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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 하나 이슬 하나

산성길의 봄꽃들(1)

 

이제 봄도 지친 모습으로

흐릿해진 눈망울을 푸른 하늘로 맥없이 흘려 보냅니다.

 

봄이 제 역할을 끝내고

여름에게 바톤을 넘겨주려는 순간에 다다른 것입니다.

 

하기야 봄도 지칠만도 하겠지요.

그렇게 쉬임없이 숨가쁘게 꽃들을 피워내었으니 말입니다.

 꽃을 피울 때에 투입되는 에너지는

자신을 유지하는 총에너지의 거의 70%에 육박한다니

만개한 꽃들은 가히 에너지의 총화라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산수유꽃

 

이 산수유꽃은 왕관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또 많은 야생화들이 그런 자태를 보이고 있구요

 

별꽃

 

하늘의 별들 처럼 촘촘히 박혀 있는 별꽃무리....

 

덩굴꽃마리

 

별나지 않게 낮게 깔린 시선과

낮은 목소리로만 말하네요.

그래도 그 진심만은 화려한 다른 꽃들에 뒤지지 않는답니다.

 

솜나물

 

겨울이 몹시 추웠어요.

그래서 두터운 솜옷을 입고 겨울을 났지요

봄햇살이 가만히 제 어깨를 두드려 눈을 떠보니

제 다른 이웃들도 모두 저처럼 두툼한 외투를 입고 겨울을 났군요

 

개별꽃

 

방한복도 입지 않은 채

그냥 당신이 그리워 이른 봄의 찬바람 속으로 걸어 나왔어요

 

그러나 바람은 얇은 제 옷 따위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아름드리 나무 조차 견디기 힘들 만큼 세차게 지나쳐가요

 

나는 수없이 혼절을 하면서도

포근한 당신 품을 꿈꾸며 맨땅위를 기어가요

 

언젠간 만나게 될 정겨운 님의 미소를 그리며

행여 흔들리는 제 몸짓이 그대 시선 한 끝에라도 잡혀질까

세찬 바람을 붙안고 실성한 듯 흔들려봐요

 

 

괭이눈

 

황금의 눈은 그대에게서 떠날 줄 몰라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당신을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황금의 눈동자로 지켜 보아요

 

그러면 당신도 내게로 다가와

황금의 가슴으로 날 안아주겠죠.

 

 

또 그 황금의 입으로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괭이눈이 꽃망울을 터뜨려요 ....

 

돌단풍

 

목련화

 

현호색

 

 

댓잎현호색

 

양지꽃

 

모진 추위를 이겨내며 어렵사리 꽃을 피웠어요

하지만 제가 미소띌 기색만 보이면 가차없이 찾아들던

사랑의 거간꾼들의 모습이 얼씬거리지도 않아요

그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요?

 

제 향기가 부족해서 일까요?

제 미소의 빛이 매력을 잃어버려서 일까요?

 

저의 시선은 오늘도 전에 없이 파리한 빛으로

님께서 오실 먼 창공을 주시하고 있을 뿐이예요.

 

 

 

양지바른 무덤가로 할미꽃을 찾아 왔어요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지만

저는 그럴 수 없어요

 

어렸을 적에는 내 태어난 고향에서만 오붓하게 살면 되지만

제가 철이들고 어른이 되면

제 품안의 아이들을 멀리 떠나 보내

분가를 시키려면

아무래도 될 수 있는 한 고개를 곧추 세우고

먼곳을 내어다 보아야 하니까요

 

 

제비꽃

 

예전엔 애들이 저를 꺾어

예쁜 반지를 만들어 손가락에 끼우고 다니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가 아무리 예쁜 미소를 보내도

그냥 한 번 미소를 맞받으며 지나쳐 갈 뿐이죠

 

그래서 한편으론 잘 된 것 같지만

또 한편으로는 조금 서운하기도 해요

 

참 이상하기도 하죠?

상처를 입고 아파하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니까 말이죠.

 

 

 

광대나물

 

봄이 오면 항상 연지 곤지 곱게 바르고 나타나는 광대나물!

 

나는 그가 그리워

늘 이맘 때면 그의 흔적을 찾아 나섭니다

 

마치 사향에 이끌려 정신이 혼미해진 채로 상대를 찾아 떠나는

한 마리의 숫사슴 처럼 ......

 

말냉이

 

꽃다지

 

흰제비꽃

 

 

 

 

노루귀

 

 

 

 

 

 

 

꿩의바람꽃

 

 

 

 

 

복수초꿩의바람꽃등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은

낮 동안에는 꽃잎을 활짝 펴서 태양열을 최대한 저장해 두고

밤 동안에는 꽃잎을 오무려 추위를 이겨내는 현명한 꽃이랍니다

즉 태양광발전소와 같은 기능을 하는 것이죠

 

그런 원리로하여 그는 한겨울 얼음과 눈속에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뽑낼 수 있는 것이랍니다.

 

복수초

 

 

 

 

이제 전성기를 지낸 앉은부채가

차분하게 봄볕을 받아들이며

제2의 탄생인 결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명자꽃봉오리

 

조팝나무꽃

 

 

 

 

앵초

 

아름다운 자태를 뽑내던 꽃들도

연출자인 대지의 부름을 듣는 순간

모든 활동을 접고 무대 뒤로 들어 갈 준비를 서두릅니다.

 

자기만을 위한 무대와 대자연의 교향악이 끝나갈 무렵

이미 그들은 어떤 거부의 몸짓도 소용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차례를 기다리는 다음 출연자에게

흔쾌히 자리를 내어주고 떠나 간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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