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산행기

겨울의 서북능선

 

설연휴를 맞아

10여년만에 대청봉 겨울산행을 시도해 봅니다.

그당시에는 1월1일 신정을 맞이하여

신년도 일출을 보기 위해서

무박산행을 했었지만,

올해엔 설날을 맞이하여 새로운 다짐을 위해서

설악산을 찾으니,

보통의 산행기분으로 아침 6시30분에 잠실을 출발합니다.

 

일기예보는 전국적인 비소식을 전하고 있지만

저는 강원도 고산지대의 진눈개비나, 눈을 기대해 보면서

설악산산행의 여정에 오릅니다.

 

언제 보아도 그 기상이 충천하는

남설악 등선대 주위 흘림골을 이루고 있는 암릉

 

잎진 가지 사이로

하늘을 우럴으는 곰형상의 바위가 선명히 드러납니다.

 

잎들이 지고 나니 우람한 몸통이 드러나서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도전과 응전의 과정을 거쳤는지를 실감하게 하는군요.

 

잠시 뒤돌아 본 *한계령 휴게소*뒷면의 능선

올라 올 때 이 암릉을 오른편에 끼고 올라 왔습니다.

 

 

시간은 그렇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가능성을

초목과 바위들을 통해 변화무쌍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전해주고 ................

 

죽은자와 산자가 공존하는 이 서북능선에선

지난 시간도 돌아 올 시간 만큼의 무게로

오늘을 괴이고 있습니다.

 

때로는 빗방울로, 그리고 또 때로는 진눈개비와 우박으로

한계령 삼거리 까지의 길은 계속됩니다.

 

너와 나는 안개속에서

서로를 알아 볼 수 없을지라도,

 

원음(原音)을 통해 서로를 헤아리는

모태(母胎)의 은혜를 입었으므로

관세음(觀世音)의 경지를 높혀

너와 나를 알고

올바른 길로 접어들 일이려니!~~~

 

이 안개구름 너머 어디 쯤인가에

귀떼기청봉으로 가는 길목을 지키는

삼각중절모자의 키다리 신사가 서 있을텐데!..........

 

드다어 서북능선을 남북으로 가르는

한계령삼거리에 당도하였습니다.

지금 부터는 대청봉을 향하는

오른편으로 꺾어져 가는 길을 택해야 한답니다.

 

한 나그네가 한계령삼거리에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이 코스가 처음이라는 이 나그네의 용기가

그렇게 대견해 보일 수가 없군요.

 

여늬 때 처럼 날씨가 좋았다면

저 멀리에, 공룡능선, 용아장성능과 중청봉등이

하얗게 웃으며 환영해 주었을텐데 ..........

 

한계령삼거리에서 대청봉으로 향하는 길은

앞서간 이들이 러셀을 제대로 해 놓아

길이 아주 좋았습니다.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포근한 정감을 안겨줍니다.

 

가까이 있는 현실은 나의 모든 것을 지배하지만

아직도 안개속 나의 주위를 맴도는 선택받지 못한 떠돌이 중에는

지금의 현실 보다 훨씬 나은 가능성의 융합이 보장되는

그런 존재도 있으려니!~~~~

 

산자와 죽은자의 동거...

그것이 너무 자연스러워지는 경지!~~~

그 가운데에서 과거와 현재와 미래는

이미 분리하여 생각할 의미가 없는 것!~~~

 

 

나의 자유분방한 몸짓을 나무라시나요?

그러나 너무 걱정스런 눈길로 보지 마세요.

흐트러질데로 흐트러져 보이는 제 몸짓은

헤일 수 없이 많은 격변과 격랑의 소용돌이 속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인고의 시절이 만들어 낸 작은 작품이랍니다.... ㅎ

 

 

 

 

서북능선에는 많은 고갯길이 있군요.

한 고개를 넘을 때 마다,

한 고비가 연상되는 상황의 연속이군요.

 

또 다른 고빗길로 접어드는 능선

 

눈과 비와 얼음에서 제외된 상고대의 영역

마치 산호초와 같이 무성하고

원초적인 생명력을 전수해 주고 있는 듯하군요....ㅎ

 

비록 상고대에 박제되어

얼어 붙은 몸이라 할지라도

다가 오는 봄날의 햇볕을 굳게 믿고 있나니

내 생명의 근원은 바로 그 믿음과 희망속에서

따스한 온기를 발견하고

어떤 가혹한 벌로도 억제치 못할 뿌리를 내립니다.

 

 

서북능선의 상고대들은 이제

녹았다 얼었다를 반복하면서

갑옷 같은 빙화로 온몸을 장식합니다.

 

 

쌍폭골과 백운동계곡이 내려다 보이는 지점이지만

그저 어림짐작으로 감이 잡힐 뿐

사위는 정확히 가늠할 수 없네요.

 

 

 

한계령쪽의 능선은 폭풍에 밀려 온 눈더미가

한 길 넘어 높이로 톱으로 자른 듯 직설벽을 이루고 있군요.

 

이제 끝청에 가까워지니

상고대는 얼음꽃으로 변신을 하고

더욱 무거운 표정으로 우릴 맞습니다.

 

 

저의 이름은 설악(雪嶽!)~~~

눈 처럼 부드러운 가슴으로

님을   안아주려고 기다려 왔었답니다.

 

그러나 님을 기다린지 어언 10여년!~~

 

부드러워야만 했던 당신을 향한 저의 마음이

이렇게 차디찬 얼음으로 변해버린 데에는

당신에게도 일말의 책임이 있음을 느끼셨겠지요?.

 

 

중청에 다다를 수록

나목들의 춤사위도 거칠면서도 현란해지고...............

 

설악의 바람이 만들어 놓은 설구(雪丘:눈언덕)들은

인간의 상상의 바다 저편에서

영원히 손때 묻지 않을 세상을 펼쳐 보여주고 ....

 

 

 

꽃중의 꽃 ..... 빙화로 세례를 마친 겨울 나목들은

이제 그 어떤 고난속에서도

꽃과 열매와 씨앗을 지켜낼

지난한 인고의 시기를 잘 버텨낸 것이리!~~~

 

중청봉에서........... 얼음꽃

 

 

 

 

 

 

이슬비 같은 빗방울과, 진눈개비와, 싸락눈과

우박을 맞으며 중청까지 왔습니다.....

 

이제 저희들이 지나가야 할 여정에는

또 어떤 역경이  기다리고 있을지!~~

 

이곳 중청의 고사목들의 몸통에 달라 붙은 동장군들은

아직 까지 보지 못했던 무시무시한 형상을 보여주는군요...

 

중청봉 옆을 끼고 중청산장쪽을 향하여 돕니다.

 

 

중청산장을 향하여

 

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는 가운데.

중청산장이 희미하게 그 모습을 보여줍니다...... ㅎ

 

완전히 얼음으로 박제된 산장앞의 裸木!

 

여기서 빵으로 간단한 요기를 합니다.

큼지막한 우박 덩어리를 품은 강풍이 몰아쳐서

감히 산장 밖으로 나서기가 꺼려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계속 머무를 수도 없는 일...

일회용 비닐우의를   뒤집어 쓰고

과감히 감히 대적할 자가 없을 정도의 강풍속으로 몸을 던집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달려들어 할퀴고 우박덩어리로 후려치는

설악산 중청봉과 대청봉 강풍!~~

 

 

얼음꽃으로 둘러 싸인 중청대피소

 

이곳에서 점심을 들면서

오련폭포의 다리가 붕괴되었다는 소식에 접합니다.

중청산장에서 대청봉 오르는 길

 

서 있는 모든 것들은

수정이 되어야만 했습니다.

 

 

천상의 수정꽃

 

수정구슬, 수정날개, 수정막대 ...........

천상의 수정막대들!~~~

 

대청봉을 설핏 돌아 보며

정상석만 담아 가지고 그 자리를 황급히 떠나 옵니다.

평소 같으면 정상 인증샷을 담으려고 인산인해를 이룰 터이지만

오늘은 일행중 불과 3명이서

서로 한 컷씩 담아 가는 것을 보았을 따름입니다.

 

 

일단 대청봉을 넘어, 오색쪽으로 꺾어져 내려오니

그렇게 심하게 불어대던 바람이 갑자기 잠잠해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있으니, 산행의 여유가 생깁니다...

 

 

그러나 대청에서 조금 내려 오면서 부터

폭설로 인해 쌓였던 눈이 조금 녹기 시작하여

간이 아이젠이 눈위에서 제작용을 못하여

미끄러져 넘어지고 썰매를 타면서 내려와야 했으니

 

오색 날머리를 1/3쯤 남겨둔 지점 부터는

돌계단의 눈이 거의 녹아져서

아이젠이 바위와 마찰하면서 뾰쪽했던 밀착 부분이 닳아져서 뭉툭해져

아이젠의 기능을 상실하였습니다.

    

7시간에 걸친 사투 끝에  드디어 날머리인

오색 약수온천 쪽에 도착합니다...... ㅎ

 

진눈개비는 계속해서 내리고

얇은 비옷 속으로 스며든 진눈개비의 침출수 탓으로

입고 있는 옷가지가 젖어서 기분 마저 축축했지만

아름다운 수정꽃들을 담을 수 있어서

몇번 되지 않는 설악산의 겨울산행으로

깊은 인상을 남겨 놓은 좋은 여정이 되었습니다......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니산 - 시산제  (0) 2014.03.28
사명산(양구군)  (0) 2014.03.14
겨울의 태백산  (0) 2014.01.31
가리왕산의 겨울  (0) 2014.01.27
대성산의 추억  (0) 2014.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