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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스크랩] 함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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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과 마주한 함백산(1573m)...

그 높이로만 말하자면

태백산 보다 약6m 정도가 더 높아

우리나라 제5위를 자랑하며,

적멸보궁이 있는 정암사를 품고 있고

여름철이면 야생화 축제가 열리는 이 곳.....

 

그래서 항상 마음속에 살고 있었지만

막상 만나 보려하면,

언제나 태백산이 가로막아

한 번도 찾아 오지 못해

애석하고 그리운 산!~

 

내 기억속에서는 항상

탄광의 갱도들로 들쑤셔져서

신음하고 있는 가련한 산으로만 여겨졌던

그대 함백산 !

 

그 아쉬웠던 기억들을 더듬으며

오늘에야 찾게되어

정말 미안해!~~

 

그 어느 겨울

어린 광부의 모습들이런가

키작은 조릿대들이 눈속에서

시린 눈으로 나를 마중나오고 있네요... ㅎ

 

함백산 정상과 KBS 함백산 중계소

 

지역사회님

 

천당릿지 이후

수개월만에 만나는 산우님!

오늘도 무거운 카메라로 나와 동행님들 추억을

많이 담아 주셔서 넘 감사해요.... ㅎ

 

함백산 정상..

 

함백에 드리워진 바람의 혼이여

난 감히 그대의 민낯을 바로 바라볼 수 없어요

 

지금은 모두의 가슴에서 잊혀진

그 서리 서리 엉겨 붙은 그날의 푸른 숨소리만

돌아 앉은 바위 틈새에 이끼 한 줌으로 남아 있는데,

 

어디선가 작은 새 한마리

낮은 울음으로

잊혀져가는 전설의 한 토막을

살포시 들려주고 떠나 갈 뿐.

 

 

 

함백의 가장 속 깊은 친구,

바람이 다가 와

이제 와서 왠 호들갑이냐며

 

바늘끝 보다 더 예리한 호통으로 질타를 하며

나를 정상에서 밀쳐냅니다.

 

그렇지...

내가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지.

 

1960년대 초반 부터

전국에서 모여 든 선배님들이

이곳 정선과, 태백삼척, 영월등의 지하 탄광속에서

 꿈을 꽃피우겠다고 땀을 흘리던 그 시절...

 

그 아픈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내 비록 길섶에 보금자리를 틀었을지라도

이렇게 잘 영글은 열매들을

뭇 길손들의 손을 타지 않고

새 보금자리로 날려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나이다.

 

당당하고 활기찬 4인방을 만나 방가웠네요.

산행 후식 자리를 챙겨주셔서 감사드리고,

차내에서의 친절에 대해서도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이제 전성기를 지나

거의 탈골에 가까워진 모습,

 

그러나 그대의 모습은

나에게 슬픔과 애톳함 보다는

당당함과 자랑스러움을 안겨주네요.

 

어찌하면 그렇게

내 안에서

세월을 아름답게 익힐 수가 있을까요?

 

수십년도 더 오래 전에

이처럼 아름다운 노(老)주목들은

설원위에 보석 가루 같은 햇살을 흩뿌리면,

 

내 선배들의 땀과 꿈으로 피어난 꽃들은

또 얼마나 아프도독 영롱히 피어 올랐을까?

 

이곳에 쌓인 눈은

예삿 눈이 아닌 것 같아요.

 

 

 

이 설산의 기슭에서

날이면 날마다 살풀이를 하는 저희들...

 

세월이 머물다 간 자리,

그 마디 마다에서는

오늘도 곧추 펴지 못한 허리를 다독이며

 

*세상이 다 그런거란다.

너의 꼬부라진 허리를 원망하지 말거라

어떤이는 니가 못생겼다고 원망하는 네 팔다리를 보고

기막한 세월의 예술품이라고 감탄하는 이들도 있단다* 하고

조용히 위로하는 바람의 소리가 들립니다.

 

 

 

 

함백산을 넘어

중함백으로 치고 오르기 전

휴식을 취하는 인파가 많군요.... ㅎ

 

 

 

중함백에서 뒤돌아 본

함백산 KBS중계소...

 

 

 

함백을 처음 찾은 나그네는

이곳 주인공들과 함께

질펀한 춤사위를 펼칩니다.

 

그가 이끄는 데로 무대로 뛰어 올라

그와 함께 순백의 설원을 누비며

햇빛과 바람과 더불어

대자연을 노래합니다.

 

지금 이 설원 위에는

나는 없고,

세월의 바람에 날려 가는

그림 한 점이 있을 뿐입니다.

 

자연과 내가 하나 되었을 때!~~~

 

그 어떤 화가의 붓끝에서도

피어나지 못할

생명이 깃든 예술품....

 

그 아기자기하고 아린 예술품을

가슴에 지긋히 안아 봅니다.

 

 

 

 

 

<나무중의 신사나무:자작나무 숲>을 지납니다.

 

숲속엔 백설이 시리고,

그 백설 가운데 서성거리는 자작나무 무리들...

 

나도 영혼을 비우고

한그루의 자작나무가 되어

백설의 산 기슭에서

더디기만 한 그님의 음성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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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좋아하는 산행을 포기하시고

동행님들 먹거리를 준비하셔서

기운을 북돋아 주신

원더우먼님께 깊히 감사드립니다.

 

 

출처 : 그랜드산악회
글쓴이 : 킬리만자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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