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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광

금강산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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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발을 내 디뎌 본 북한 땅

그리고 금강산...

 

정말 무척이나 감회가 새롭고

설레임도 있었고 한편 두려움도 있었지만

무사히 다녀 올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북측과 계약이 되어 운행되는 버스에 탑승했을 때 부터

일종의 북한에서의 행동 준칙에 대해서

운전 기사겸 관광 안내인이 일일이 설명을 할 때는

상당히 겁도 났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준칙이라는 것이

모두가 벌금과 금기사항과 연관된 것이었는데

남한 사회와는 너무 동떨어진 준칙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안내 기사가 말한 내용이

지금은 상당히 완화되었거나 기우에 불과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북한 출입국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군인들과는

절대로 친절한 말을 주고 받지 말라고 ...

말을 걸어도 그 사람들은 냉정히 대할 뿐이라고 했으나

내가 출입국 관련서류에 인장을 찍는

비교적 상위의 군인에게

"수고가 많으십니다..."하고 친절한 미소를 보내자

그도 미소를 띄우며

"잘 다녀 오십시오"라고 어깨를 펴 보이며 호의를 보내주었었다.

 

그리고 산을 오를 때 중간 중간에 서서 질서를 잡아주는

산행 안내인들도 상당히 친절하게 대해주고

서로 한 마디씩 건네는 대화에도 잘 응해주어 여행하기에 너무 편했다.

 

이렇게 전에 들었던 북한에 대한 인상이 달라진 것은

모두가 우리 민족의 미래의 화합에

밝은 전망을 던져 주는 조짐으로 보여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이러한 변화하는 모습에 대해서

일부 보수적인 신문들에서는

여전히 구태의연한 기사와 논설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는 모습을 대할 때는

정말 슬프고 추하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우리는 구 동독과 서독이 통일을 이루었을 때의 모습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그 혼란스런 사회상과

그후의 휘청거리는 독일 경제를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부터라도 현명하게 대처하여

독일과 같은 전절을 밟지 않고 좀더 편안하고

서로에게 부담을 덜 주는 방향의 통일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북한을 돕는 것은

통일 비용의 절감이라는 큰 명제가 있다.

국제 사회와 단체들에서 북한의 실상을 잘 파악하여

식량과 에너지등의 물자를 원조하는데

우리 남한의 일부에서는 `퍼주기 식의 원조`논쟁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발상은 너무 짧은 생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물론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것이

시기적으로 민감한 때인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마냥 미룰 수 만도 없으며

좋은 일은 빨리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니 민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 민족이 하루 빨리 하나가 되어

서로 좋은 체제하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을 따름이다.

 

 잠실역에서 밤 11시 30분에 ...

그리고 상일동에서는 자정 0시를 조금 지나서 출발한 버스가

동해안의 휴전선 가까운 어느 식당겸 휴게소에 도착한 건

아직 어둠이 채색걷히지 않은 이른 새벽이었다.

 

초병들이 해안선을 따라 둘러 쳐진 철조망을 탐색하고 지나간 지 얼마 안되어

어둠이 조금씩 물러가고 관광버스들이

하나 둘씩 북쪽을 향하여 우리 곁을 지나쳐 갔다.

 

버스에서 거의 한 잠도 자지 못했지만

우리 일행 모두는 거의 상기된 모습들 이었고

작은 불평들은 스스로 분출될 여지가 없어 보였다.

모두가 기대 반 긴장 반인 상태로

큰 물결에 휩쓸려 가는 작은 낙엽의 모습이었다.

 

 이곳 사무실에서 우리는 여권에 해당하는

북한에서 마련한 방문 마크를 가슴에 달고

북한에서 마련한 버스(실제로는 현대 아산측에서 마련했슴)로 갈아 타고

이곳의 관광 안내를 위한 교육을 이수한

남한 버스 기사의 안내 방송을 들으며

휴전선과 중앙 군사 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에 들어섰다.

 

중앙분계선을 넘으니

남쪽에서 줄곧 보았던 울창한 삼림은 보이지 않고

헐벗은 바위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내 기사는 차량 이동중에는 절대로 사진 촬영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으나

나는 중앙분계선 까지 특이하고 호기심을 끄는 모습을 촬영했다.

그랬더니 버스가 북측 출입국 관리소에 도착하여

하차할 때 차 안에서 촬영한 사람은 나오라는 게 아닌가?

 나는 `아차 ...걸렸구나`하고 각오하며 앞으로 나가려는데

그 안내인이 그냥 어디론가 가버려서 나도 곧 긴장감을 풀었으나

내가 촬영한 사진이 문제 될까봐서 모두 지워버렸다.

 

 북한으로 들어 가기 위해서 버스를 갈아 타는 관광객들 ~

때는 마침 추석 연휴라서 많은 인파로 넘쳤다.

 

 금강산 관광특구격인 온정각.

이곳에는 북측에서 운영하는 금강산호텔과

남측에서 운영하는 외금강호텔,

그리고 일종의 펜션 비슷한 온천장훼미리타운과 구룡마을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북한 땅을 밟은 후 처음 담아 본 내 모습...

 

 교예단 연기가 펼쳐질 회관 모습..

 

이곳 온정각까지 운행되는 버스들은

모두가 남측에서 차출되어 교육을 받은 기사들이 운행하며

버스도 역시 남측의 운수회사에서 아산측과의 계약하에 운행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비씨카드등이 통용되고 있었으나

그것은 아산측이 운용하고 있는 점포에 한하며

면세점에서의 한도는 40만원이었고

농협에서는 환전등의 업무만 했고

현금인출등은 할 수 없었다.

 

 꼬마 관광열차와 조선족 운전기사...

 

내가 이 기사와 얘기중에 한 꼬마 여자 아이가

아빠를 졸라대며 이 열차를 태워달랜다.

다른 승객이라곤 한 사람도 안탔는데....

난감해 하는 아빠의 표정과 소녀를 번갈아 보던 나는

그 기사에게 최소한 가격으로 열차를 전세내어 달라고 부탁...

우린 세명이서 온정각을 한 바퀴 돌았다...

 

꼬마야 아름다운 금강산 처럼

늘푸른 모습으로 건강하고 곧게 살거라 ~

 

 면세점에서 맘에 드는 등산복이 눈에 띄길래

카드 결제로 사려고 했더니 40만원이 훌쩍 넘었다.

현금이 거의 바닥이 날 정도였던 나는 구매를 포기하고 말았다.

카드 결제한도액이 40만원이었고

현금은 추후 예비비로 남겨두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온천시설이 잘 돼 있고 노천탕도 있는데

나는 노천탕엔 못가봤다.

 

 교예단 공연이 있을 돔형 회관...

 

 교예단의 묘기는 손에 땀을 쥐게했고

아슬아슬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생명을 던져서 공중을 나르는 묘기는

눈시울을 적시고 가슴을 아리게 했다.

 

 금강산 관광중에 잠간 조우한 늘푸른산악회원들

출발할 때는 44명이 왔으나 관광코스가 다르고

숙소가 다른 탓에 모두가 뿔뿔이 헤어졌다가 만나곤 했다.

 

첫날 구룡연 관광 후에

실내포장마차에서 삼겹살로 산악회장과 회원 몇명이서

뒷풀이를 하느라 거나하게 마셨고

룸메이트 4명이서 또 우리 방에서 마시다가 

한명은 취해서 실수를 연발하는 바람에 방에다가 재우고

우리 셋이서는 밖에 나가서 얘기꽃을 피우는데

경비원이 다가와서 조용히 해 달라고 해서

하늘에 구름 사이로 간간히 보이는 별을 헤다가 들어 왔다.

 

금강산의 밤풍경이 유난히 정겨웠다.

 

 

 1999년 11월이 1주년이니 벌써 10년 째가 되어 간다...

금강산 관광을 위해서 애쓴 분들의 노고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

 

통일에 하나의 큰 초석을 놓았다고 할까?

징검다리를 놓았다고 할까?

 

 우리가 서울을 출발하던 밤에도 시원찮은 날씨였다.

안개.구름 그리고 오락가락하는 빗줄기...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금강산 산행중에는 구름만 다소 끼었었고 

만물상을 내려와서 버스에 오르자 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게 신의 은총인양 쾌재를 불렀으나

이제사 관광길에 오르는 분들은 어떻게 하라고 ~~~

 

우리가 버스로 귀향길에 오르는 중에도

일본 학생들과 남한의 관광객을 실은 버스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길가에 빗속에서 밀랍 인형 처럼 굳은 자세로 서 있는

쪼그만 북한 초병의 어깨위로

바람에 날리는 가랑비가 돌멩이 처럼 무겁게 내려 앉았다.

 

벌거벗은 바위산에 둘러 싸인 논에서는

건너편 집단농장의 주민들인 듯한 농부들이

엉성한 옥수수 밭을 뒤지며 열매인지 이삭인지를 채취하는 모습이 보인다.

마치 메뚜기라도 잡는 듯 느릿느릿하고 생기가 없어 보인다.

어께에 푸대 자루를 둘러 매고 패잔병 처럼

황혼녁 으스름이 질 때 까지 일을 하고 어둠속으로 잦아드는 것이다.

 

저들은 오늘 밥 한끼라도 제대로 먹은 것일까?

 

저들을 보면 나는 슬프고

나를 돌아 보면 내가 얼마나 행복한지 실감이 난다.

 

아 ~

어서 빨리 모두가 행복한 세상에서

아름답게 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