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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사진

봄날의 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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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분이 지났는데도 거리에 눈이 내린다

시가지에 눈이 내리니 산성에는 아마도 더 많은 눈이 내릴 것이다

이런 날은 호젓하게 숲속길을 혼자서 걸어 봄직도 한 날이다

 평소에는 어린아이들과 할머니들이 어울려서 소란스러웠을 동네 놀이터가

오늘은 마냥 눈을 맞으며 오랫만에 한적한 모습이다

 

 이런 함박눈이 크리스마스에 내렸더라면

한껏 분위기가 들떴을텐데 ....

지난 크리스마스는 조금 황량하고 쓸쓸했던 것 같다

 

 산에 오를 적마다 지나치는 산사에도

눈의 축복은 빼놓지 않고 찾아 든다

 

 이제 머잖아 화사한 빛을 선사할 채비를 마치고 있는 철쭉나무 위에도

눈은 마지막 포근한 이불인양 소복히 쌓여 있다

 

 남한산성 서문쪽으로 오르다 보면

마지막에 있는 음식점이라서 *꼭대기집*이라는 간판이 붙어 있던 이 음식점도

며칠 전에 비닐하우스를 접고 아랫 마을로 이사하여

이제는 그 빈터 위에 함박눈만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그들은 그 부모대 부터

수십년간을 이곳 계곡옆에 터를 잡고 장사를 해왔지만

최근 강화된 주변의 정화작업으로 철거를 한 것이다

 

 꼭대기집에서 사용하던 장독대들 위에도

추억 처럼 눈만 쌓이고........

 

 산할아버지가 놓은 *만남의 다리*도

지나는 사람 하나 없어 홀로 생각에 잠긴듯하다

 

 얼음 풀린 계곡도 갑작스런 눈의 방문이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이겠지!

 

 누군가 산할아버지 흉상앞에

귤 하나를 애교스럽게 얹어 놓고 떠났다

 

 

 

 산할아버지 벚꽃길이 눈에 젖고 있다

이제 이 눈의 따스한 눈물은

연분홍의 아름다운 꽃을 피워놓고

우리를 기다려 줄 것이다

 

 헬기장 변두리의 개나리들도 눈속에 파묻혀

자기들의 무대가 빨리 마련되기를 기다리고 .....

 

 무궁화 나무도 잠시 눈속에 잠겨

마지막 준비를 끝내고 한 숨을 돌리고 있다

 

 헬기장 입구의 계단끝에

마치 개선문 처럼 좁은 입구가 둥근 회양목 지주 사이로 나 있고

지나 가야 할 길은 눈의 터널 사이로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벚나무 가지 터널로 이어진 등산로가

오늘은 나 혼자만의 길이 되었다

 

 물기를 많이 먹음은 이번의 눈 탓에

무성한 소나무들이 그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가지가 찢어지고 비틀리고 꼬여서

큰 피해를 입었다

 

 *꼭대기집*에서 서문으로 오르는 직선계단....

 

 

 능선에 서 있는 나무들이

마치 꿈을 꾸듯 환상적인 모습으로 서 있다

 

 미류나무 가지위에 까치집도 눈속에 묻혀

평소 같으면 봄을 맞는 까치들의 소리가 요란했을 텐데.

모두 정적에 싸여 있다

 

 봄이 되면 보라빛의 예쁜 꽃걸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을 등나무도 눈속에서

무거운 침묵으로 돌아 올 아름다운 시간들을 가늠해 보고 있는 듯.....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나팔 소리가 들리면 힘찬 행진이 있을 것이다

혼불 처럼 댕겨 오는 조용한 폭발력으로

이 세상을 환하고 멋지게 치장해 놓을 것이다

 

우리는 그 무대에 초대되어 진 귀한 손님들!~~~

부디 이 장엄하고 아름다운 무대에 걸맞는 자세로

신분을 잘 갖추어 참여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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