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

설악산 잦은바윗골

 

2014년 6월22일 일요일

 

잠결에 핸드폰 벨소리에 화들짝 놀라 일어납니다.

잠실역에서 5시30분에 승차하기로 되어 있는

N산악회 Lee대장님 보내온 전화입니다.

 

5시 34분.....

불야 불야 가방을 간단히 챙겨메고

상일동으로 택시를 몰아 붙입니다.

상일동에서는 6시에 출발하니까요.

 

울산바위계조암쪽으로 오르는 길목의 다리

 

안개비.....

그래서 위험 지역임을 감안하여

혹시나 취소한다는 소식이 오지 않을까

지레 짐작해 보기도 했던 오늘 산행......

 

오늘 오후 2시~ 5시 사이 잠간 뜸하다가

5시 부터 다시 비가 예보되어 있는 상황....

그래서 우리는 안개비속을 바삐 걸어

비선대에 당도합니다.

비선대의 장군봉과 적벽

 

이곳에 천불동마등령으로 오르는 등산객들을 통제하는

통제소가 있어요.

 

3일전에 이곳을 들렀을 때 보다

지난밤 비로 계곡물이 약간 불어난 것 같군요.

 

안개비 속인데도

일요일이어서 산객들의 행렬이 천불동계곡을 가득 메우며 오르고 있군요.

 

비선대에서 1Km지점의 계곡에서 우측으로 통과합니다.

 

우리는 마치 야간 침투작전에 투입된 유격대원들 처럼

진지하게 숨소리 하나 조차 죽이고 산비알을 탑니다.

 

한참 동안을 정체된 행렬의 나뭇가지 사이로

안개 베일을 살포시 젖혀주며

한 폭의 동양화를 안겨주는 설악의 고운 정!~~

 

 

지난 밤 부터 내린 비로 계곡물이 불어난 탓일까

선두대장이 있을 계곡 아래 어디 쯤에선가

돌다리를 놓으려고 큰돌을 던지는 소리가 몇차례 들려 오더니

이윽고 행렬이 꿈틀대며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후미대장이 로프를 통과하고,

그는 또 그 로프를 풀어서 챙겨와야 합니다.

 

아직 꽃을 피우지 못한 삿갓나물이 은혜의 단비에 젖고.....

 

우리는 가뭄속의 단비를

애증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미끄러워진 바위에 매달려

밧줄을 매어 주고 당겨주는 고마운 님들께

설악의 마음을 담아 감사함을 전합니다.

 

지나온 계곡 아래의 모습

 

동행님들의 안위를 걱정하며

돌아 보는 님들과 .....

 

이제 밧줄을 잡고 오르려는 님들의 동작을 관찰하며

내 차례를 기다리는 님들의 팽팽한 열기로

계곡 암벽길에서는 소리없는 사투가 이어집니다.

 

그러나 아무리 자세히 관찰하였어도

발 디딜곳이 마창찮아

내 몸이 허공중에 떠서허우적거리다가

가까스로 바위 위로 딩굴며 올라선 나는

손등과 무릎등에 약간의 찰과상을 입고 말았으니 ......

 

 

 

 

이곳에서 계곡물속에 빠져

등산화속으로 물이 들어 간 님들도 몇분 있었구요....

 

에고,

람쥐대장님이 내 모습도 스냅으로 잘 담아 주셨네 ..... ㅎ

밧줄을 챙겨주시느라 힘드신 와중에...

고맙기도 해라.

 

뒤돌아 본 계곡 모습

 

 

여기 까지는 천불동계곡에서 거의 직선 코스였고,

지금 부터는 오른쪽으로 굽혀들어

꾸불 꾸불 경사진 암반으로 이루어진 계곡을 계속 타야 합니다.

 

 

오른쪽으로 굽어들어

바나나 처럼 생긴 암봉들이 올려다 보이는 계곡물가에서

점심을 듭니다.

 

 

오른쪽으로 돌기 직전의 계곡 언저리 능선

 

식사를 마치고 짐을 챙기는 산우님들 ...

 

식사를 마치자 마자

다시 미끄럽고 경사진 암반을 조심스럽게 타기 시작하는 님들

 

식사를 했던 계곡과 식탁바위

 

비만 내리지 않았다면

밧줄 없이도 얼마든지 손쉽게 걸었을 암반...

 

선행팀이 밧줄을 매고

한명, 한명 조심스럽게 미끄러운 계곡 암반을 건느느라 기다리는 중에

이렇게 여유롭게 이쁜 암봉들을 담을 수 있으니

이 아니 행운이 아니고 무엇이랴.....

 

 

밧줄을 놓치고 미끄러져 계곡 폭포 아래로 떨어진다면

정말 큰일이겠죠?

그래서 한 발 한 발 ... 조심, 또 조심....

 

50M폭포 앞에서

 

또순님도 보이고 후레지아님도 보이네 ......

 

50M폭 이르렀으니

이제 100M폭 머지 않았으리!~~~~

 

50M폭포

 

이 폭포는 아무래도 암벽사이에 위치해 있어서

장마철이나 폭우시에는

순식간에 대량의 폭포수가 장관을 이루고

갈수기에는 가느다란 물줄기가

그리고 한 겨울에는 토왕성폭포나 강촌 구곡폭포 처럼

거대한 빙벽이 예상되는 곳이군요.

 

 

폭포옆을 오르면서 담은 50M폭포

 

50M폭포 상류로 오르면서 담은 바나나바위

 

 

 

50M폭에서 불과 수십 미터 위에 있는 작은 폭포....

이 폭포 바로 위에 100M폭포 있어요.

 

암반, 암벽의 계곡 사이로 계속 이어진 폭포와 폭포들 ...

 

이제 드디어 푸른 나뭇가지 사이로

100M폭포가 뿌우연 나신을 드러냅니다.

 

마치 큰 용이나 이무기가 승천을 하려고

용틀임을 하는 듯.....

거대한 몸체를 서너번 뒤틀면서

하늘로 날아 오릅니다.

 

 

 

 

금방이라도 춤을 추며 날아 올라

하늘 속으로 사라져 버릴 비룡의 모습으로 ....

 

100M폭포에서

 

 

 

 

 

비가 조금만 더 내렸더라면

이곳 까지 오르지도 못했을테고,

 

비가 지금 보다 덜 내렸더라면

100M폭포 위용을 보지 못했을 터이니

 

이번의 산행은 이것으로 딱 안성맞춤이라 하여도

더 덧붙일 말이 없을 것입니다.

 

이제 100M폭포 뒤에 남겨 두고 하산길에 듭니다.

 

 

이제 언제 또 다시 이곳을 찾을 수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오늘의 산행은 설악의 배려로 이 만큼에서

설악 또 하나의 비경인 100M폭포 주연으로 내세워

최고로 멋진 작품을 연출해 주었습니다.

 

이제 더 바랄 것이 있다면

갈수기 기간중의 어느 가을날,

 

비록 오늘 같은 비룡의 모습은 기대할 수 없겠지만 

찬란한 단풍으로 차려 입은 이 계곡과

또 연이어진 봉우리들을 벗하며

사뿐 사뿐 거닐어 보는 것이랍니다.

 

다시 올라 왔던 계곡길을 따라 내려 오는 길....

 

여전히 안개비속에

계곡은 온통 동양화의 물결로 흔들립니다.

 

50M폭포 내려다 보며

 

 

 

햇빛 밝은 날의 정경은

선명한 하나의 풍광을 선사하지만

 

이렇게 안개비 내리는 날의 정경은

꿈속인양 희미한 일루미네이션을 연출하는 가운데

수 만 가지의 자태를 연상해 볼 수 있어서 좋아요....

 

50M폭포 연결된 계곡

 

50M폭포 아래 동굴

 

50M폭포에서 협곡으로 이어진 계류

 

비내리는 날의 암벽은 내려갈 때도 아주 조심 조심해야 하네요.

 

다시 바나나 봉우리

 

 

 

다시 점심 식탁자리를 통과합니다...

 

 

 

 

 

계류는 이리 저리 부딪치며

하안 포말과 함께 굉음을 냅니다.

 

아프다고,

잘못 짜여진 사각지대(斜角地帶)의 틀속에서

부대끼며 부대끼며 아프다고,

 

그렇게 좁은 계류의 물방울들은

소리내어 울고 있습니다.

 

올라 올 때 기다렸던 시간 만큼

내려갈 때에도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러 갔습니다.

 

함박꽃의 꽃술이

하얀 꽃잎을 우산 처럼 펼쳐들고 비를 피하며

잘가라고 배웅을 해줍니다..... ㅎ

 

 

 

오늘 처음 보는 산우님들이

예쁘게 한장 부탁한다네요....

 

하지만 뜻하지 않게 후래쉬가 켜지면서

얼굴이 반사되어 희미하게 나와서 미안한 마음이군요.... ㅎ

 

산우님들의 하산을 인도하시는 Lee대장님

 

시의적절하게 100M폭포에서 하산을 결정하셨네요..... ㅎ

 

 

 

 

 

 

Lovely Kissing-Rocks

 

처음 다녀 온 계곡 ....

일사분란한 운영진의 수고와 노력으로

위험한 산행을 안전하게 마무리하게 되어

정말 다행스러웠고

설악의 또 다른 비경을  안아 볼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