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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숲속길의 명상

방태산 아침가리골 백패킹

 

2014년 8월 초순에 다녀 왔던

인제 방태산 아침가리골

5년만인 7월7일에 다시 찾아 봅니다.

 

요즘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면서

장맛비가 내릴듯 말듯하여

초목들을 애태우더니,

 

목적지인 방동약수에 도착하여

차에서 내리자 마자

예보에도 없던 비가 기습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하여

아무런 준비도 없이 나선 저는 당황할 수 밖에 없네요..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

빗줄기는 가랑비로 바뀌어져

그나마 불행중 다행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더위 보다 더 낫다는 생각도 드네요.

 

주어진 산행시간은 6시간,

 

여름산행의 백미를 어찌 놓치랴...

전국에서 몰려든 트래킹 동호인들로

이슬비 내리는 방동약수 <->조경동교 도로는

열기에 넘쳐나네요.

 

방동약수 초입의 다리

 

오늘 내린 약간의 비에도

이끼들은 감사함에 생명의 춤으로 화답하 듯

생기 넘치는 푸른 미소를 피워 올리고 ....

 

 

 

약수터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산객들 ..

 

저는 오랫만에 약수 맛을 음미해 보고 싶기도 했지만 

서둘러 그 곁을 그냥 스쳐지나 옵니다.

 

그 오묘한 약수 맛 보다

저에게는 시간이 더 중요하니까요.

 

큰물레나물

 

은혜의 단비를 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제가 너무 목이 말랐었거든요.

당신의 가느다란 배려의 손길이라도

저에겐 세상을 얻은 듯한 기쁨이고 생명의 끈이랍니다.

 

초롱꽃

 

저는 세멘트길 가에서

날 마다 뜨거운 열기에 시달렸어요.

그러나 오늘 같은 날도 있군요.

 

모두가 기다리는 가운데 얻어지는

뜻하지 않은 행운이려니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빗속에서 웃음을 띄워봐요...ㅎ

 

엉겅퀴

 

어때요.

샛빨간 제 볼을 가지고 싶지 않으세요?

 

그러나 그 아무도 저를 꺾으려들지 않아요.

제 몸에 돋아난 섬 가시 때문이죠.

 

당신께 소름을 돋게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용서해 주세요.

할 수 없잖아요?

제몸을 철없는 이들로 부터 지키려면 별 수 없었어요.... ㅠ

 

흰꿩의다리

 

이슬비속의 폭염을 뚫고 오른

언덕길 정상엔 차량통제용 차단기가 내려져 있고,

길 한편엔 주민들이 빚은 약초즙이며

막걸리, 식혜등을 진열해 놓은 가판대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네요.

 

저는 작은 병에 담긴 식혜로 목마름을 해소하고

올라 올 때의 시멘트 포장도로를 뒤로한 채

자갈길을 따라 조경동교를 향합니다.

 

길섶 어디 쯤에선가

" 나 요기 있어요! "하고

불쑥 하얀 미소의 산톱풀꽃이 반겨줄 것만 같은 마음에

5년전 그 여름날의 그 길섶 숲속을 두리번거리게 되네요.

 

하지만 끝끝내 그님은 나타나 주지 않았어요....  ㅠㅠ

 

꿀풀

 

미역줄꽃

 

방동약수에서 조경동교에 이르는 길섶엔

2014년 여름 보다

꽃들의 다양성이 눈에 띄게 줄어든 느낌입니다.

 

아직 제철이 아니여서 일까?

보고 싶었던 산톱풀꽃이며,

자주색 멋진 폼의 염아자쥐손이풀등도

오늘은 보이지 않아서 아쉬운 마음입니다.

 

조경동교

 

이슬비를 피해 다리 아래서 식사 하는 모습...

 

이 다리에도 교통통제 요원이 통행을 저지하고 있고,

저는 이 다리 옆의 작은 간이 판매점에서

비스켓 한 봉지와 라면으로 점심을 떼웁니다.

 

그러면서 약초로 빚은 음용수 한잔을 주문하니

작은 병에 반절 쯤 담긴 엑기스를 내어 놓는데

제 입맛을 사로잡고 마네요.

 

내가 그 엑기스가 너무 맛있다며 애착을 보이자

예의 그 70대 주인은 선뜻 그 남은 엑기스를 선사합니다.

 

5년 전에도,

그리고 7년전 이 가게가 이 조경동교 다리 건너편에 있을 때도

저는 이 주인에게서 송순주 한병을 사서

당시 e목요산악회원들과 나눠 마시기도 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주인장과 나는 보통 인연이 아니군요.

7~8년 전 어느 시점에

TV에 나와서 이 방태산의 약초와 숲속의 생활에 대해서

잠간 신상 발언을 했었던 그 사람....

지금은 짙은 세월의 그림자가 그 얼굴에 서려 있어요.

 

7년전엔 이 다리옆의 공터에 가게가 서 있었어요.

 

다리 이쪽 한 켠에라도

2~3평 정도의 컨테이너를 놓고

호구지책을 마련해 준 지방 당국에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군요.

 

이제 마악 계곡 트레킹을 시작하려는데,

갑자기 악어 한마리가 나타나서

이 계곡물을 몽땅 마셔버릴 기세네요.

 

이 계곡의 양편으론 1000m급의 산줄기가 이어집니다.

 

아침 나절 잠간 동안만

농경을 할 수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 *아침가리골(朝曲)*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계곡에 아롱진 시냇물엔

좁다란 하늘이 내려와 앉아 있네요....

 

요기에도 큰 돌악어가 출몰했군요.

 

금꿩의다리와 은은한 자색미소를 띄고

나를 방가이 맞아 주던 잔대꽃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숙은노루오줌꽃 홀로 애틋한 계곡의 마음을 달래주네요.

 

가뭄으로 줄어 든 계곡물 탓에

물을 건너는데 어려움은 덜 했지만

수량이 풍부할 때 보다는

짜릿한 스릴은 반감되었네요.

 

가느다란 물줄기로 이어지다간

어느 한 곳에서는 조금 널찍한 물웅덩이가 나타나는

그런 모습이 계속 이어집니다.

 

 

그리고 또 때론

이처럼 자그마하고 예쁜 조형물들이

심심찮게 나타나기도 하구요.... ㅎ

 

물이 줄어 몸체를 통째로 드러낸 바위틈새엔

아직도 성긴 돌단풍들이

어서 빨리 비가 내리기를 비는 기우제라도 올리고 있는걸까?

 

바람이 불 때 마다 하늘거리는 춤사위가

사뭇 진지하게 느껴져요............. ㅎ

 

우리나라의 계곡트래킹의 명소라 할 수 있는 이곳은

응봉산 덕풍계곡 상류 용소골과 쌍벽을 이룬다 할 수 있는데,

교통의 편의상 아무래도 이곳 조경동계곡

더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나 생각되네요.

 

 

 

 

 

 

 

 

 

 

 

 

 

 

 

 

 

 

 

노루발풀꽃

 

 

 

 

 

 

 

 

 

 

 

 

 

 

 

 

5년 아니 7년 전에도

지금 이 바위위에 굳건히 뿌리를 내리고 서 있는 그대, 

한 그루의 작은 소나무여.......

 

내 그대의 한결 같음을 칭송하노니 ....

부디 앞으로도 모든 고난을 이겨내고

그 굳건함을 잘 지켜가기를!~~

 

다만 한가지

그대의 뿌리가 안착되어 있는 바위가 너무 작아

그대 끝날 까지

과연 현재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 줄 수 있을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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