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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

2014년 봄 설악산(백담사~ 오세암 ~ 마등령~공룡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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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18일

지난 2월 설연휴 이후 설악산을 처음으로 찾습니다.

 

설악의 산행은 11월15일 부터 5월15일 까지는

아주 쉽게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코스로 알려진

오색한계령에서 대청봉 까지,

그리고 외설악 천불동비선대남설악 주전골,

울산바위와 권금성코스, 그리고 비룡폭포 정도에 국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공룡능선은 바로 엊그제 부터 입산이 허용되어

설악 매니아인 나의 마음을 설레게하고도 남음이 있답니다.

 

공룡능선을 타려면

아무리 늦어도 오후 1시에는 마등령을 출발하여야 합니다.

 

그러나 나는 마등령을 팀원중 제일 늦은

오후 1시20분경에 출발하게됩니다.

 

잠실 - 오전6시30분 출발

백담사 - 9시50분 출발

신흥사 입구 - 오후7시15분 도착

 

물참대

 

그대에게 내 *마음의 왕관*을 받칩니다.

그대여 내 마음의 성결한 여왕이 되어 주세요.

 

백담사 앞 냇뜰의 애기 돌탑들을 뒤로 하고

지금 부터는 완전히 속세의 티끌로 부터 자유스러워지고 싶은 것일까?

산 나그네의 발길이 무척 가벼워 보입니다.

 

이제 부터는 핸드폰 소리도 울리지 않는

적막하고 청아한 자연의 소리만 들려 오는 청정지역으로 진입합니다.

 

산조팝나무

 

한 가족의 상징인 듯....

무더기 무더기로 어울려 핀 봉오리들이

강한 흡인력으로 눈길을 끕니다.

 

 

우리가 지나가야 할 내설악수렴동계곡

 

흑선동계곡 입구

 

이 오른편 계곡으로 올라가면

서북능선상의 대승령에 이릅니다.

 

 

고추나무꽃에 나비가 혼을 빼앗겼어요.

 

영시암

 

N산악회장 Lee대장님, M님, 그리고 C님

 

오세암으로 오르는 길......

이곳에서 만경대를 잠시 들렸다 갈까 망설이다가

꿈틀대는 마음을 접고 그냥 오세암을 향해 오릅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마음에 걸려서죠.

 

오세암에서

 

 

 

만경대

 

오세암 취사장

 

추운날에는 따뜻한 물도 준비해 두고

산객을 맞아 주어 고맙기도 합니다.

 

 

큰앵초

 

마등령에 다달으니 기화요초들이 다투어 반겨주네요.

 

오세암- 마등령은 겨우 1.5Km거리인데도

한시간 가까이 걸리고,

산행길도 가파른 너덜 돌길이라 정말 마의 난코스입니다.

 

마등령에서

 

천불동계곡화채능선을 배경으로....

 

 

마등령에서

 

마지막으로 공룡능능선을 타실 팀원들

 

귀룽나무꽃

 

우리는 귀룽나무꽃 아래서 점심을 마치고

공룡능선을 향해 출발합니다.

 

평소에도 점심 도시락을 지참하지 않는 나는

M님 친구가 싸 주었다는 잡곡밥 도시락을 들고 출발하니

기운이 충천하는 것 같아요.

 

감사함은 도처에서 전해져 오는데,

나는 이웃님들께 어떤 감사함을 선사하고 있는건지!.........

 

마치 이집트의 대형 오벨리스크 같은 형상.......

이름하여 세존봉,

 

금강산에도 있는 세존봉은 이곳에서도

특이한 기상으로 우리의 눈길을 끕니다.

공룡능선이 거의 끝나는 지점에서도,

그리고 신흥사 마당에서도,

우리의 눈길을 잡아 끄는 마법의 세존봉!~~~

 

오른쪽 가까이에서 부터

공룡능선1275봉, 천화대, 범봉, 그리고 멀리에 화채능선.....

 

왼편의 세존봉, 오른편엔 권금성, 그리고 가운데 멀리에 달마봉 .....

그리고 참, 가운데 아랫쪽에 비선대장군봉이 도사리고 있군요... ㅎ

 

 

마등령으로 접어들면서 오세암쪽을 뒤돌아 봅니다.

 

 

나한봉 대청, 중청, 소청봉

 

공룡의 문을 가만히 노크합니다.

 

오! 설악의 비원(秘苑)이여...

그대를 만나기 수십년이 흐른 지금,

그대의 이 문을 두드린지 수 십번이 지난 이제야

그대가 내 가슴 깊히 안겨 오나니!...

 

나한봉, 1275봉

 

 

철쭉(연산홍)

 

내 마음을 이곳에 모두 쏟아 놓고

그대들과 더불어 하나이고 싶어라....

 

산솜다리(에델바이스)

 

세상의 찬바람, 눈비가 무서워

이렇게 따스한 옷 겹겹히 껴입고 겨울을 나나니

날 진정 아끼는 그대

문득 내 앞에 서 있을 그날....

 

그 어느 따스한 봄날에

 

내 기다림의 털옷이 한 줌 빛 보다 가벼이 풀려

나도 그대 미소 앞에

그대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아름다운 한 송이 꽃잎으로 피어나렵니다.

 

 

나한봉과 1275봉

 

1275봉

 

공룡능선중에서 제일 높은 봉우리

 

허공에 떠 있어

애처로운 산솜다리 ....

 

밧줄을 잡아야만 내려 갈 수 있는 직벽위에서

심호흡을 하며 다시 한 번 그대 얼굴을 가늠해 봅니다.

 

이 험한 구간을 넘어 서면

당신의 모습이 또 어떻게 변해 있을까 상상하며

조심스럽게 밧줄에 의지하며 암벽을 내려 갑니다.

 

1275봉

 

 

 

그대,

나는 그대가 세간(世間)의 빛이 아님을 압니다.

 

그러나 내가 어쩔 수 없는 세간의 몸이라 할지라도

나는 또 어쩔 수 없이 당신의 빛을 따르고 싶어요.

 

운명과 꿈은 서로가 다른 모습,

다른 길로 나아갈 때가 많으니까요.

 

 

나한봉 언저리를 지나 갑니다.

 

나한봉....

 

그는 자기를 잊지 말아 달라며

돌단풍꽃으로 방긋 웃으며

그렇게 넉넉한 마음으로 나를 보냅니다.

 

1275봉

그 뒤 오른편에 신선대가 갸웃히 내다 보입니다.

 

나한봉에서 1275봉 가는 길

 

 

바로 아래에 장군봉

그리고 저 멀리 아득히 달마봉이 미소를 보내요.

 

뒤돌아 본 나한봉

 

오!~~

해맑은 천상의 빛이여!~~

 

내 세포 한 올 한 올을 네 빛으로 씻어 내고

내 생각의 나래를 그대 빛의 프리즘으로 걸러 내며

천상의 나그네로 살리라.

 

붉은병꽃

 

M산악회 C대장님

 

짧은 기간 동안 몇번의 조우가 있었던 그녀....

진도관매도에서, 화채능선망경대에서,

그리고 소점봉산의 눈꽃 속에서......

 

그리고 또 서로 다른 깃발 아래서 만났던

지난 여름의 점봉산에서와 오늘 이자리에서..

 

금방이라도 내 머리위로 와르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두려움으로 잠시 주춤거리며

하늘에 매달린 듯한 암봉 아래를 통과합니다.

 

솔붓꽃

 

 

 

불과 1Km 남짓한 거리지만

왼갖 형상의 암봉들이 다투어 자기의 자태를 뽐내며

자기를 잊지 말아 달라 이르고

조용히 또 제자리로 돌아가 앉습니다.

 

 

나한봉쪽을 뒤돌아 보며

 

 

설악골이 내려다 보이는 암봉 사이로

세존봉, 그리고 저 멀리에 울산바위........

 

 

공룡능선상 스핑크스

 

 

공룡능선을 넘나든 긴 세월 동안

에델바이스가 오늘 처럼 이렇게 만발하여

나를 맞아 주는 것은 처음 이랍니다.

 

나한봉 넘어 1275봉 이르기 까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천국의 나그네로 만났던 C대장님....

 

지금 그녀는 무슨 상념에 사로잡혀 있을까?

 

그녀가 기다리는 사람들은

아마도 설악 비경에 마음을 빼앗겨

발걸음을 떼기가 수월치 않을 것이기에 .

어쩜 그녀는 오늘 어둠속의 행진을 각오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C대장님, 안녕히 가세요.

계속되는 산행길이 평탄하길 바래요...... ㅎ

 

 

나한봉을 뒤돌아 보며

 

돌양지꽃

 

작은 봉우리 하나에도

수 많은 형상들이 조각되어 있는

설악의 봉우리들!~~~~

 

한 나그네가 1275봉 향해 오릅니다.

꽃들은 그의 심호흡을 따라

다투어 그의 가슴속 숲길가에서 피어 납니다.

 

그러나 그의 가슴에서 이 천국의 꽃이 피어나는 순간은

다만 그가 이 꽃의 진정을 알아 보고

이 꽃의 가치를 느꼈을 때에만 가능하답니다. 

미어캣의 모습을 닮은 나한봉

 

 

이제 1275봉 고갯마루에 도착합니다.

나는 그저 암봉을 올려다 보는 것 만으로 족한데..

수명의 다른 산악회원들은 무리를 지어

이 암봉을 올라 갔다가 내려 옵니다..... ㅎ

1275봉 고개에서 천화대(天花臺)를 이윽히 바라봅니다.

하늘의 꽃들이 아름답게 피어 있는 하늘 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