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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방태산(왕승골 -백두대간길 - 연가리골)

 

2019-8-10

 

방태산4가리(적가리, 연가리, 아침가리, 명지가리)중에서

오늘은 연가리골을 탐방해봅니다.

 

방태산에는 3둔, 4가리 있는데

둔(屯)이란 *군대가 진을 치고 있다*라는 뜻이지만

사실은 꼭 군대의 진지라기 보다는 일반인들이

농사를 짓기 위하여 머무르는 곳이란 의미로 받아 들여햐 할 것 같구요.

3둔에는 달둔, 월둔, 살둔 있으며,

가리란 논이나 밭을 간다(耕)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위에 열거한 4가리가 이에 속합니다.

 

속설에 의하면 ( 정감록비결등)

설령 전쟁이 발발한다 하여도

이곳에 있으면 전화(戰禍)를 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생존유지에도 별 지장 없이 지낼 수 있는 곳이라 소개되고 있다 하네요. 

 

지난 7월28일에는 산수산악회에서 진행한

아침가리골을 5년 만에 탐방했었고

오늘은 그 4가리 아직 미답인 연가리골 탐방을 결행키로 했어요.

 

지금 까지 방태산에는 대략 6~7번 올랐구요.

그 때 마다 경유하는 곳이 적가리골이었습니다.

아침가리골방동약수터에서 부터 시작하는데

지금까지 3번 정도 탐방했고,

명지가리골은 오늘 오르는 연가리골과 더불어

아직 미답으로 남아 있는 코스네요.

 

함께한 산악회는

오래전(15년 전) 부터 간간히 참여해 왔었던

그랜드산악회입니다.

 

 

오늘 들머리는 양양군 서면 갈천리 왕승골입구

오토캠핑장에서 시작하여

백두대간상갈전곡봉 기슭을 따라 조침령쪽으로 3Km쯤 진행하다가

연가리 샘터 갈림길에서 왼편 연가리골로 접어들면 됩니다.

 

왕승골 입구, 오토캠핑장

 

요즘 물러간 장마의 영향으로

계곡물은 여유로운 노랫가락을 뽑내며 흐르네요.

 

제가 30대 초반 아직 미혼이었을 때

2~3년간 양봉생활을 하던 추억이 떠올라서

잠시 들려봅니다.

 

산자수려한 곳에 자리를 아주 잘 잡았군요.

 

왕승골의 계류

 

패랭이꽃

 

상당히 높은 지대 까지 개발행위가 이루어지네요.

 

모든 개발행위에는

삼림훼손 같은 자연의 파괴가 수반되고

그로 인해 파생되는 기후변화의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겠죠?

 

오토캠핑장에서 부터 1.5Km쯤 오르자

계곡을 가로지르는 사방댐이 나타나고,

우리는 그 댐 아래에서 계곡을 건너

반대편 갈전곡봉 기슭의 가파른 숲길로 접어듭니다.

 

인간에 의해  더렵혀지지 않은 숲길에

자욱한 안개는 옛 사랑의 속삭임 처럼

귓볼과 얼굴을 간지럽히고.....

 

나도 이곳 기슭의 한그루 나무가 되어

안개비에 젖고 있어요.

 

부엽토가 된 자기 분신으로 뒤덮힌 이 숲길은

어찌 그리도 보드랍던지,

 

비바람이 몰아쳐도, 눈보라에 할퀴어도

마냥 그렇게 흔들리며

여기 이대로가 좋아,

 

여기 아닌 또 다른 어느 곳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으랴 ......

 

단풍취

 

안개의 포말이 그 얼굴을 간지럽히며 짖궂게 굴어도

그는 오히려 그 장난을 즐기는 눈치네요.....

 

무더위 속에서 가파른 갈전곡봉의 숲길을

갈짓자로 걸어 올라 온지 1시간여만에

백두대간의 종주길 일부인 왕승골 삼거리에 도착합니다...ㅎ

 

세월이 상당히 흐른 듯

백두대간길을 종주하던 산악회들의 꼬리표들이

연륜을 얘기하며 퇴색되어 가고 있습니다.

 

우리동네 앞산 남한산성에서 자주 눈에 띄는

하얀 완장을 두른 나무들이 간간히 나타나는데,

나는 아직도 그 나무 이름을 모릅니다.

 

어떤 한 종류의 나무에만 나타나는 특이한 무늬인지,

아니면 다른 종류의 나무에도

환경에 따라 비슷한 완장을 두른 녀석들이 있는건지 .....

 

무척 궁굼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에 대한 해답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장마철만 되면 우후죽순(?) 아니 우후버섯 처럼

온산의 지표를 뒤덮는 버섯 가족들!~~~

 

오늘도 예쁘고 앙징스런 버섯들이

요기 조기서 예쁜 미소로 나를 유혹하네요.... ㅎ

 

조침령에서 갈전곡봉 까지가 16.54Km거리네요.

 

그러니 들머리에서 대간길 까지와

대간길에서 날머리 까지의 거리를 합산하면

대략 23~25Km정도가 되겠네요.

 

흰마주송이풀

 

고들빼기꽃

 

노란 고들빼기꽃이 한창이네요.

나에게는 입맛을 돋구게하는 일등 공신.

 

그 쓰디쓴 고들빼기 김치를 생각하니

잇발 사이 깊은 침샘 어디 쯤에선가

침이 솟구쳐 한 입 가득 채워짐을 느낍니다.

 

백두대간길에 안개비는 내리고.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갈기를 따라

불연속선이 마루금을 형성하네요....

 

뭇 발길에 다져진 대간길이 눈비에 씻겨 패일세라

남몰래 출몰하여

대간길섶을 갈아 엎어놓고 자취를 감춘 멧돼지들은 어디로 간 것일까?

 

길섶을 촘촘히도 매어 놓았네요.

 

마구 딩굴어도

융단 처럼 폭신할 것만 같은 조릿대밭...

 

가즈런한 그 모습이 사뭇 정겨워요.

 

이제 백두대간과의 갈림길로 접어 드는

연가리샘터 알리는 이정표에 당도합니다.

 

 

드디어 연가리골 상류에 당도합니다.

 

원시의 밀림 사이를 내달리는 계류의 날쌘 흐름이

보고 듣는 것 만으로도

그동안의 피로와 무더위를 날려 보냅니다.

 

성긴 고비고사리의 환대를 받으며

연가리골 탐방에 조신스런 발길을 내딛습니다.

 

적가리골 보다 협소하고 더 가파른 계곡...

그리고 사람의 왕래가 상대적으로 적은 관계로

산행로가 제대로 나 있지 않았고,

바로 어제와 오늘 아침 까지도 약간의 비가 내렸던 듯

물기를 머금은 바위와 부엽토길로 하여

길이 질척거려서 걷기에 상당히 불편했네요...

 

연이어 쏟아져 내리는 폭포는

무더위 속의 산행에 활력소가 되고 ....

 

내 후미 대원님들의 모습이 시야에 잡히는 순간 

여유자적하며 한가로왔던 내 가슴이

갑자기 콩닥거리며 마음의 평화가 깨집니다...

 

깊은 숲속 외로운 물봉선 하나 ...

 

탱글 탱글 속살이 꽉 차게 영글은 산딸기를 보는 순간

입에 침이 감돌았지만

어쩐일인지 산새들도 아껴 둔 맛난 이 아이를

나라고 어찌 덥썩 따 먹을 수가 있겠는가?

 

그래서 그냥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길을 재촉합니다... ㅎ

 

이제 다시는 내 그대를 찾아 오지 못할 지라도

잘 있어요.

 

내 금수강산 내가 기운을 받아 태어난 강토의

아름답고 오묘한 연가리 계곡과 그 폭포와 숲의 초목들이여!~~

 

원시림 속의 이끼와 숲사이로 들려 주는

산새들의 노래는

또 어찌 그리 청아하던지 ...

 

낮은 데로

더 낮은 곳으로

흘러가는 물줄기 ...

 

물의 생명은 어디론가 흘러가든가

스며들던가, 아니면 공중으로 증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마냥 고여 있기만 한다면

그 물은 썩고야 말아요.

 

마치 우리 몸이 끝없이 움직여야 하듯이

우리 뇌리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모색해야 하듯이 .....

 

 

오늘 이 계곡을 탐방하는 팀은

우리 그랜드산악회 한 팀 밖에 없군요.

 

나 보다 먼저 도착한 횐님들이

션한 작은 폭포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군요.

 

자난 서북능선털진달래 산행에서 뵈었던 한송이님

마냥 즐겁고 행복해 보이네요.

 

 

정말 시원하겠어요...

 

 

청봉후미대장님, 한송이님, 그리고 레만호일엽편주님.(왼편 부터)

 

청봉대장님,

끝 까지 대원들을 잘 챙겨 주시어 정말 감사드립니다.

 

무위님

 

지도에 정확한 표기는 안돼 있지만

이 폭포가 연가리의 대표적인 폭포인

구제폭포인 것 같군요....

 

천궁

 

진동계곡에서

 

요즘은 활동을 잠시 접고 있는 늘푸른산악회에서

수년간 함께했던 데이타프로님 ....

 

그러나 요즘 그랜드산악회에선 지역사회란 닉으로 통하네요.

 

본 산악회에서 많은 횐님들의 추억사진을 담아주시며

수고가 너무 많으신 님이시네요...... ㅎ

 

진동계곡의 물은 흘러

내린천으로 합류하여 소양강에 이릅니다.

 

요즘 잦은 폭우로

계곡 물의 흐름이 여늬 때 보다 거칠어요.

 

거의 30여년 전쯤 되었을까?

그 때만해도 이 진동계곡

한국마지막 원시림이라 소개를 하곤 했었는데,

 

지금은 조침령 터널등의 개통으로

양양으로 통하는 도로에 교통량이 증가하고

주위를 지나는 도로들이 사통팔달로 연결되어

이 계곡을 원시림이라 여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오늘 탐방한 바와 같이

아직도 계곡에 들어서면

원시의 냄세를 맘껏 흡입할 수 있으니...... 

 

왕승골 오토캠핑장을 들머리로 삼은

방태산 연가리골 오늘의 탐방은

이곳 연가리 오토캠핑장을 날머리로 끝을 맺습니다.

 

이젠 자동차가 많이 보급되어

어지간한 유명계곡 입구엔 이렇게 오토캠핑장과 펜션이 

유행 처럼 들어서 있군요.

그리고 캠핑카의 보급도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구요.

 

바야흐로 자연과 조화를 이룬

레져문화의 꽃이 피고 있는 듯한 느낌이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