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왕문을 열고,
가야선녀의 손에 이끌려 들어선 선경(仙境)!~~~
그곳은
평생 동안 삿갓을 쓴채로
주유천하를 한 작은 나그네에게도,
비행접시를 타고 온 우주를 헤매다가
오늘에야 이 자리에 내려선 우주의 방랑자에게도
너무나 충격적인 경지였습니다.
내가 가진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경지!~~~~
계곡물에 아롱진 반영(斑影)이여!~~
그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극치의 수채화여!~~~
"이곳에서는 신발을 벗으셔야해요." 라는
가야선녀님의 귀뜸에
저는 신발을 벗어들고
계곡의 둔덕으로 기어 올라
희미한 길의 흔적을 찿아
고사목과 이끼와 바윗돌들이 뒤엉킨 길을 열어 갑니다....
계곡 둔덕에서 내려다 본 모습.
이곳은 용아장성의 위용에 걸맞게
양안이 직벽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마치 히말라야산맥의 크랙이나,
북유럽의 피요르드식 해안을 연상시키는군요.
그만큼 범접하지 못할
신성한 서기(瑞氣)가 서린 곳이어요.
완만한 폭포의 진동은
부드럽고 평화로운 너울 조각들을
시시각각 만들었다 지우고 또 새겨 놓았다가 지우고........
위태로움과 완만함,
험난함과 넉넉함,,,
이것이 이 계곡의 양면성이네요.
하기야, 그것은
세상의 모든 상황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긴 하지만요...... ㅎ
이곳엔 특히 파상적으로 일어나는
너울성 물결이 인상적이군요.
그리 위압적이지도,
그렇다고 너무 여리지도 않고,
각자의 물방울을 자랑스럽게 흩날리며
창공을 나르듯 떨어져 내리는
다정스러운 폭포 .....
공룡능선쪽의 암봉이
계곡의 왼편을 호위하고 ......
선녀가 마련해 준 즉석 바위 식탁에 앉아
간이 식사를 합니다.
내 앞에서는 이 세상 최고의 물결이 출렁이고 있어요.
지나간 내 시간들이 세월이라는 이름으로
이 쪽빛 물결이 되었어요.
꿈과 절망, 기쁨과 슬픔,
그리고 행복했던 순간들과 아픔의 나날들이
이 하나 하나의 세월의 너울로 승화되었군요.
하지만 그 세월을 이젠 새삼 떠올릴 필요는 없겠지요.
지금 이 가야동의 선녀가 보여주는 것은
그것들을 기억해내서 그 당시로 돌아가 보라는 것이 아니라
그 지난 모든 것들이 엮여저서
지금은 이처럼 고운 호수의 물결로 잉태되었슴을 알려주려는 것일 뿐인걸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다만 *오늘*이라는
*시간의 얼굴* 이니까요.
이 가뭄에 이 흐름은 어디로 부터 시작된 것일까?
용아와 공룡 ......
두 능선을 의지하며 공생하는
모든 생명체들의 간절한 생명력이 녹아 내리는 모습...
곧 설악의 심장 판막이 사이로
기기묘묘한 자태를 보여주는 그의 배려가
너무 아름다워
가슴으로 남모르는 눈물이 흐르네요.
가막살나무꽃
생의 길을 가로막은 암벽들!~~
그 장애물에 부딪혀,
또 얼마나 오랜 동안,
얼마나 많은 좌절의 시간과 상채기들을 남겼을까요?
그러나 그런 아픔도
오늘이라는 세월의 그림자로 가늠해 보면
차라리 하나의 아름다운 작품이네요.
세상 만사가 점철되고 응고된,
무게를 가늠할 수 없는 작품!``
연속된 소(沼)들의 경연장.....
설악산에 공존하는 생명체들의
간절한 염원이 서린
한방울 한방울의 생명수들이 세월의 강을 따라 흐르다가
잠시 모여 쉬어가는 곳 ....
작은 폭포와 소(沼)들,
그들이 온몸으로 보여주는 그 물결위의 무늬들은
진정 아름다운 자연의 선물이네요.
이 일렁임의 조각 하나 하나에는
설악의 면면이 담겨 있어요.
때로는 위험하기 그지없고,
때로는 한없이 평화로운 그 모습들이..
40여년 동안이나
나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고 있던 그대, 가야계곡이여!~
오늘은 비록 공식적인 그대의 초청이 없었다 할지라도
이처럼 좋은 날을 택하여
가야선녀님을 앞세워 남몰래 나를 초대하니
이 감사의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하나요!~~
오늘 이 물결위의 반영들은
내 가슴속에서 영원히 살아 숨쉬게 될 것입니다....
설악의 이 쪽빛 심장의 고동소리 또한
그 물결의 파동과 함께
내 가슴속에 영원히 살아 있을지니!~~
설악의 곳곳을 누빈 보람이
오늘에야 제빛을 발하는 양 싶어요.
가야동계곡이여!~~
난 이제 그대와의 해후로 인하여
이 설악에 대한 사랑이 더욱 깊어짐을 느끼고 있어요.
마가목나무꽃
가을이 깊어지면
설악을 빨갛게 물들일 열매들이 기다려지는군요..... ㅎ
이제 계곡의 심장부를 벗어난 느낌이군요.
머잖아 봉정암< - >오세암을 연결하는 다리가 나타나겠죠...
왼편 공룡능선상의 한 봉우리가 갸웃히 나를 내려다 보며
오늘 수고 많았다고, 축하의 박수를 보내주네요..... ㅎ
알았어!~~
고마워..
이제 가을쯤에나 다시 볼까!~~ 공룡!
이제 계곡의 바닥은
아주 평평하고 유순하여
나그네의 마음도 자연히 편안하고 여유스러워집니다.
그리고 이계곡의 끝간데에는
신선대와 천화대 사이의 암봉이 쫑깃하고 귀를 내밀어요... ㅎ
물참대꽃
이제 가야선녀가 건네주는
물참대꽃 계관(桂冠)을 멋지게 비껴 써봅니다.
지근 거리에서
빼꼼히 내려다 보며
*이 계곡을 언제쯤 가 볼수 있을까?*하고
7~8번이나 건너 다녔던 다리가
이제야 소원을 풀게되어 축하한다고 윙크를 보냅니다.
나는 가야선녀님께 깊숙히 고개 숙여 감사드리고
봉정암으로 오르는 길로 꺾어듭니다....... ㅎ
공룡능선상의 1275봉
봉정암 뒤편의 암봉들
용아장성릉
봉정암 뒤편
1275봉과 나한봉 사이 멀리에
세존봉의 모습도 아련하네요.
계수나무 아래 방아 찧는 토끼런가
아가곰이라 불러야 더 어울릴까?
언제나 다정스런 바위 하나가 오늘의 피로를 잊게하네요....
용아장성과, 그 끝에 만경대....
그리고 오늘 처음으로 해후를 한 가야동계곡을
이윽히 내려다 봅니다.
이제 다시는 갈 수 없을 것 같은 계곡!~~
내 마음속에서 늘 그 맑음으로 흘러
내안의 세계를 그 맑음으로 잘 갈무리해 주길!~
봉정암 능선에 올라서면
그 곁에서 호위병 처럼 맞이하는 암봉 ...
봉정암 부처님 진신 사리탑
하늘을 찌를듯이 부리를 치켜든 장수풍뎅이 바위
오늘 능선으로 오르신 님들도
이 쌍둥이 장수풍뎅이와 함께 추억사진 많이 남겼을까?
그 능선의 중간 부분에도 이 바위를 꼭 빼 닮은 녀석이
가파른 암벽 기슭을 올라서면 수고 했다고 위로 해주며
인증샷을 권했을텐데!~~~
설악이여!~~
오늘 정말 고마웠어요.
당신 심장의 고동소리와
그 맑은 생명수의 물결과 함께여서 행복했고
진심으로 저를 맞이해 주셔서 넘 감사했습니다.
나는 다시 작은 나그네게 되어
천왕문의 삿갓을 쓰고 주유천하를 할 것이며
그 비행접시를 타고 우주유영에 나설 것입니다.
안녕!~~ 내 사랑....
안녕!~~ 내안의 또 다른 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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