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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미사리 억새밭 불놀이 축제

 

 

28807

 

 하남시가 미사리 한강변의 억새밭을 태우며

정월 대보름 전야에 불놀이 행사를 했습니다.

 

그 불구경을 나온 사람들은 약 45000명이나 되었고

하남시청 관계자는

*이곳은 폐천이라 행사장으로 택했다*라고 말했답니다.

 

넓이 100~300m, 길이 약 1.5Km에 이르는 광대한 억새밭이

저녁 5시 부터 7시 반 사이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것이지요.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반문명적인 일이

바로 문명국이라고 자처하는

우리나라, 그 국민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었다니...

 

이것은 확실히 비극이고 서글픈 일입니다

 

조류학자이며 경희대 명예교수인 윤무부 박사(68)는 말합니다

*수도권 철새 서식지가 불에 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왔다,* 그러면서 그는 덧붙입니다

*이번 행사에 대해서는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축제 열풍은

자제되어야 하며, 정부라도 나서서 이를 통제할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팔당대교 아래서 건너다 본

미사리쪽의 억새밭

 

 

 

 이 지역에는 너구리, 고라니 뿐만아니라

북방개개비, 오목눈이, 소쩍새, 쇠부엉이, 노랑할미새,

검은딱새 그리고 멸종위기의 희귀조류인

큰고니와 흰꼬리수리들도 보금자리를 잃고

당분간은 번식을 않고 개체수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하니

보이지 않는 손실이 얼마나 큰지는

마음의 눈이 열려 있는 사람이면 가히 짐작이 갈 것입니다

 

 이런 습지 부근의 억새밭에 둥지를 틀었던 정다운 새들은

모두다 어디로 날아 갔을까요?

 

 사람은 자연속에서 태어났습니다

 

풀도 나무도 새들도 작은 짐승들도

이 세상에서는 모두가 인류보다 먼저 태어난

선배인 셈입니다.

 

이 먼저 부터 살고 있었던 생명체들을 귀히 여기지 않는다면

우리 인류자체도 생존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것입니다

왜냐하면 생명체들은 서로 의존관계에 있으며

다른 생명체들이 생존하는데 부적당한 환경이라면

사람들에게도 결코 좋은 환경이라고 말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발길과 접근을 무서워하는 생명체들...

 

그 생명체들은 새나 짐승들 뿐만이 아니라

야생화와 들풀과 숲과 모든 곤충들이

모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 감을 무서워합니다

 

사람의 접근이 가져다 주는 생명파괴의 현상은

은연중에 그리고 아주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연은 말합니다

*제발 나를 그냥 놓아 두세요.

 제 가까이 오지 마세요. 당신들이 너무 무서워요*라고....

 

 이 자연에 대한 사람들의 파괴행위는

민초들에 대한 권력의 횡포와도 상통하는군요

 

민초들이 평화롭게 살던 일부 지역에

*개발*이라는 이름의 굴레를 씌워

가진자들과 권력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내 몰고 있는 실상이

너무 가슴 아파요

 

 

 이 숲에서 노래하던 새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이 억새밭에 보금자리를 틀고

새끼를 품을 꿈에 부풀어 있었을 큰고니는 또 어디로 갔을까요?

 

화왕산 억새밭에 불을 놓고 관광객 유치를 하며

돈벌이를 하던 자치단체와 그 불을 보며 환호하던 사람들...

그리고 또 갱변의 억새밭을 태우며

정월 대보름날 밤의 불놀이 행사를 감상하던 사람들 ....

 

그들 또한 용산뉴타운 지역의 참사를

강건너 불보듯하는 가슴이 없는 사람들이고

자기들의 참 삶을 망각하고 있는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한 걸음 한 걸음 마다에

밟히고 죽어가는 개미 새끼 한 마리에도

연민의 정을 가져야하고

 

생존을 이야기하며 아픔을 호소하는

작은이들의 소리를 들어주어야 합니다

 

요즘 TV에서 자주 자막으로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귀기울이겠습니다*라고

국민권익보호위원회인가 에서 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요즘 정부에서 행하는

일련의 사건들과 대비 시켜보면

한갖 허구에 불과한 공허한 거짓 구호에 불과하다는 것이 보입니다

 

그런 거짓 구호는 정말 듣기가 거북하니

이젠 그만 하는 것이 좋을 성 싶습니다

 

 야생동물들과 억새밭과 숲의 상실

그것은 곧 민초들이 삶의 터전을 상실한 것 처럼 슬픕니다

 

지금은 자연의 파괴와 더불어

민초들의 삶의 파괴가 병행되고 있는 현실 ....

 

그러한 파괴의 현장을 목전에 두고서도

어찌 할 수 없는 내가 더 미워짐을 또 어쩌랴 ...

 

 자연을 사랑하지 못하는 인간의 마음은

이젠 너무 황폐화되어

구원의 길에서 멀어져 버린

어둠에 마비되고 중독된 기계에 불과한 마음이 되었어요

 

 구릉의 숲이 없어진 자리에 골프장이 들어서고

들녘의 곡식과 들풀들 대신에 아파트가 올라가고

낙동강과 한강가의 억새밭 대신에

잿더미와 콩크리트 운하가 들어 선다면

우리의 가장 오래 된 친구인 철새들과 야생동물들의 생존은

더욱 가혹하고 힘든 계절을 맞을 것입니다

 

 용산 참사현장의 투기자들과 재건축조합과 시공회사와

경찰과 관계기관들은

야생동물격인 민초들의 삶의 터전인

억새밭을 불사르며

구경하고 환호하는 사람들과 다를 바 없음이니...

 

이는 그 민초들의 아픈 몸짓을

아주 미약하게나마 살풀이로 풀어 내던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에게만 족쇄를 채우고

권력기관과 또 그 기관과 결탁한 측에게는

면죄부와 함께 오히려 옹호하려는 태도를 보임으로서

민초들의 아픔을 더 깊게 만듦은 더욱 더 슬픈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억새밭을 태우고 좋아라고 환호하는 마음들이

과연 어느 때쯤 깨어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점점 더 강팍해져 갈 것인가?

 

불타버린 억새밭의 야생동물....

민초들의 외로운 밤에

그들의 못다한 이야기를 들어 주러

잿더미가 된 한강 미사리 갱변에 나가 보자

용산에서 처절한 절규를 남긴채 스러져 간

그 영혼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러

철거 건물 옥상의 컨테이너로 나가 보자

 

순수함을 악의 화신으로 둔갑시킨 칼의 힘...

그리고 그 칼의 옷을 걸치고

스스로 쉐퍼드 노릇에 충실했던 망나니들의 얘기도 들어 봐야지....

 

 제발 사람들이여

저를 그냥 억새밭으로 놔 두세요

 

제 품안에서 철새들 새끼 치도록 ...

희귀새들 보금자리 틀도록 ...

작은새들도 노래하도록 ...

 

제 품이 아니라면

그들은 잠잘 곳도 새끼를 칠 곳도 없답니다

 

잘은 부르지 못하드라도

제 품안에서는 새들 노래가 흥겹고

호화스럽지 못해도

제 품의 둥지에서는 새끼들도 따스히 자란답니다

 

당신들의 욕심의 불화살이

저희들의 보금자리에 꽂힐 때

저희들의 꽃으로서의 한 세상은

이미 서리 맞은 몰골이 되니

부디 저희에게 불화살을 겨누지 마세요

 

저희가 아름답게 웃고

또 당신들의 편안한 웃음이 어울려 질 때

세상은 더 아름답게 피어나지 않을까요?

 

가난한 사람을 미워하지 마세요

그리고 너무 재물만을 사랑하지 마세요

 

모든 갈등은 미움에서 나오지만

그 미움은 또 자기 재물에 손해를 끼칠 때 더욱 깊어지지요

 

우리 조금씩만 더 마음을 비우기로 해요

그리고 조금씩만 더 사랑하기로 해요

 

민초도 권력도 원래는 하나였으니..........

 

우리 보다 먼저

이 땅의 주인이었으나

이제는 몽매한 인간의 한낱 일순간의 재미를 위해

터전을 잃어버린 60여종의 철새와 텃새들은

이 순간도 어디에서 외로운 밤을 지샐까?

 

그리고

돈과 권력의 힘에 내 몰린

철거민들의 애환은

또 누가 씻어 줄 것인가?

 

동물의 세계에서도

인간의 세상에서도

불쌍하고 가난한 약자들은

항상 매정한 강자들의 횡포 앞에

나약하고 슬픈 존재로 남아 있어야만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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