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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반야봉 - 뱀사골(2016-10-29)

 

 

 

29028

 

내 청년시절에

주로 많이 다녔던 산들 중 한 곳인

이곳 지리산 뱀사골 계곡.....

 

그러나 청년시절을 벗어나서는

최근 까지도 그리 자주 찾지 못했고

늘 마음속으로만 그리워하던 뱀사골!~~

 

그리하여 오늘은 큰 맘 먹고

내가 자주 함께하는 늘푸른산악회를 따라

노고단 ->반야봉 ->뱀사골 탐방길에 나섭니다.

 

 

성삼재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노고단!

 

고딩시절

구례 화엄사 아래에 있는 친척집에도 들릴 겸,

친구와 함께 올라 왔었던 노고단...

 

그당시엔 6.25사변 비행기의 폭격으로

파괴된 미군의 별장들이

흉물스럽게 여기 저기 서 있었는데,

지금은 모두 다 치워져서 찾아 볼 수가 없네요.

 

데이타프로님과 .... 노고단을 배경으로

 

이길은 오래 전에

오늘 처럼 뱀사골을 가기 위해

반야봉을 들려서 한 번.....

그리고 반야봉은 그냥 지나치고 바로 뱀사골로 내려가기도 했고,

 

피아골로 내려 가느라 3번 정도,

그리고 또 지리산 무박종주시 한 번 ...

이렇게 심심찮게 지나 갔던 길이네요.... ㅎ

 

돼지령 어깨 너머로

오늘 올라가야 할 반야봉중봉

나란히 잡히네요....

 

높이가 똑 같은

형제 봉우리 같은 반야봉 중봉

 

가을 억새들이 내뿜는

건초의 삽상한 내음을 음미하며

따스히 내리는 가을 햇살을 안고

수십년만의 반야봉과의 만남에 가슴이 벅차 오름을 느끼며

가파른 길을 오릅니다.

 

멀리 서북쪽으로

지나 온 노고단이 반쯤 흐려진 하늘 아래서

잘 다녀 오라 손을 흔듭니다.

 

반야봉 오르는 길은

국립공원 제1호 답지 않게

정비가 잘 안되어 있네요.... ㅎ

 

반가워, 반야봉!~~

그대를 만난지가 너무 오래되어

기억 속에서도 희미하네 .......

 

 

둥지대장님복란님

이렇게 그립던 반야봉에서

인증샷을 함께 남기게 되어 더없이 기쁩니다... ㅎ

 

내려 가는 길에

서로 엇갈린 작은공주님의 작품 고맙습니다... ㅎ

 

아직도 내 마음 깊은 곳에

이렇게 붉은 열정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것일까?

 

이 붉은 기운이 지고 나면

밀려 올 스산함의 그림자가

저 멀리 노고단을 넘어 다가 오고 있어요.

 

삼도봉에서

 

삼도봉을 지나며

 

화개재에서

 

이곳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뱀사골로 접어드네요.

 

이길도 반야봉 오르는 길과 마찬가지로

상태가 썩 좋진 않네요.... ㅎ

 

뱀사골 탐방지원센타

 

15~20년 전이나 지금의 모습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네요........ ㅎ

 

 

꽃황새냉이

 

설악산, 지리산등 높고 깊은 계곡에서 자라는 꽃황새냉이...

 

그 어떤 야생초 보다

생명력이 뛰어나고 윤기가 흘러요..

 

고목에 빼곡히 얹혀서 피어난 이끼는

어느 깊은 밀림속에 들어 온 느낌이어요... ㅎ

 

 

도면을 보니

제가 여지껏 다닌 코스는

이곳 성삼재, 뱀사골, 거림, 백무동 <-.>한신계곡,

피아골, 쌍계사 불일폭포, 칠선계곡,중산리코스였고,

대원사 쪽으로는 한 번도 가 보지 못했네요.

내년 쯤에는 꼭 한 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봐요.

 

 

간장소

 

이곳이 뱀사골에서 제일 윗쪽에 위치한 간장소군요.

 

고즈넉한 가을 숲길은

언제나 많은 상상의 가지들을 펼쳐요.

 

인생에 있어서도

이제 이 나무들 처럼

내가 가지고 있는 많은 것들을 내려 놓아야 하겠지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욕심을 버리고 단순해질 필요가 있는 시기인 것 같아요.

 

 

 

 

 

션한바람님!~~ 소중한 인증샷 고맙습니다...

 

 

 

 

절구통

 

옛날 화전민들의 흔적인 듯...

 

 

병소에서

 

어느 해 였던가?

 

눈이 살포시 내린 이 계곡에

얼음 사이로 흐르는 물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내 곁으로

한마리 나비 처럼 훌쩍 뛰어내려

나를 깜짝 놀라게 하고서는

자기도 놀랐다는 양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쳐다보던

미지의 비구니!~~~

 

나는 그에게 물었었죠.

*어디서 오시는 길이예요?*

*저 위 뱀사골 대피소에서요.*

 

승려복의 보름달 처럼 고운 얼굴을 한 20대의 비구니는

신발도 아마 흰 고무신을 신은 것 같았는데,

몇 마디 말을 나누고는

바람 처럼 훌쩍 그 자리를 떠나 갔습니다.

 

그리고 몇 십년이 흐른 지금

나는 또 그 때를 생각하며

이 계곡을 걷습니다.............. ㅎ

 

 

청년시절 ....

몇 년인가를 두고

그해의 마지막 날 밤,

 

제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찾아 왔던 이 계곡...

 

그 비구니를 만났던 날도

아마 새해 아침이었을 겁니다.... ㅎ

 

 

 

 

 

 

 

 

 

 

 

 

 

 

 

내 청년시절

전북일보의 한 지면에서

이곳 주민이 올린 글을 대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기는 인민군(북한군) 연대장으로서

패잔병이 되어

부하들과 함께 이곳 반선에서 제2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데,

 

특히 여름철 우기에는 계류가 범람하여

아이들이 등하교도 하지 못하고

주민들도 생업을 영유하기가 어려우니

다리를 놓는데 협조할 독지가 분이 계시면 도움을 요청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면서 이곳의 경관이 절경이라는 것도 소개하면서

이곳에 개발할 여력이 있는 사람도 관심을 가져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에 전주에서 살던 저는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에 안성맞춤일  것 같은 이 계곡을 찾아

그해 12월 말일에

남원에서 출발하는 막차를 타고

무조건 반선으로 향했습니다.

 

그때 마침 폭설이 내렸고

계곡을 따라 가까스로 이어진 비포장 도로 양 옆으로는

버스의 지붕을 스치는 소나무들이 눈의 무게에 눌려 휘늘어져

눈의 개선문 터널을 만들어 놓고 있었습니다.

 

요행히 아무런 사고 없이 반선에 도착한 나는

우선 숙박장소를 물색하다 보니,

이곳엔 별다른 숙박시설이 없고

이 버스 종점의 매표소겸 매점겸 주막에서

하루를 묵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랑방 같기도 하고 식당 처럼도 보이는 거실겸 방에서

10여명의 남녀들이 뒤섞여 이야기꽃을 피우는 와중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로 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이 집이 바로 신문에 뱀사골의 실정을 알린 예의 그 분 댁이었습니다.

 

그 분의 이름은 황의지... 북한군 연대장으로서

휘하의 병사들과 함께 국방군에 투항하였고,

지금은 이 부근의 동네에 흩어져 살면서

오늘 같이 특별한 날에는

서로 이곳에 모여 지난날을 회상하며 동고동낙한다고 했습니다.

 

나는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파르티잔 시절을 포함한 지난했던 그들의 애환이

담배연기 따라 사위어 가는 것을

한잔의 막걸리와 함께 반죽해 가며

몽롱한 가운데서도 흥미롭게 가슴 한 켠을 할애하여 차곡 차곡 쌓아두었습니다.

 

그들 중에 나는 특히 황의지씨와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는 남원 향토 역사에 관한 몇권의 책을 참조해 가면서

열성적으로 자기가 터득한 바를 설파해 나갔습니다.

 

까마득한 삼한 시대 부터 이곳은 중요한 군사요충지로서

황장군 정장군 2명의 장군들을 투입하여 방위에 임하였고,

황장군이 주둔한 요새는 황령치,

그리고 정장군이 주둔한 요새를 정령치라 하였다는 사실과

 

이곳엔 예전에 송림사배암사라는 절이 있었는데,

송림사는 비교적 오랫동안 사찰이 운영되어 왔었고

배암사송림사 보다 더 오래 전에 역사속에서 사라졌는데

이곳이 뱀사골이라고 불리게 된 것은

바로 이 배암사에서 유래했다는 등의 얘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네요.. ㅎ

 

어느 덧 자정에 가까워져서

비교적 먼 동네에서 온 분들은 먼저 떠나가고,

지척에 사는 분들은 오랫 동안 남아서

보신각에서 울려 퍼지는 제야의 종소리를

트랜지스터 래디오를 통해 가슴으로 들으면서

송구영신을 한잔의 막걸리로 풀어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혼자 가면 불곰등으로 부터 습격을 받을 수도 있어 위험하니

들어 가지 말라는 황의지님의 말을 뒤로하고

나는 죽창을 들고 호기롭게 살포시 눈이 쌓인 뱀사골로 진입했습니다.

 

초입에서 부터 얼마 되지 않은 곳에서 부터

아름드리 나뭇가지들이 부러져 있고,

나무줄기에 짐승의 날카로운 발톱에 할퀴인 자국 같은 것이 보이기 시작하자

나는 아연 신경이 쭈삣하게 솟구쳐서

더 들어가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망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 요룡대탁용소,

병소제승대를 지나 간장소 까지 이르렀습니다.

 

거기 까지 가는 동안

때로는 강제 이주된 화전민의 주거지들이 가슴을 아리게도 했고

반선의 전설에 나오는 이무기

금방이라도 솟구쳐 오를 것만 같은 소들을 지날 때면

가슴이 서늘해지면서 그 소를 뚫어져라 쳐다 보면서 지나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간장소 근처에서 예의 젊은 비구니를 만났고,

*저렇게 여린 비구니도 혼자 여유롭게 가는데

내가 이렇게 쪼그마해져서는 안되지.~~*하고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 넣고

그 다음 부터는 나도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뱀사골의 첫 여정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ㅎ

~~~~~~~~~~~~~~~~~~~~~~~~~~~~~~~~~

그후로도 수년에 걸쳐서

나는 종종 이곳을 찾아 왔었고

 

어느 때 부터인가는

이곳에 전승기념관이 들어서고

내가 처음에 와서 밤을 지새웠던 주막 대신에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 서는 것을 바라보면서

매번 세월의 무상함을 깊히 느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오늘의 산행에서는 함께한 동행님들께도

최선을 다 하지 못해 미안하고

지난 추억의 자취들도 제대로 담아 오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정이었습니다.

 

*지난 추억에도 사로잡히지 말고

다가 올 미래에도 너무 집착하지 말며

오직 현실에 충실하라.* 하고

자신에게 조용히 타일러 보며

낙엽 쌓이는 뱀사골의 여정을 접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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