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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숲속길의 명상

나의 산책길을 수놓은 단풍

 

호젓하고 자그만 길!

그리 길지도 않고 짧기만 한 길!

 

그 오솔길에 단풍이 들면

그 누구라도 차분히 내 가슴에 들어 와

함께 이 길을 걸어 줄 것만 같아요.

찬 바람이 불어 오니

숲은 곧 겨울이 올거라 걱정하며

급히 몸을 움추리고 신호를 보냅니다.

 

그러자 나무들은 일제히

준비해 두었던 색동옷으로 갈아 입고 무대위로 나와서

현란한 무언극을 선 보인 뒤 조용히 옷을 벗습니다.

 

비록 초목들이라 할지라도 어찌 회한이 없겠어요.

하지만 대자연의 섭리 속에서

저는 하나의 작은 점.

 

돌아 올 봄날의 화사한 제 모습을 그려 보며

제 안에 다만 희망과 기다림의 씨앗 하나만을 안고

화려하고 숨가빳던 세월, 그 영욕의 옷을 벗습니다.

 

나의 오솔길에 가을비가 내리네요.

세차지 않고 그저 새록 새록 추억을 문신 하듯

그렇게 단풍잎 위에 내리네요.

 

진정 꿈꾸었어야 했을 것들은 모조리 잃어버리고

빈 쭉정이만 가득한 보따리를 부둥켜 안고

이제야 허탈한 실소를 머금는 나!~~

 

나는 진정 사랑을 알고 있기나 한 것일까?

나는 진정 그리움을 품어 본 적이나 있는 것일까?

 

세상의 파고는 드높고

내 필사의 탈출은

꿈과 사랑과 그리움을 송두리째 망각의 나라로 내 몰아버렸네.....

 

때때로 허술한 제단위에

내 자신을 제물로 바치려 했지만

 

아!~

그곳에 놓인 것은

언제나 회한과, 나의 아둔하고 비열하고 사악하고 악취가 풍기는 영혼!

 

나는 언제나 큰님을 기만하고,

내 자신을 속이면서도 나의 영혼이 고귀하고 깨끗하다고 여겼었네.

 

나는 언제나 처럼

내 이웃의 아픔에 귀 기울이는 척 했지만

기실, 내 심장은 얼음 보다 더 차가웠었고

 

내 이웃들에게 선한 인상을 주려고 노력했지만

그것은 나의 사악함을 감추려는 술수에 불과했다는 것을 이제 알았네.

 

초목들이 가을비 속에서

조용히 옷을 벗으며

자연의 섭리에 따르고 있는 모습을 보니

왠지 난 부끄러움을 느끼네...

 

이제 가식 없이

순수하게 살리라.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바람 불면 흔들리고,

이제 나의 가을이 왔으니

모든 걸 내려 놓고 표표히 나의 길을 갈 준비를 해야지 ...

 

이제  부터라도 좀더 잔잔해지자!

 

조용한 가운데 인간사와 세상사에 좀더 가까이 접할 수 있고

사물과 사건의 진실에 접근할 수 있나니

관조(觀照)의 경지를 높이자

 

절대 마음의 동요를 일으켜서

사건과 사물의 진실에서 멀어지는 우(愚)를 범하지 말아야 하겠다

 

그리고 용서에는 인색하지 말고

질책과 시기, 질투를 마음에서 추방하자.

그래야 나와 내 주위가 평화로워질테니까.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온유함과 강직함이 있으니,

그 온유와 강직함이 꼭 필요할 때가 어느 때 일까를 잘 선별하여

일을 그르치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기로하자.

 

 

 

 

 

 

 

 

 

 

 

 

 

 

 

 

 

 

 

 

 

 

 

 

 

 

가을 빗속에 가슴 적시며

걸었던 아침, 나의 오솔길에서!

 

다시 나를 깨우치고

나를 사랑하고,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 작은 나만의 테두리 안에서 깨우친 것,

좀더 대승적인 관조의 길을 가야겠다.

 

사파의 파고가 너무나 높다.

세상의 황혼이 짙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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