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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섶에서

모두 다 어디로 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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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에 제가 사는 동네에는

수년 전 부터

예전 같으면 넝마주이라고 불렸을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늘어났네요

 

먹고 나서 버린 플라스틱 막걸리병과 음료수병,

각종 쇼핑백과 종이 상자들,

그리고 신문과 팜플렛 또 그리고 각종 고철들....

 

그러나 때로는 길가의 벼룩시장 홍보지나

문간의 편지함에 꽂혀 있던 멀쩡한 우편물도

그들의 표적이 되기도 하지요

 

한 푼이라도 모으기 위한

그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은

차라리 눈물겹습니다

 

그냥 굴러다니는 폐품을 수거할 때에는

그런 맘이 들지 않겠지만

멀쩡한 우편함의 우편물이나

길가의 벼룩시장 게시대에 꽂혀 있는 홍보물을

송두리째 슬쩍 뽑아 갈때는

그들 마음도 얼마나 괴롭고 아프겠습니까?

 

 허리를 구부리고 있는 한 할머니가

자기의 지하실 방앞에 모아 둔 재활용품을

고물상에다 팔기위해서 정리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네요

 

이 할머니는 언제 보아도 이렇게 허리를 굽히고,

자기일에서 눈을 떼지 않고,

손끝을 놀리지 않으며

하늘을 올려다 볼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아요

 

내 산책길에서 간혹 마추치는

이 할머니를 볼 적 마다

삶에 대한 애증이 엇갈리며

숙연해지는 마음을 달랠길 없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경은

내가 사는 이 가난한 동네에서는

너무나 다반사여서

이제 나의 동정심도 반감된 느낌이네요

 

그러나 요즈음에도 간혹 내 귓전을 스치고 지나가는

소리들.......

외면하려 해도

결코 외면 할 수 만은 없는 소리들이

가슴을 시리게 해요

 

며칠 전에는 마포구의 노점상들과 단속반원간의 마찰로

피차간에 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한 것을 보도한 방송을 보았는데

어느 포장마차 아주머니는 부상을 당한 채로

오물투성이인 한 겨울의 도로 바닥에  주저 앉아서

넋두리를 하고 있었고,

서울의 어느 구에서는

노점상을 아예 없애기로 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하네요

 

그리고 또 한 뉴스에서는

단속지점에서 영업을 하는 노점상에 대해서는

무조건 벌금을 부과하되

그 벌금의 절반은 정부에서 보조해 준다는

아이러니컬한 정부의 생색내기 보도에 접하기도해요

 

~~~~~~~~~~~~~~~~~~~~~~~~~~~~~~~

 

내가 산악회를 따라서 등산을 할 때면

주로 잠실 롯데월드 너구리상 건너편의

잠실역 2번 출구 쪽에서 전세 버스를 탑니다

 

2달 반 전 까지만 해도 그곳에는

새벽 부터 1톤 짜리 미니 트럭에서

샌드위치 햄버거나 김밥, 그리고 오뎅과 커피를 파는

초로의 아주머니가 있었어요

 

그날도 저는 산악회 버스가 일찍 출발하는 관계로

아침 식사를 하지 못하고 나왔기에

그곳 아주머니에게 샌드위치를 시켰어요

그런데 그날 따라 아주머니의 표정이

무엇에 쫓기듯 두려운 빛이 역력했습니다

 

그래서 가만히 주위를 살펴보니

왠 젊은 젊은 남자가 험상궂은 얼굴로

아주머니를 노려보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 ! 그렇구나

하고 나는 그때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그 젊은이는 단속반원이었고

그 아주머니는 단속반원에게 이제 난전을 접고

장사를 안할테니 벌금만은 물리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었던 듯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노점을 닫으려니

너무나 아쉬움이 많이 남아서 이렇게 눈치껏

조금이라도 더 버텨 보겠다는 궁벽한 심사였을 것 같아요

 

어떻든 그 아주머니는

나에게 커피와 샌드위치 하나를 팔고

기어히 노점의 문을 닫고 어디론가 떠나 갔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론 다시는 그곳에서

그 아주머니를 볼 수가 없게 되었어요

 

그 아주머니는 어디로 간 것일까요?

 

또한 저희 동네에는

그린벨트였던 전답을 풀어서

국민임대 아파트를 짓는 단지가 있어요

이제 거의 10층 이상 올라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임대아파트의 공사장에는

중국에서 온 조선족 인부들이 상당수 있는데

며칠 전 부터 법무부와 경찰들이 들이 닥쳐서

현장을 샅샅이 뒤져 무비자인 그들을 모조리 검거해서

본국으로 송환해버렸다네요.....

 

그리고 또 내가 밥을 대어 놓고 먹는

식당앞에 있는 고물상에서도

일하는 외국인 인부를 잡아가서

그 고물상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서 일도 못하고 있다고 해요

 

왜 이런일들이 갑자기 일어나는 것일까요?

그리고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일까요?

그리고 그들은 우리가 모르는 그곳으로 가서

어떻게들 지내고 있을까요?

 

네팔에서 스무살에 한국으로 이주해 와서

18년 동안을 한국을 사랑하면서

적극적이고 우정어리게 살아 왔던 미누!

그도 법무부의 강제 추방으로

지금은 네팔의 고향에서 지내고 있답니다

 

누구 보다 더 한국을 사랑했다는 그,

그리고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로운 이주민들을 위해서

그렇게 온 몸으로 뛰었다던 그를 추방한 비틀어진 양심은

지금도 철저한 법질서를 강조하면서

자기는 법 위에 군림하며 눈먼 장님이 되어

날카로운 칼을 마구 휘두르고만 있으니!..........

 

그 칼날에 힘없이 허리를 잘려버린 풀잎들은

지금은 어디쯤에서

고단한 짐을 내려 놓지 못하고 한숨만 쉬고 있을까?

 

모두다 어디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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