

 

채운봉 언저리에서 건너다 본 형봉

 

채운봉은 이름은 아름다우나

정상엔 특이한 점이 없고,

사방이 참나무등으로 가로 막혀 시야를 완전히 가려 답답해요.

 

대구의 한 산악회에서 푯말로 정상석을 대신했군요.... ㅎ

 

예쁜 레이스를 흔들어 보이며

신선대홈통바위가 잘 가라고 인사를 건네요.

 

형봉도 안녕!~~

 

채운봉의 뒷모습

 

주옥 처럼 점점히 박혀 있는 작은 암봉을 따라

산 나그네들이 내려 오고 있어요.

 

정상에서의 조망은 정말 별 볼일 없는데

이렇게 뒷 모습은 참으로 예뻐요.

 

채운봉과 왼편으로 길게 날개를 펼친 형봉

 

 

고즈넉하고 단아한

도락산 치맛자락의 레이스....

 

검봉으로 오르는 등로의 암릉도 예사롭지 않네요... ㅎ

 

산행을 마무리하면서

오늘의 행로를 되돌아 봅니다.

 

제봉 -> 형봉 -> 신선봉 -> 도락산 ->검봉으로 이어지는

오늘의 산행 ....

 

수십년만의 숙원을 풀어버려

후련한 마음....

 

그러나 나에겐 아직도

100대명산 중 오르지 못한 산들이 있는데,

그 산들은 언제쯤 오르게될른지

아니면 영영 오르지 못하고 일생을 마칠런지 ....

 

하지만 나는

여태껏 그래왔드시

100대명산이라는 주제에 연연하지 않으려합니다.

 

제가 태어나서 이루지 못한 일이 어디 한 두가지 뿐이랍니까

외교관이 되어 세상을 섭렵하고팟던 청년시절 청운의 꿈 ....

 

그 이루어지지 않은 꿈을

차곡 차곡 마음 갈피에 접어 쌓아 놓는데에만도

내 생각의 나래는 너무 분주한 세월을 보냈군요.

 

산행들머리에 그림 같은 펜션이 있군요.

언젠가 하룻밤 묵으면서 이 도락산과 함께

잠이 들었다가 같이 깨어나면 좋을 것 같아요.

 

그 옆엔 융단 같은 잔디밭과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넝쿨장미가 담장을 여유롭게 치장한

또 다른 한채의 펜션이 나를 유혹해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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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락산 산행을 마치고

보너스로 주어진 사인암 관광 ....

 

사인암 선암골 생태유람길 코스 속해 있군요.

 

사인암 입구

 

 

 

아주 예전엔 이 사인암 곁의 다리를 통과하는 도로가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도로가 어떻게 변했는지

전혀 그림이 잡혀지지가 않아요.

 

참으로 세월의 무상함은

때때로 이렇게 멀쩡한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버리고 말아요.

 

 

차창 밖으로 내다 보며

*참 멋있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 봤었는데,

오늘에야 그 멋진 기억 속의 바위를

가슴속에 뿌듯히 안아 보게되어

마냥 설레고 기쁩니다.....

 

사인암, 안녕!

 

생전에 이렇게 만나 보게되어 넘 방가워....

 

도락산 !~~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요.

언제나 마음속에서만 맴돌이하고 있던 그대,

 

이렇게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그대와 함께할 수 있었다니!~~~

 

그럼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만나고 싶은 산하와 사람과 이루고 싶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걸까?

 

그러나 나는 순간에 일어났다 사라지는

파도위의 한 작은 물거품 처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살다가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